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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가을

혼자여도 괜찮은

by 정다훈

적당히 기울어진, 적당히 높고 푸른 하늘, 적당한 온도와 바람의 날씨, 이 모든 것이 적당한 평범한 하루를 선보이는 가을날의 날씨. 이 날씨에 유독 추위를 느끼는 것은 외로움 때문이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가을이 가장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날씨라고. 쓸쓸함이란 단어가 이보다 잘 어울리는 계절이 있겠는가. 여름의 소란이 사라지고 겨울의 고요가 찾아오기 전의 틈, 이 속에서 마음은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정오의 햇살, 그 해가 찹다. 이 버거움. 하늘이 나를 버리는, 그 푸른 곳에 집어삼키는 차움.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그런 날. 가을의 거리는 다른 사람과의 '함께'를 꿈꾸게 만든다. 쏟아져 내리는 낙엽들 마저도 자기들끼리 꼭 붙어있다.


막을 수 없는 이 추위를 마음은 매년 견뎌냈다. 이 차디찬 바람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도록. 정오의 가을 햇살이 나에게 외로움을 선사하려 해도 오히려 그 감정을 벗 삼아 아무렇지 않게 조용히 정적을 즐기게 해 준다. 심지어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가장 쓸쓸한 계절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불리지만 모든 생명이 휴식을 예고하는 그런 계절, 이 계절에서 나는 오히려 단단함을 배운다. 가을이 남겨준 선물이라 생각하며.


차분한 정오의 가을, 외로움을 곁에 둔 체 당당히 마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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