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여름 노래
하루가 끝나가는 것을 알리는 저녁 7시, 이 시간의 태양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계절 여름. 이 붉은빛의 세상에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뜨거움은 남아있다. 하루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숨을 고르는 시간의 저녁 7시.
이 시간에 밖으로 나와 다니다 보면 아직까지 활기찬 거리를 볼 수 있다. 모두들 휴가와 여행을 생각하는 계절이 다가온 듯이 시원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노래들이 들려온다. 이 멜로디들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지금 서있는 거리에서 다른 공기를 느낀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힘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 때 많이 들었던 노래를 듣는다면 그 노래를 처음으로 접했던 때의 순간으로 돌아간다. 노래가 가지고 있는 멜로디는 그 순간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하고,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그 순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기억을 불러오는 노래는 항상 다음날의 설렘을 가득 안고 준비 중인 나의 모습을 불러일으킨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고 어떻게, 누구랑 갈지를 정하는. 여행을 떠나는 순간 듣는 신나는 노래는 항상 활기차다. 모두와 함께 설렘을 공유하고 실천하며 여행지에서 일어날 일들에 먼저 불러온 행복들.
정작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잘 놀았고 즐거웠으면 된 것이라는 마음. 나는 항상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여행지에서의 고충을 생각지 않고 그전에 챙길 수 있는 우선적인 감정들이 중요시된다. 우리는 그렇게 휴가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산다고.
여름 저녁에 들려온 이 활기찬 노래들은 나를 여행지로 데려다준다. 이 시간의 기억까지 떠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 또 이 노래를 이 시간에, 이 계절에 듣는다면 나는 또다시 똑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날 것임을.
들려오는 노래와 뜨거운 햇빛, 불어오는 무거운 바람, 나는 그렇게 여름을 지나간다. 지금의 계절이 아닌, 내 평생에 있었던 여름이란 계절을. 노래에서 마주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