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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가을

어제의 말을 후회한다

by 정다훈

얼마만의 쾌적한 아침인가. 일어나자마자 찝찝함이 느껴지던 더위와 습함이 하늘에서 에어컨을 틀어준 듯이 사라졌다. 살짝 차갑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은 가을의 시작. 분명 이 계절은 봄보다 더 빠르게 사라질 것이니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때 만끽해야 한다.


차가운 공기를 마주하며 상쾌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이 차움은 불현듯 어제의 말들을 떠오르게 했다. 생각 없이 멀리 던져버린, 뾰족하게 날이 선, 때로는 쓰레기를 때로는 흉기를 가리지 않고 막 던졌다. 다름 아닌 사람에게. 어제까지의 뜨거운 날에 묻혀 잊고 지내던 감정들이 가을의 바람을 타고 다시금 돌아오고 있다.


바람이 물어온 가장 큰 감정은 회의감. 이 바람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원망한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고 흉기를 휘둘러 남을 다치게 하고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을 희생시킨, 그런 나를. 내가 그 더위에 떨쳐낸 온기는 결국은 나를 추위에 떨게 만들 것이다.


가을은 지금의 아침 8시인걸 믿지 못할 만큼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들어 준다. 분명 하루의 시작이지만 끝에서 시작하는 기분이다. 내가 지켜내지 못한 온기를 후회하고 있을 때에도 가을은 자신만의 색을 비추기 시작한다. 색이 바뀐 잎사귀와 날카로워진 공기는 나에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외치는 듯하다.


아직까지는 살짝의 더위가 남아있지만 뜨거운 커피를 시켰다. 이 뜨거움 마셔서 나에게 다시금 온기를 불어넣어야겠다. 주변의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그 다정함을. 바뀌어버린 계절에게서 찾아내야겠다.


아침 8시의 가을, 불어오는 차운 바람 위에 다정함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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