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다른 이를 더욱 사랑할 준비가 필요하다
사랑을 어디서 배우기 시작하는가, 그 사랑을 제일 많이 베풀고 받는 이가 누구인가.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결국 자신이 있다.
항상 감정에 대해 말하면서 강조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결국 자기 자신, 스스로의 감정을 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 어떤 상황이라도 항상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은 하되, 결국 자신을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
적어도 사랑이란 감정에 있어서 희생과 배려는 필수불가결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감정을 모른 체는 말아야 한다.
당신이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를 확실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야 한다.
누가 봐도 소중한 다이아몬드는 모두가 그 가치를 알기에 확실히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소중한, 의미 있는 돌멩이는 그 가치를 확실히 전달하지 않으면 존중하는 이가 없다.
본인이 스스로 빛나는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하는가?
타인이 보기에 그냥 지나가는 감자덩어리들에 불과한 것이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이다.
개중에서 자신이 가치 있고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그 가치는 돈과 직위, 명예가 정한다.
그럼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제에 깔린 관계에서는 어떤 모습이 제일 존중받을 수 있는가?
나의 사랑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이, 사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
분명한 것이다.
타인에게 설명하고 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해하고 습득이 되어 있어야 하는 법.
우리는 타인에게 사랑을 주기 전에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태어나면서부터 배운다.
그럼 나는 지금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가?
나는 무엇보다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이 칼에 베이는 것보다 내가 종이에 베이는 것이 더 큰 일인 것이다.
타인을 향한 사람은 이런 것이 당연해지지 않는다.
부모는 이를 가르친다.
내가 배불리 먹는 것보다 자식이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이 더 좋고, 내가 잠을 못 자더라도 자식이 원하는 곳에 데려가 주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나의 편안함보다 타인의 기쁨에서 새어 나오는 행복함이 더욱 소중해지게 하는 감정이 사랑이다.
우리가 당연시 여겨오던 사랑에서 새어 나오는 행동들은 모두 그 감정에 대한 특별한 이유 때문이다.
나는 지금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었나.
내가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들을 모두 제쳐둔 체로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할 수 있는가.
나는 지금 나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순위에 놓을 수 있는가.
‘유미의 세포들’이란 웹툰에서 사랑할 때의 우선순위와 관련해서 나오는 대목이 있었다.
나는 그때 굉장히 놀랬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하는 신기함과 ‘정말 나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에 누군가를 둘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공존했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이타적이고 타인에게 배려와 희생을 잘하는 편이다.
살짝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분명히 주변 사람을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할지라도 그 모든 상황에서 내가 최우선 되는 것이 당연하다.
배려의 한계선이 명확하다.
내가 싫지 않고 계산범위 내의 희생이며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상황일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연애에서도 한 번도 나보다 중요한 타인이라는 생각으로 나의 모든 것을 미뤄둔 적이 없다.
내가 연애에서 갑의 위치에 섰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 마음속에서 최우선은 나였다는 것이다.
점점 그런 생각이 든다.
그놈의 진정한 사랑은 대체 언제 찾아오고 어떻게 찾고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언젠가 정말 진심을 다해 사랑할 사람을 만나 그 사람만이 내 우선순위 위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위대하고 숭고한 사랑이 모두에게 존재할 수 있으리라 믿진 않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그런 운명 같은 사람이 나에게 와주지 않을까 기대하곤 하는 법이다.
모두에게 착한 사람일 수 있으면서도 나를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 인간관계와 그 속에서 나타나는 선택에 분명한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
나보다 더욱 중요한 우선선위에 올라선다는 것은 내가 살아온 세월 동안 쌓아 만들어낸 기준을 모두 박살 내는 사람만이 가능하단 것이다.
찾는 것보다 만드는 게 쉬울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