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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Apr 13. 2024

필연

자전거 타는 여자, 요리하는 남자


 가을밤. 선선한 바람이 분다. 살짝 쌀쌀한 느낌도 들어 앞섶을 여미고 벤치에 앉았다. 가끔 하나둘 지나가는 사람들. 엄마와 함께 나온 아들. 자매 같아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함께 거니는 수다의 밤.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그 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자리를 튼다. 모두 그들만의 사정이 있고, 그렇게 걷고 또 뛰어왔으리라. 오늘 우리도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리라. 작게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점점 커져 내 귀에 머문다. 오늘 밤은 길게 지나가리라. 


잠시 하늘을 보니 달빛이 은은하다. 유유히 흐르는 탄천 의 냇가에 바람이 분다. 스르르 갈대가 이는 소리가 오순도순 들린다. 바람에 흘러가는 대로, 순리대로 하라는 것처럼 보인다.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어쩌면 오늘 내가 풀어 내야 할 이야기가 그러하다는 듯하다. 내가 느낀 그대로. 다만 두 사람의 관계를 떠나 내 마음까지 온전히 담아서. 


— 자, 여기 이거 받아요. 


따스한 커피 향이 좋다. 현우 오빠가 보낸 커피라며 방금 내린 듯한 따듯한 커피. 머그잔에 한가득 채웠는지 가볍지 않다. 준석 씨와 나의 밤처럼 그윽한 향을 맡는다. 


— 저... 어제 이야기해 주어서 고마웠어요.

— 들어 줘서 고마웠어요. 이제 좀 더 저에 대해 알게 되셨으니 뒷걸음하지 않으셨음 합니다. 


— 글쎄요. 물러설거라면, 그럴 거였다면 오늘 이렇게 오지 않았겠죠. 


— 휴. 다행이네요. 내심 걱정 많이 했어요. 좀처럼 가까운 이야기는 아니다 보니. 부담 느끼셨을 거 같았거든요. 


— 어? 오늘은 반팔이네요. 


— 아, 네. 좀 더워요. 하루 종일 뛰어다녔거든요. 마침 들어오기로 했던 가을 전어가 그만 다른 점포로 가서 찾아 오느라 고생도 좀 했지 뭐예요.


— 아... 상처가 꽤 깊었나 봐요. 여기 왼팔 맞죠? 


— 네. 너무 흉하지 않나요? 


— 글쎄요. 생각보다는 작네요. 그리고 어쩌면 이 상처가 준석 씨 앞을 더 밝게 해줄지 누가 알아요. 


— 그런가요? 저는 이 왼팔의 상처보다, 그 옆에 당신이 서 있어 준다면 좋겠네요. 


—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의 손을 잡아 보고 싶었다. 살짝 그의 왼손에 내 오른 손을 포개어 봤다. 살짝 떨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떨리는 건 준석 씨가 아니라 내 마음인 듯했다. 그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그의 손과 마음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이야기 를 해야겠다. 


— 혹시 기억나요? 제가 준이라고 했던. 


— 네네. 그 어린 친구. 중학생인데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던. 


— 네. 그 친구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하나씩 풀어 이야기했다. 그 어린 친구의 출생, 한국행, 할아버지와 할머니, 자전거를 타게 된 기간과 열네 살 지 금의 나이. 그리고 준이가 아버지에 대해 할머니로부터 들은 어렴풋한 이야기들. 그때까지만 해도 준석 씨는 오로지 나에 대한 이야기, 나의 생각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준의 어머니 이야기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준석 씨 안색이 달라졌다. 무표정이었다. 


그 친구가 기억하는 할머니로부터의 어머니 이야기들. 그리고 준이 기억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왜 유럽을 가고 싶어 하는지. 왜 하필 이탈리아 지로 디탈리아 대회인지. 가벼이 말을 덧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은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 혹시... 일본 어디에서 살았는지는....

— 네. 그건 물어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도쿄에 사셨다고 해요. 


여행을 자주 했다던 어머니라는 이야기만 지나쳤을 뿐, 준석 씨가 하는 질문에 조금씩 직감하는 듯한 어조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 내 오른손으로 맞잡은 그의 왼팔이 다시 떨리고 있었다. 오래된 탄천로 벤치의 유격이 어긋나 삐져 나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모님으로부터의 후원과 일본으로부터의 할머니와 지나간 시간 그리고 준석 씨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준이라는 이름. 일본 이름은 준스케지만 한국 이름으로 준을 먼저 지었고, 일본 이름 준스케는 할머님이 지어준 이름이라는 것에서 준석 씨는 더욱더 직감한 듯했다. 


— 이... 이럴 수가... 그녀가....


— 저도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두세 번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서 우연이 아닌 거 같았어요. 


— 그... 그녀가 내게 그랬습니다. 그날. 제게, 제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가 저에게 그랬습니다. 우리 아이는 당신의 이름을 따서 짓겠노라고. 


— 그랬군요. 이런 일이. 아... 정말....

— 어떻게 사람들이 그렇게 매정할 수 있죠? 어떻게 그렇게 독할 수 있는지.... 


— 그러네요. 한데 준석 씨. 지금은 그런 것보단 준이 생각을 먼저 해야 할 거 같아요. 마사코 씨는 하늘에서 도와 주고 있는 것일 테고요. 


— ....... 


좀 더 명확해졌다. 하지만, 한참 동안 내가 들어 온 이야기를, 내 마음을 더 풀어내 이야기했다. 이런 과정이, 이런 관계가, 이렇게 알게 된 모든 사실이 어쩌면 그녀 마사코의 부탁일지 모르겠다 생각했다고. 정말 우연이고 필연이 아니라면 더 슬픈 기억이 될지 모르겠지만 해 봐야 한다 생각했다고. 


더 이야기하려는데, 벤치의 삐걱대는 소리가 좀 더 유난 해졌다. 한참을 바라보던 탄천에서 시선을 돌려 준석 씨를 보니 이내 흐느끼고 있었다. 이내 엎드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은 채. 두 손 사이로 그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살며시 손수건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의 두 손을 끌어 잡았다. 어쩌면, 사실이라면 기다려 온 필연일 거라고. 만나 보라고. 확인해 보자고.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고, 그는 끄덕이기만 했다. 하나씩 곱씹어 또 이야기하고, 다시 설명해 주었다. 준은 봄 태생이었으니 그들의 밤과 함께하고 있었고, 준의 이름은 아버지를 따랐고, 준의 할머니는 일본으로부터 할아버지를 피해 달아나 온 것이며, 준의 어머니는 어머니의 이름은... 아직 물어보지 못했다고. 그것부터 확인하면 되겠다고. 


조금 차분해지는 데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준이의 모습과, 운동하는 모습까지. 


— 고, 고마워요. 성희 씨. 왜 성희 씨에게 이 모든 일들 이. 모르겠네요. 


— 글쎄요. 왜 그랬던 걸까요. 왜 저일까요. 왜 하필 운동을 통해서였을까요. 왜 우리 집 근처로 준석 씨가 온 걸까요. 


손을 잡고 있었다. 함께. 내게 찾아온 이 이야기가 어쩌면 필연 같다고 이야기하는 내게, 준석 씨는 오히려 더 고맙다고. 함께 알게 되어 더 좋다고. 떠나간 사람이 자신을 찾아 주기를 성희 씨를 통해 전한 것 같다고. 오히려 놀랄 만한 일을 겪게 한 듯해서 내게 미안하다고. 나는 손을 건네어 그의 팔에 남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다. 


우린 한참을 거닐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늦은 밤 연락을 먼저 하기보단 할머니와 함께 있으니 아침이 좋겠다 하곤, 준석 씨에게 준이의 연락처를 넘겨주었다. 혹시나 모를 조심스러움이 우리를 밝은 등 아래 길로 안내했다. 그날 밤은 그렇게 깊고 길게 흘러갔다. 


다음 날 아침.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마치 길고 긴 스테이지를 쉼 없이 주행하고 난 것처럼, 온몸의 근육이 당기고 어긋나 있는 듯했다. 몸의 좌우 밸런스가 다 어그러진 듯한 느낌으로 움직이기조차 힘든 몸살을 앓았다. 낙차에 더불어 정신적 놀라움이 더했던 탓일까. 하지만 오늘 하루가, 그리고 내일이 더 기대되어 몸을 일으켜 봐야겠다. 시즌 오프가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로 가고 있는 가을이 야속한 나머지. 늦가을 끄트머리라도 잡아야 한다. 그들의 사랑이 다시 피어날 즈음 나도 그들의 옆에 서 있고 싶다. 그리고 함께 계획을 만들어 가고 싶다. 그들 가까이에서.


연락처를 넘겨주고 난 뒤 오히려 내 마음이 더 다급해졌다. 그제 낙차 후유증에 몸살을 핑계로 오후 반차를 쓰고 준석 씨 가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가게 실내등은 꺼져 있고, 가게 문 앞 작은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람을 만나 작은 소풍을 다녀옵니다. 늦은 휴가입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오후 세 시.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벤치에 앉는데 스마트폰이 울린다. 


— 누나, 저 준이에요. 


— 어, 그래. 준이구나. 안 그래도.... 


급작스러운 연락에 인사도 짧게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는데, 오히려 준이 내 말을 앞선다. 


— 저 추계 전국체전에 와 있어요. 대전인데요. 저 결승 진출했어요. 결승 추발경기요. 2 학년은 힘든 거래요. 3 학년 이 대부분인데 저만 2 학년이에요. 기대해 주세요. 저 이거 친구 폰이라. 끝나고 연락할게요. (뚝.)


— 누나도 할 말이... 준아... 준아?

경기 중 연락을 했는지, 급하게 전화는 끊겨 버렸다. 


다급하게 준석 씨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싶어 메신저를 실행하고 준석 씨를 눌러 입력한다. 이것도 놀라운 우연이랄까. 3 cm의 휴대폰 가로폭 건너에 ‘입력 중’이라 는 메시지가 뜨고 있다. 해서 입력을 멈추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의 마음이 어떠할지 지금은 왜인지 기다려 주어야 한고 생각했다. 


— 연락해 보니 할머니가 받으셨네요. 대전 대회에 가 있다고 합니다. 저 대전 내려갑니다. 다녀올게요. 다녀와서 이야기해요. 




Season Off 


이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나의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 잘했거나 잘못한 게 있었다면. 되돌아보는 기회일까. 내 손으로 직접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떨리는 손을 주체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녀도 차 사고로 보냈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 다시는 허망하게 누군가를 보내고 싶지 않다. 소중한 인연이다. 우선 수원역까지 택시를 탔다. 급한 마음에. 참으로 오랜만에 기차에 올랐다. 대신 KTX라고 하는 빠른 열차를 선택했다. 열차 안은 평일 오후라 텅 비어 있다.1시간 10분이면 간다고 한다.1 시간 10분. 1시간 10분이 1년 하고도 10개월처럼 느껴 진다. 


— 대전에 대회가 있어 갔습니다.


명료하지만 대화는 짧았다. 준의 할머니는 내 이름을 기억하는 듯, 아닌 듯 알지 못할 목소리였다. 하기야, 마사코의 아버지를 직접 뵌 것도 길바닥이었을 뿐이다. 내심 아는 듯한 뉘앙스로 받아 주길 바란 것도 이상했다. 그것도 십수 년 전의 사람을 황망히 보낸 마당에. 무언가를 바라는 것조차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추계 사이클 대회가 뜬다. 대전. 그래, 대전으로 가자. 가서 보자. 나를 보여 주자. 분명 그녀의, 나의 모습에서 포개어진 연과 정이 느껴지리라. 그리고 두 손을 꼭 잡아 보자. 한참 시간을 들여 물어볼 것과, 확인할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계획된 상황은 없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창밖으로 보인다. 노란 벼가 익어 간다. 고개를 숙여 남쪽으로 향해 있다. 우리 모두의 온정과 사랑도 남쪽의 준 이에게 향하는 듯하다. 한동안의 상념을 깨듯 휴대폰이 울린다. 


— 얌마, 나다. 이 복 많은 자식아.


— 뭔 시덥잖은 소리냐, 갑자기.


— 가게에 갔더니 웬일로 문을 닫으셨어? 


— 아, 좀 일이 생겨서. 바쁘다. 왜? 


— 너 인심 재러 와라. 잠시만. 아주 잠깐만 왔다 가면 돼. 


— 인심? 인심을 재다니? 인심을 어떻게 재. 마음으로 하는 걸. 


— 하하하. 얌마, 그런 인심이 아니고 네 사타구니에서 발끝까지의 길이를 영어로 I.N.S.E.A.M, 인심이라고 한 다. 이거 좀 재 보자. 


— 아, 그래. 한데 갑자기 그건 왜. 


— 몰라, 인마. 어느 여자가 방금 매장에 갑자기 찾아와서 그런다. 너와 서울 하트 코스를 돌아야겠다며 다음 주말까지 자전거 한 대를 준비해 놓으래. 


— 헛. 그게 무슨. 아... 혹시... 성희 씨가? 


— 그래, 인마. 눈치는 빠른 놈아. 하트가 커서 돈도 지가 낸다는데 넌 참 복도 많은 놈이야. 여하튼 꼭 와. 이번 주말까지 조립하려면 난 죽어났다. 다음 주부터 안장 위에 오를 네 궁둥이도 죽어났고 요놈아. 아, 참. 튜닝도하고 피팅도 해야 하는데, 그 공임비는 네가 내라. 이 복 받은 자식아! 


한낮의 기대에 찼던 성희에겐 이제 기다림의 시간. 오늘 밤이면 또 알 수 있으리라. 모두가 함께 웃었으면 좋겠건만.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오늘은 하루가 매우 길 것 같았다. 반차를 취소하고 사무실로 들어선다. 사무실로 오르는 승강기에 층간 버튼을 누르고, 잠시 후 다시 문이 열린다. 아래층에서 부장님이 회의를 하고 오시던 차인지 서류 뭉치도 한 묶음 들고 계신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사무실 파티션으로 들어가 앉는데, 자리했던 부장이 다시 일어서며 묻는다.


— 아. 일거리가 하나 들어왔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프로젝트. 꼭지 마케팅이다. 이번에 투르 드 코리아 대회라는 데 대회 홍보 프로젝트야. 누가 할래. 아. 해외에서 몇몇 선수도 온다는데 그 선수들 에스코트도 포함이고. 누가 할래? 


— 저요!!!!!!

성희의 오른팔이 천장을 찌를 듯하다. 사무실 안의 모두가 놀랐다. 열정 가득한 눈빛이다. 


성희와 준석 그리고 준. 그들은 과연 팀팩 라이딩을 하 게 되었을까? 




#라이딩 일기: 그나저나 자전거 사고 방지법 



나. 성희라는 라이더는 낙차를 하면서 잊었던 기억을 되 살려 남겨 본다. 엄연히 일본 공도의 가장자리는 도로 교 통법에 따라 자전거에게 권한이 있다. 하지만 도로에서 만나는 자전거를 고라니라 부르며 막 대하는 운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식이 있으니! 요즘엔 블랙박스 장비가 자전거 앞뒤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사고나 위협 운전 발생 즉시 교통딱지(자덕들에겐 상품권이라 불린다.)가 발부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작지만 더 잦은 사고는 탄천로에서 발생한다.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 도로로 불리는 탄천로에서 자전거 접촉 사고는 추월 시 자주 발생한다. 이 때문에 추월하는 상황의 8 가지 주요 기억해 둘 점에 대해 마무리 일기로 남겨 둔다. 


1. 반드시 추월 대상의 앞을, 그리고 나의 뒤를 먼저 살 피고 추월할 수 있는 상황인지 판단해야 한다. 당신이 안장 위에 있다면 당신은 가해자일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 라는 점을 기억하시라. 


2. 추월 당시에는 ‘추월.’, ‘지나갑니다.’, ‘먼저 갑니다.’와 같은 호신호를 해야 한다. 추월당하는 사람이 인지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거 안하고 좌회전·우회전 급하게 트는 사 람과 접촉이 발생하면 추월하는 당신이 100% 과실이란 점을 특히 기억할 것! 즉 말로 신호를 안 했다면 당신의 잘못일 확률이 크다. 다행스럽게도 당신의 손보다 입으로 나오는 신호가 빠르다는 걸 기억하자. 


3. 추월을 할 때엔 당연히 앞뒤 자전거나 사람이 없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급똥, 급설 사 등—빨리 가야 하는 경우일수록 말로 하는 신호를 더 잘해야 한다. 


4. 팀팩 라이딩인 경우. 팀이 추월할 땐 앞의 라이더가 팀 단위로 여러 명이라면 아무도 없는 직선 500m를 확보 했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팀팩인 경우라 함은 당신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뭉친 트.레.인.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5. 안전 장구. 경험해 보니 헬멧은 정말 자동차의 안전벨트와 같다. 당연히 헬멧을 쓰지 않았다면 빨리 반성하고 하나 장만하자. 참고로, 접촉 사고로 인해 헬멧이 갈라진 경우 반드시 새로 장만하자. 금이 간 흠집 있는 헬멧은 아무런 보호를 해 주지 않는다. 


6. 경험해 보니 글라스 역시 눈을 보호하는 안전 장구로 필수다. 날아든 벌레가 시야를 가려 버리거나, 탄천엔 하루 살이 뭉치들이 허공에도 창궐한다. 바람 타고 들어온 먼지와 같은 이물질로 인해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문제인데, 이럴 경우 시야를 가려 사고 위험성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반드시 시야 확보를 해야 하는 것이 라이딩이다. 


7. 정지 시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수신호하거나 “잠깐 섭니다.”라고 큰 목소리로 신호라도 하고 서야 한다. 앞서 가는 사람이 아무 신호 없이 서 버리면 뒤에서 멀리서 온 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항상 들어가 있는 문구를 기억해 보자. ‘생각보 다 가까이 뒷사람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꼭 바로 급정거를 해야 한다면 탄천로에서 갓길로 피해서 서자. 그게 본인도, 뒷사람도 배려하는 행동이다. 단, 가급적 풀이나 잔디가 있는 곳으로 급정 거는 삼가야 한다. 풀밭은 미끄럽다. 드래프트 경험을 해 보고 싶다면 모르겠지만 십중팔구 미끄러져서 넘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아스팔트나 시멘트 도로 가장자리로 비켜서 서자. 


8. 제발! 좀비 스톱은 하지 말자. “지나갑니다.”라고 추월 하려는 사람에게 아무런 신호나 표현 없이 갑자기 ‘정지’하 는 행위를 하면 뒤에 오는 이에게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행위이다. 그건 같이 죽자는 행위. 슬그머니 속도를 줄이며 우측 라인의 가장자리로 비켜 주시면 나이스! (전 개인적으 로 제가 추월하려는 좌측으로 급선회하시는 바람에 잔디밭 으로 드래프트한 적도 있습니다. 탄천에 처음 나오신 페달 링 초보분이셨습니다. 너무~ 무서우셨어요.) 



-끝- 


(연재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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