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가는 계절이 남긴 열기
새벽 2시, 그야말로 모든 것이 종료된 시점. 세상이 내일 다시 눈뜨기 위해 잠에 드는 시간. 공기 속에 남아있는 옅은 열기는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는 듯한 여름의 마지막 발악이다. 이미 다 끝나서 모든 것이 정리되어야 할 시간이지만 여름은 자신의 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세상을 식게 만들지 않는다.
이 열기에 나는 무척이나 슬펐다. 무언가가 끝났지만 아직 남아있는 미련과 추억 그 사이의 모호한 감정이 괴롭히듯이 여름이 나를 괴롭힌다. 지나간 사랑아, 왜 나에게 이런 흔적을 남기어 뜨거웠던 시간을 그립게 만드는가. 지나간 계절아, 왜 세상에 이런 열기를 남기어 뜨거웠던 시간을 들여보게 만드는가.
한 때, 나라는 사람의 세상 전부였던 그 감정, 그걸 존재하게 했던 사람, 가까움과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 전부였지만 단 두 사람의 열기만으로 세상을 뜨겁게 만들었던. 이 뜨거움이 기울었던 시기에 가지고 있던 마음의 온도와 똑같은 열기를 비춘다.
새벽 2시, 나는 이 온기를 맞으며 가만히 서있다. 잊으려 해 보았으나 그럴수록 더더욱 선명해지는 것이 기억이었다. 그저 언젠간 흘러가리라, 식을 날이 오리라 하며 계속해서 그 시간을 인정하는 마음을 가졌다. 이제 다음 날의 아침에 사라질 열기일 것이다.
이제부터 그동안의 열기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계절을 변하게 만들었다. 내가 머물러 있는 잔열의 흔적에서 억지로 끄집어 내릴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움이니. 그저 그 시절의 미련인가, 그 감정의 아쉬움인가, 알 수 없는 감정의 끄트머리에 서있는 지금은 새벽 두 시의 여름이다.
끝난 사랑은 식어야 한다. 식을 동안의 열기를 견디며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그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