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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Apr 06. 2024

상처

자전거 타는 여자, 요리하는 남자

 일본으로 이동한 후 자리를 잡자마자, 하루가 멀다 하고 식당 일을 마감하고 시부야로 퇴근했다. 매일같이 시부야 그곳. 매장 건너편 전화박스 근처의 화단에 앉아 있었다. 혹시나 그녀가 일 때문에 저 매장에 한 번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그렇게 마냥 앉아서 기다린 지 보름 여가 지났을 때, 늦은 밤, 매장 불이 모두 꺼지고 지점장과 함께 나오는 긴 머리 여자를 보았다. 멀리서 보아도 알아 볼 수 있다. 그녀다. 그녀를 보았다. 바로 소리쳐 불러 보 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앉혔다. 처음엔 원망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 마음은 사라져 갔다. 그저 한 번, 한 번만 만나 기만 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찾아 헤매었다. 일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잠 못 이루다 겨우 잠든 새 벽녘 꿈에서도. 그런 그녀를. 이제야 멀리서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순간 행복했다. 마음 저 아래에서 북받쳐 끓 어오르는 음성을 최대한 억눌렀다. 그리고 소리 없이 그녀 를 따랐다. 지점장과 인사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그녀를 따라갔다. 


— 마사코! 


늦은 시간이지만 시부야 거리는 북적이는 사람들의 거리 였다. 한국의 명동처럼 인산인해의 거리. 여섯 개의 교차로 를 지나려면 새벽 시간까지도 사람을 잘 비켜 가야 할 정 도였다. 하지만 바로 한 블록만 도로변 뒤로, 빌딩 하나 안 쪽으로 들어서면 간간이 보이는 주차장이 많았다. 그리고 그곳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돌아본 그녀에게 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마주치고 그녀와 서로 바라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행 복했다. 달려가 덥석 손잡아 보고 싶고, 안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그녀가 돌아서 달아나 버리지 않을 까 더 걱정되었다. 발은 떨어지지 않고 손을 살짝 들어 그 녀의 머리 위치쯤 되는 허공을, 먼 공간을 두고 쓰다듬기 만 했다. 


다행히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고마웠다. 갑자기 생각 난 것을 빼내어 보여야 했다. 바지춤에 넣어 두었던 그녀 가 남긴 편지를 다시 들어 보였고. 그녀는 그 편지를 보자 마자 어깨를 들썩였다. 뺨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듯했다. 


흐르는 시간처럼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준석은 그제야 다 가섰다. 조심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고 노렌이 쳐진 길가 조용한 이자카야로 들어서서 주위를 살피곤 자 리를 잡았다. 


야속한 마음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반가웠지만 조심스 러웠다. 그녀로부터 살짝 거리감을 두고 앉았다. 그녀를 보 고 또 한참 허공만 바라보기를 여러 번. 나도 모르게 하염 없이 눈물만 흐르는데 그녀 옆으로 당겨 앉을 수 없었고, 그녀도 그런 나를 보고 고개 숙여 울기만 했다. 


‘도대체 그렇게 떠난 이유가 뭐야!’ 


마음속에선 야속하게 떠나 버렸던 그녀에게 소리 질렀지 만, 겉으론 듣기만 하겠다고 했다. 원망하지 않는다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로 그날 밤의 해후는 다시 만 날 기회가 되기만을 바란다 했다. 


한참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잠시 후 마음을 가다듬는 듯 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잊었던 그녀의 옷매무새를 다시 살펴보고 이제야 그녀가 여기 함께 있음을 기쁘게 받아들 였다. 그러곤, 내가 일본에 있는 것 자체가 더 놀라웠는지,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왔냐며 되물었다. 그간 힘들었고, 외로웠고, 버려졌기 때문에 잊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 었다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더 우는 게 싫었고, 지금 이렇게 만났으니 웃는 미소가 예쁜 그녀 가 그저 나와 함께 있음에 감사했다. 한 사람 사이를 띄어 앉았지만 그녀의 은은한 향기는 여전했다. 


그리고 그녀와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도쿄 시부야는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이었다. 조용히 서로 의 이야기를 나누길 좋아하는 둘에게 도심은 데이트 장소 로는 썩 적절치 않았다. 오히려 요요기 공원 같은 곳에서 작은 호수를 바라보며 잔디에 앉아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 를 나누는 게 좋았다. 그녀는 베로나에서처럼 미소를 보내 주었고, 그렇게 다시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그녀가 떠나간 이유를 하나둘씩 더 깊게 알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우릴 보았다 했다. 베로나의 노천카페 식당이나 거리 그리고 강가의 데이트에서도 항상 보았다 했다. 대화 중에도 내 뒤쪽 혹은 주변을 살피는 그녀의 습 관적인 모습은 그래서였나 보다. 자주 출장을 다니는 아버 지께서는 유학을 보낸 딸아이 걱정에 항상 들러 보고 계셨 다고. 우연히 우리의 모습을 보시고 아시게 된 후, 사람을 구해 우리 둘의 모습을 지켜보셨다 했다. 


강렬한 반대를 시작하신 건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그리고 나의 직업이 요리사라는 이유도. 역사가 100 년 가까이 되는 회사. 이런 회사는 직계 가족이 물려받는 경우가 많고, 그 당위성이 남다른 일본 특유의 문화 탓인 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 온 그녀로서도 힘들었다고 했다. 사회학을 전공하며 일부러 유학의 길을 택한 것도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라 했다. 


한 달 가까이 지켜보다 불거진 아버지의 강요는 급기야 협박으로 발전했다 한다. 그날의 새벽, 우릴 깨웠던 그녀의 숙소 창문 밖 경적 소리도 그랬다 했다. 아버지를 몰고 온 차량의 소리였고, 그날 밤 그녀의 숙소를 나와 돌아가고 난 뒤, 반강제적 협박이 뒤따랐다 했다. 유학은 자퇴 처리 되었고, 더 이상 해외로 나갈 수조차 없게끔 되어 버렸다 고.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해를 가할 거라 위협까 지 하셨다고. 처음엔 그녀가 야속했다. 그런 상황이었으면 이야길 하고 함께 해결해 보자 할 수 있었지 않느냐고. 하 지만 이런 모든 사정을 듣고 난 뒤 나도 어쩔 수 없음을 알았다. 한국인에, 내세울 것 없는 일반 청년으로서 그녀와 는 조금 다른 사람이었음을 알았으니. 내가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이었으니. 오히려 그녀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이 미안 하고 안쓰러웠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 도쿄에서 그녀와 함께 있는 것도 오히려 그녀를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것임을. 머지않아 다 시 그녀가 떠나리라는 슬픔이 다가오고 있음을 나는 예감 했다. 하지만 외면하고 싶었다. 아니 외면했다. 계속해서. 그러나 그 외면이 결국 큰 상처로 남게 될 줄은 몰랐다. 







스프린트 팀팩


이제 완연한 늦가을로 가는 듯하다. 저녁 무렵 제법 쌀 쌀한 바람이 북으로부터 불기 시작했다. 이렇게 빠르게 변 하는 시간이 라이더들에겐 아쉬운 시즌 종료가 다가오는 불편한 신호다. 올해는 열심히 즐겼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편에선 운동은 제대로 한 건지, 달리고 싶은 곳들을 충 분히 달려 본 건지 되묻고 있었다. 가는 시간이 아쉬워 결 국 오랜만에 휴가를 냈다. 그것도 용감하게. 월. 요. 일. 



월요일 휴가는 직장인에겐 눈치 보이는 휴가. 즉, 희소가 치가 매우 높은 휴가일 수밖에 없다. 주말을 끼고 연달아 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그다음 한 주도 하루 짧아 지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특히나 회사라는 사회생 활에서 중견 과장급이 자리를 비우는 것은 더욱더.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 있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사흘 연속 이곳저 곳을 돌아다녔다. 오늘은 마무리 월요일. 천천히 회복하는 리커버리 라이딩을 할 수도 있지만,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시즌 막바지를 즐겨야지. 오늘도 열혈 라이딩이다. 


특히 오늘은 지난번 댄싱 교육 후, 준이와 미리 메신저 로 약속한 날이다. 준이 속한 팀은 월요일 훈련으로 남산 을 지나 북악을 10 회전 탄다고 했다. 업다운힐과 스프린트 팀팩 훈련이란다. 특정 구간을 지속주로 달리며 근지구력 을 최대한 발휘해서 속도를 유지하고, 다시 오르막과 내리 막을 달리면서 어느 정도 시간 기록을 갱신하기 위한 훈련 이라 했다. 남달리 각오를 해야 했다. 


선선한 아침. 오늘 열량 소비가 적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아침으로 조금 과한 소재를 넣어 만든 햄 샌드위치를 먹고 출발했다. 어느새 탄천로 길가엔 노란 갈 대가 누웠고,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었다. 남산 초입에 이르 기까지는 몸을 워밍업한다는 생각으로 필요 이상의 힘을 쓰지 않고 회전수에 의존하는 케이던스 주법으로 타고 간 다. 어차피 힘은 낙동중 팀을 만나 신나게 쏟아 낼 테니. 


한참을 지나 남산으로 들어서는 국립극장 앞 주차장에 도착. 낙동중 학생들이 장비를 챙기며 훈련 준비 중이었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준이와 선수들 뒤로 서 계신 코치님께 먼저 목례했다. 하나둘 주변을 돌며 기어 변속이나 브레이 크와 같은 장비 점검을 했다. 이어 코치의 호루라기 한 번에 선수들은 줄 지어 선다. 나는 준과 맨 뒤에 서기 위해 안장 위에 올라 천천히 나섰다. 선수들이 모두 뒤를 돌아 보며 웃는다. 이 녀석들 웃는 모양의 입꼬리가 심상치 않 다. 오늘은 봐주지 않을 거란 의미심장한 미소 같다. 


그리고 다시 한 번의 휘슬에 출발. 한데 이상하다. 이번 엔 팀카가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국립극장에서 차 를 돌려 내려가 버린다. 


— 어? 오늘은 코치님은 안 가? 


— 아뇨. 남산 끝에 먼저 가 있을 거예요. 


이상했다. 남산 약수터 초입으로 올라 식물원으로 내려 가는 코스까지 일방통행이란다. 그리고 오늘 같은 평일은 괜찮은데, 주말의 경우 일반 차량은 들어갈 수조차 없게 되었단다. 자연보호, 산책로를 걷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서 바뀐 지가 꽤 오래전이란다. 자전거로만 오다 보니 그 간 이런 변화는 모르고 있었다. 남산 약수터로 향하는 산 책로로 들어서니 차량 진입 게이트가 보인다. 게이트를 통 과하자마자 선수들이 모두 스탠딩 자세를 취하더니 이내 댄싱 스프린트다. 걷기에 약간은 부담스러운 경사도 6%로 오르기 시작한다. 속도가 20 이 넘는다. 예상도 못한 스피드에 깜짝 놀라 긴장했다. 준이 내 스피드에 맞추어 가 주 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어긋났다. 


— 6 분 이내 빠르게 도착해야 해요. 누나 힘내요. — 어... 어엇.... 


그러곤 가 버렸다. 평소 대비 두 배의 힘은 쓰고 올랐건 만, 이미 나는 저 뒤의 점(백점)이 되어 버렸다. 헤어핀 뒤 로 사라진 선수들의 기가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이를 악 물고 댄싱을 치댔다. 하나 둘, 하나 둘, 흡 후우, 흡 후우, 길게 들이쉬고 마시기를 반복. 헤어핀 네 번째를 돌아 겨 우 직선 주로에 이르니 저 끝 아스팔트에 피어오른 아지랑 이 위로 준의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 는 스피드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남산 서울N타워 부근 정류장에 다다르니 선수들은 천천히 페달링 중이다. 그리고 바로 다운힐 시작. 10%에 가까운 경사도를 내려간 다. 핸들 바의 탑이나 후드를 잡는 버릇이 있는 내게 준이 옆에서 외친다. 


— 누나. 우리 스피드로는 위험하니까, 드롭 바를 잡으세요. 


많이 엎드리게 되어 오히려 무서운 웨이백 자세. 핸들로 부터 아래로 향해 구부러진 드롭 바 부분은 잡지 않아 버 릇했는데 준의 긴장된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바로 잡았다. 구부린 팔꿈치까지 힘주어 다운힐을 시작. 브레이 크 레버를 당겨 패드와 맞닿는 소리마저 긴장된다. 하지만 선수들은 달랐다. 크게 굴곡진 헤어핀 한두 개 전에만 브 레이킹 소리가 들리고 그 외엔 거의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60에 가까운 스피드로 내달린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다운힐을 마무리하고 남산 식물원 근처에 도착. 이미 도착 한 선수들은 다운 튜브에 꽂혀 있는 물통을 빼내어 물을 들이켜고 있었다. 그리곤 뒤를 돌아보며 어깨를 들썩인다. 이 녀석들 오늘은 봐주지 않겠다는 심산이구나. 


— 1.5초 플랫 오버. 아직 멀었어. 내일은 5회전이다. 


일시에 선수들에게 “어휴.”라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 왜 그래? 


— 지난번 기록보다 1.5초 늦었대요. 해서 내일은 지금 이렇게 돈 코스를 5 회전을 돌아야 해요. 어휴.... 


내겐 이게 최고 기록일 텐데. 항상 기록해 둔 자전거 컴퓨터 ‘가민’ 기록엔 분명 최고 빠른 속도치를 찍었을 텐데. 이 녀석들에게 나 때문에 느린 건가 물어보니 아니란다. 마지막 선수 앞 휠이 들어오는 시간을 본단다. 첫 선수의 기록도 안 되고 마지막 선수의 휠. 역시나 팀 경기를 위한 훈련이다 보니 함께 들어오는 시간을 재는 것 같았다. 


이어, 숭례문으로 다운힐을 거쳐 서울시청, 광화문으로 달린다. 가장 마지막 차선이 다행히 자전거 우선주로다. 숭 례문에서 출발하면 대부분 신호가 파란 등으로 맞닥뜨린다 나. 선수들 모두 거침없이 속도를 낸다. 광화문 앞 미국 대 사관 지점에서 한 번 속도를 줄일 뿐이다. 45 를 넘어 50 까지 솟구친 스피드에 온몸의 땀을 쏟아 낼 지경이다. 겨 우 숨 돌리고 있으니 지금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구간이란 다. 난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어떡하나 싶다. 하지만 오 늘은 스프린트 훈련이라고 했다. 속도를 내고 주행하다가 다시 줄였다가 다시 피크로 힘을 내어 페달링하는 스프린 트 훈련. 이렇게 하면 좀 더 멀리, 좀 더 길게, 좀 더 빠르 게 갈 수 있는 근지구력이 향상된다. 


광화문을 지나 사직터널 전. 우회전하여 바로 업힐. 또 댄싱으로 오른다. 선수들의 자세 하나하나를 봐 가며 그대 로 따라 해 본다. 이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고, 몸이 풀 렸는지 선수들의 꽁무니는 쫓아갈 여유가 생긴 듯하다. 이어 인왕산 자락의 길을 따라 로테이션. 


— 여기부터는 차가 별로 없는 공도이기 때문에 로테이 션 팀팩을 합니다. 


— 그, 그래. 그게 계속 평지가 아니고 이렇게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인 낙타에서도 가능해? 


— 흐흐. 같이 해요 누나. 저희 신호는 왼쪽 팔꿈치예요. — 응? 뭐가?
 — #팀팩 로테이션 신호여~ 


처음엔 긴장되지만 코스를 이해하고 계속해서 하다 보면 그 재미가 꽤 좋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은 자신이 앞섰을 때에만 긴장해서 힘을 많이 쓰고, 자신의 위치에 따라 힘 을 안배해 가며 쓰다 보니 장거리 경주에 매우 효과적이다. 


인왕산 낙타를 지나 잠시 속도가 떨어지나 싶더니 다시 속도를 내어 업힐 구간을 빠르게 오른다. 이제 북악 스카 이웨이 코스다. 북악 팔각정 정상까지 올랐다가 내려오기를 반복 10 회전이란다. 1 회전을 거듭할수록 당연히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3회전 즈음에 정상 부근 평지에서 회 전하기 전, 미리 준비해 저지에 꽂아 두었던 젤을 하나 꺼 내어 체력을 보충했다. 


다운힐 자세를 하나씩 보고 배워 가며 헤어핀 곡선을 돌 아 내려오는 방법, 다리 접고 펴는 모양 등을 살펴보며 하 나씩 더 자세히 익혔다. 지금 이 시간이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성장의 기회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하나씩 보고 배우 며 더 빠르지만 더 안전하게 타는 법을 이 선수들에게 배 우고 있다. 헤어핀의 곡선을 돌기 전 주행하는 공도의 반 대 차선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며 돌아 안전각을 유지하고, 속도를 내어 내려가는 선수들의 주행 방법이 꽤 입체적으 로 다가온다. 왜 그렇게 파고들며 커브를 돌아야 하나 했 더니 이유가 있었다. 헤어핀 이후 직선 주로나 반대 방향 으로 회전하는 반각에 대비하기에 훨씬 안정적이다. 이걸 스포츠 라이딩한 지 5년이 되어 가는 이제야 더 자세히 익히고 있다니. 앞으로 더 길고 더 많이 타기 위한 성장의 방법으론 최상의 훈련을 하고 있으니 너무나 행복한 시간 이다. 바람을 가르는 행복도 좋지만, 팀을 이루어 그들과 별 차이 없이 오르고 내린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즐거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7 회전 즈음 뒤따르던 팀 서포트 카의 코치님의 확성기에서 들린 한마디. 


— (띡.) 아! 아! Open! 


트레인을 이루어 한 줄로 달리던 친구들이 갑자기 대열 을 없애더니 경쟁하듯 댄싱을 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번 에도 여지없이 나를 저 뒤의 점으로 만드는 빛과 같은 스 피드로 따돌리고 모두 사라져 버렸다. 여자이긴 해도, 그래 도 나이 차이도 있고 못해도 힘은 비슷할 텐데. 이 친구들 의 스피드에 이겨 낼 재간은 부릴 수가 없구나 싶다. 오른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어이없음을 표현했더니 뒤에 있던 서 포트 카의 스피커에서 다시 한마디가 들려온다. 


— 아. 아. 선생님. 이 친구들은 아직 어리고 몸무게도 덜 나가서 그런 겁니다. 


이런. 몸무게 이야기가 나오다니. 하긴 선수들은 근육질 이라기보단 매끈한 몸매로 가벼워 보인다. 물론 나 역시 누적된 운동으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몸매라고. 하지만, 중학교 선수들의 작고 가벼운 몸과 비교하기엔 몹쓸 우량 아로 보일 수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하나. 그리고 이 7회전 을 마무리로 오늘은 10 회전은 무리라 생각했다. 점점 허벅 지의 근육이 땅기기 시작했고, 피곤이 느껴진다. 


 결국, 먼저 안장에서 내려와 북악 팔각정 앞의 공터에 털썩 앉아 버렸다.10여 분을 쉬었을까? 남은 3회전을 마 친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도착했다. OPEN 을 외치고 서로 경주하듯이 달려 그만큼 힘들었을 게다. 선수 한 명 한 명 의 미소는 사라졌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공터 주변을 뱅글 뱅글 돈다. 선수들은 안장 위에서 몸을 풀어야 했다. 그게 룰이라고 했다. 


연신 물을 들이켜다 확인해 보니 어느덧 시간이 정오에 가깝다. 서포트 카가 오더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선수들 몇 명을 불러 큰 박스를 내놓는다. 


— 아, 누나. 오늘 저희는 오후 훈련까지 있어서 점심은 도시락이에요. 


— 어, 그렇구나. 어머, 내 것도 있어? 이런 고마울 데가.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인데. 


— 배까죽이 뭐예요? 


— 아, 그, 그게 준아. 흐흣. 아 아주 배고프단 뜻이야. 


준이 미리 이야길 해 뒀다며 내어 준 도시락은 여느 음 식점으로부터 배달된 도시락과는 좀 달라 보였다. 집에서 정성스레 쌓은 도시락처럼 보였다. 뽀얀 쌀밥에 정찬식처 럼 잘 짜인 반찬통까지. 일회용 통처럼 보였지만 보온이었 다. 선수들은 길에 나서서 운동을 하고, 밖에서 먹는 식사 이니 더 따듯하게 먹으라는 부모님들의 온정이 느껴졌다. 


2단으로 된 반찬통 아래에는 국그릇처럼 생긴 둥그런 바닥 통이 나타났고, 그 안에는 구수한 향의 장국이 준비 되어 있다. 준이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 이거 집에서 만든 도시락 같다. 그지?

— 네. 오늘 당번인 친구들 어머니가 만드셨대요. — 매번 이렇게 먹니? 


— 아. 아니에요. 학교에서 나오는 걸로 식당에 가서 먹 을 때가 더 많은데, 월요일에는 이렇게 부모님들이 해 주 는 음식을 먹어요. 


— 아, 그렇구나. 준이 어머니도 이렇게 여러 개의 반찬과 국까지 준비해 주시려면 힘드시겠다. 


— 아, 그... 그게.... 


웃고 떠들기 좋아하는 녀석이 왜 이럴까. 허겁지겁 먹던 녀석이 잠시 고개를 떨구더니 잠시 조용해졌다. 무슨 일이 있나? 생각해 보니 이 녀석 지난번에도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조용해졌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 준이 아버지 어머니는 운동하는 거 크게 반대 안 하 셨니? 한국에선 보통 부모들이 운동선수 한다고 하면 많이 들 말리거든. 힘드니까. 


— 그... 그게... 전 부모님이 안 계시므니다.

— 어? 어머. 진짜? 이런. 누나가 몰랐어. 미안하다. 그랬구나.... 


— 괘... 괜찮아요. 제가 태어나서 바로 돌아가셔서 저는 잘 몰라요. 


— 응? 태어나서 바로?


— 네. 저는 지금은 운동선수지만 어렸을 땐 많이 약했대 요. 


— 어디가 많이 아팠어?

— 아프기도 했지만 태어난 것도 8개월 만이었다나요? 인큐베이터라는 곳에서 지냈대요. 


— 이런. 팔삭둥이구나.


— 팔삭둥이? 그게 뭔가요? 


팔삭둥이가 뭔지도 모르는 녀석. 아니 그럼 지금까지 누 구랑 살았냐는 질문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냈단다. 항상 밝아 보이는 녀석이 부모 없이 자랐다는 이야기에 순간 안 쓰러웠다. 어려운 가족사가 있었을 줄이야. 


— 할아버지도 사실 건강이 안 좋았대요.3년 전에 돌아 가셨다고 연락받고, 지금은 할머니와 지내요. 


— 연락? 할아버지도 같이 있던 게 아니야 그럼? 


— 네. 할머니와 한국으로 와서 살았어요. 


— 할아버지는 일본에 계셨고? 


또 다시 말없이 젓가락으로 장국을 휘휘 젓고만 있는 녀 석. 너무 안쓰러워진다. 어떤 가족사일까. 이렇게 힘든 운 동선수의 길로 들어섰는데 부모님도 안 계시고 할머니와만 지낸다니. 중간 보급용으로 가져왔던 초코 바를 하나 꺼내 어 녀석의 저지 등 포켓에 찔러 넣어 주며 어깨로 툭 밀었 다. 가까이 다가가 앉으니 이 녀석도 내가 살가워졌는지 살짝 웃어 준다. 


한참을 대답이 없는 녀석에게 더 묻지 않았다. 잠시 후 준이네 팀 선수 한 녀석이 오더니 마시라며 콜라 캔을 주 고 간다. 


‘딱, 츄욱~!’ 


조용했던 둘 사이에 콜라 캔 따는 소리만 청명했다. 한 모금 들이켜더니 한참 허공만 멍하니 응시하는 녀석. 더 침울해질까 싶어 나도 숙연해지는 순간. 다행히 녀석이 피식 웃는다. 


— 저도 사진으로만 본 엄마라 잘 몰라요. 그렇게 힘든 경험이란 것도 잘 모르고요. 엄마는 저를 낳다가 돌아가셨 대요. 여행을 좋아하셨나 봐요. 여러 나라를 다니다가 아버 지를 만났대요. 그리고 저를 낳으셨는데 두 분이 잘 맞지 않았는지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이별했대요. 


녀석의 말투엔 원망이나 그리움은 묻어 있지 않다. 무심 히 지나 버린 시간, 모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어투다. 중 학교 입학 후에야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란다. 사고로 돌아가신 엄마. 엄마와 할아버지는 무척 사이가 좋 지 않았고 서로 얼굴조차 보기 싫어할 정도였단다. 이내 준이를 낳았을 땐 할아버지와 떨어져 있었고 할머니마저 할아버지 몰래 엄마를 만나야 했단다. 떠나 버린 아버지가 한국인이었고, 엄마와 함께하지 못했으며 그것도 냉정한 할아버지의 뜻이었단다. 


— 혼자 운동하면서 할머니와 지내기 힘들진 않아? 왜 한국으로 오게 된 거야? 


—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아지셨고, 어머니가 할머니한테 부탁했대요. 저를 아버지의 나라로 데려가 달라고.


— 할머니 혼자 너를 뒷바라지하시려면 꽤 힘드시겠구나. 


— 아니에요. 그런 건 별로 없어요. 


할머니도 꽤 유복한 집안 출신이셨고, 할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난 뒤, 남겨 주신 유산이 있어 경제적으로는 힘들 지 않게 산다고. 하지만 이 녀석 표정에 전에는 보지 못했 던 그리움이 보인다. 


— 아버지를 찾고 싶진 않아? 


— 찾고 싶어요. 하지만 알 수 없어요. 아버지도 일본에 오셨었는데 할아버지 때문에 떠나셨대요. 이유는 알 수 없 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 반대 때문이었다는 것만 들었어 요. 


— 왜 반대하셨을까.

— 어머니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셨대요. 


— 어울리지 않는 사람? 


— 네. 아버지 직업이 전통도 없는 음식점에서 일하는 요 리사라 싫어하셨대요. 그리고 외국인이라 많이 싫어하셨대 요. 


— 음식점? 


— 네. 할머니 말로는 어머니가 혼자 외국에 있을 때 아 버지를 만났고, 외로워서 그런 거라고 할아버지는 마구 반 대했대요. 아버지를 꽤 좋아했고 그래서 외국에서 안 오려 는 어머니를 할아버지가 잡아 왔대요. 


할아버지는 엄마가 그렇게 되고 난 뒤 모든 가족을 미워 했단다. 엄마가 그리된 뒤부터 그랬다 했다. 친인척들과 하 나둘씩 멀어지셨고, 마지막엔 엄마가 그리된 게 할머니 탓 이라며 멀리하셨단다. 당신이 만든 가족사의 모든 잘못이 할머니에게 있다며. 할머니가 아무리 이야길 해도 듣지 않 는 관계가 되었고 급기야 따로 살게 되었단다. 이야길 들 을수록 이렇게 자란 녀석의 그동안의 외로움이 컸겠다 싶 었다. 


질문을 하면서도 조심스러워졌다. 좀 더 이야길 들어주고 싶지만 준이의 아픈 이야기일까 싶어 쉽지 않았다. 무 엇보다 느낌이 이상했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무언가 머릿 속에서 요동쳤다. 서로 다른 이야기의 끝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둘은 마주 본 느낌이다. 왜일까. 왜일까. 두 사람의 걸어온 과거를 뇌까려 또 생각했다. 이상하지만 맞닿아 있 다. 짧은 휴식 시간. 이 중요한 생각이 이 짧은 시간에 지 나고 있다. 아쉬움에 더욱 되뇌었다. 그리고 살짝 집요해지 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 그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헤어지셨어? 


— 헤어진 건 맞는데, 그럴 수밖에 없으셨대요.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일본에 다녀올 때 말씀하셨어요. 할아버지가 싫어서가 아니니까요. 엄마의 부탁도 있었대요. 엄마가 할 머니께 제 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디로 갔는지조차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제가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만 했대요. 그래서 한국으로 데려가 달라 했대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떨어져 있음 편하기도 해서 한국으로 저를 데 리고 오셨고요. 이해하기 어려워요.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복잡해요. 


— 아버지의 이름에서 나온 한국 발음을 기억해 준이의 이 름을 지어 주셨다고? 


— 네. 왜요? 아버지 이름의 발음이 제 이름이랑 비슷하 다고 하셨어요. 


뭐지. 왜일까? 왜 이런 이야기가 있는 거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무언가 한 사람의 인생과, 한 여인과, 그 부모의 이야기가 함께 평행하다.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냐는 질 문에 몇 번 뵙지 못했고 일본에선 도쿄에 계시는데 자전거 만드는 일을 하셨더란다. 그래서 자기도 어렸을 때부터 자 전거와 친해졌고 좋았단다. 


— 누나 왜 그래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 아... 아냐... 그냥.... 


멍해진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준이는 자신의 이야기 에 오히려 내가 슬퍼하는 거라 생각했는지 웃으며 이야기 했다. 괜찮다며. 괜찮다고. 하지만 이내 내 마음이 편치 않 아졌다. 


— 아무튼 저는 괜찮아요. 언젠가 꼭 유명한 프로 선수가 되면 아버지가 와 주실 거라 믿어요. 제가 열심히 운동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해요. 제 이야기가 알려지면 아 버지가 와 주실 거예요. 할머니도 그렇게 될 거라 했고요. 


‘삐익~’ 


휘슬이 울렸다. 저 멀리서 울린 듯한 거리감. 하지만 내 가슴을 누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설마. 그것도 왜, 하필 이곳에서. 생각의 꼬리를 물고 멍하니 앉아 있는 나를 일 으켜 세우는 코치의 이야기가 들린다. 


— 자, 식사들 잘했지? 오늘 오후는 지속주로 강북 강변 을 지나 양수까지 공도다. 생각보다 차가 많을 수 있으니 서포트 카와 함께 달린다. 트레인 리더는 케이던스에 집중 해. 


— 제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 어? 그... 그래. 


— 저 메신저로 또 연락해도 되죠? 코치님도 훈련 있을 때, 같이 배우고 싶으시면 누나 언제든 오시랬어요. 


— 그... 그래. 아... 아냐. 이번엔 누나가 먼저 연락할게. 


— 어, 정말요? 좋아요. 담에 또 봬요~. 


엉겁결에 대답하곤, 저 멀리 가는 준이의 뒷모습만 바라 보았다. 하지만 확신할 순 없다. 의심일 뿐이야. 우연의 우 연일 수도 있잖아. 이걸 이렇게 연결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그 사람에게도 준이에게도 어이없는 의심일 뿐일 수 있잖 아. 


머릿속에서 무언가 정리를 해야만 한다는 외침이 일어나 기 시작했다. 준이의 이름은 준석이란 이름과 일부 포개어 진다. 준석 씨도 그 사람 아버지의 반대였다고 했다. 그 사 람은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듣지 못했지만 일본인이다. 이 모든 게 이상하리만큼 맞닿아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뭔가 더 들어 봐야 한다. 확인해 봐야 한다. 그의 이 야기에서, 준의 이야기에서 모두의 사정을 좀 더 확인해야 겠다. 가야겠다. 가 보자. 가서 물어보자. 그럴 수밖에 없 다. 


아! 한데 오늘은 가게 쉬는 월요일이구나. 그래도 확인해 야 한다. 이런 이유라면 그도 나중엔 이해하리라. 메신저로 가게에서 보자고 해 보자. 바로 안장 위에 올랐다. 




#라이딩 일기: 팀팩 로테이션과 드래프트 이펙트 


팀팩 로테이션은 말 그대로 여러 명이 하나의 팀을 이루 고, 팀원 모두가 한 줄로 열을 지어 달리는 것을 뜻한다. 다섯 명씩 한 조가 되어 두 조가 10여 초의 인터벌을 두 고 출발했다. 한 줄로 늘어선 사이 앞선 선수와의 격차는 바퀴 하나 간격도 안 되게 밀접하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 다. 앞서가는 친구가 대략 10여 초 만에 왼쪽 팔꿈치를 슬 쩍 들며 우측으로 빠지면 그다음 선수가 앞으로 나가고 우 측으로 빠진 친구는 다시 맨 끝으로 이동해 따라오는 식으 로 점진 회전한다. 이 팀이 한 줄로 가는 걸 트레인이라고 하는데, 앞에서 속도를 내며 가는 듯하지만, 사실은 앞에서 바람을 막아 줌으로써 뒤에 오는 선수를 끌어 주는 효과를 낸다. 이 효과를 드래프팅 효과라고 한다. 


즉, 드래프팅 효과를 이해하고 하는 훈련법이다. 앞의 선 수가 힘을 100%를 쓴다면 바로 뒤의 선수는 80%, 그다음 뒤 세 번째 선수는 60%, 맨 뒤 선수는 40%에 가까운 힘 만 소모하고도 같은 스피드로 갈 수 있단다. 이런 연습을 하면서 선수들 간에 호흡을 잘 맞추고, 계속해서 트레인을 교대로 리드하는 훈련이다. 이런 드래프팅 효과는 선수들 에게 다양한 전술로 활용된다. 


무엇보다 도로 사이클의 경우 적게는 수십, 많게는 200 km가 넘는 경주를 하루에 달려야 한다. 말이 200km이지 4 시간 50분 정도의 시간 내에 주파하기 위해 안장 위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식사를 해결하며 달린다. 이렇게 멀리 그리고 빠른 속도로 힘을 내며 달리기 위해서는 팀의 협력 이 무조건 필요하다.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따라가며 로테이션을 돌아야 긴 경주에 힘을 분산하고, 지속적으로 안배해 가며 달릴 수 있다. 라이딩 팀 혹은 그룹으로 달린 다면 필수로 익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팀 내에 스프린터로 불리는 가장 폭발력 있 는 선수가 있다. 이 선수들은 팀의 리더이자 에이스로, 마 지막 피니시 라인에서 핸들 바를 움켜잡고, 자전거를 좌우 로 댄싱 치며 가장 빠른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순간 최대의 힘을 쏟아부어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결승선 1km 전부터 각 팀의 여러 구성원은 이 트레인을 만들고 드래프팅 효과를 최대화해서 스프린터가 최고의 마무리 스프린트를 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인왕산 길에 들어서 낙타 코스 5km 정도를 빠르게 로테 이션했다. 낙동중 선수들과 길지 않은 팀팩 로테이션이었 지만 상당히 빠른 호흡으로 옮겨 가야만 했다. 또 하나의 고급 기술을 연마한 느낌이 충만하다. 

팀팩 로테이션 훈련 중 유의사항으로는 맨 앞에 섰다고 무조건 본인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가중해서 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여러 선수가 함께 비슷한 거리를 분산해 가며 로테이션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평소 능력치를 넘어서는 힘을 쏟아 낼 경우, 트레인 리드를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 고 난 뒤 맨 뒤로 가서는, 다시 쫓아가려다 힘이 떨어져 허망하게 못 따라가고 포기하게 된다. 



(1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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