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애낙지볶음 (기흥구 어정로)
해외 출장이 잡혔다. 정말 가기 싫어서 한참을 필요성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하다 어젠다를 미리 정리하고 촘촘하게 짠 일정으로 다녀온다.
(깨톡. 깨톡)
어머니의 온라인 호출. 여행 잘 다녀오라 신다.
- 어머니 여행이 아니고 출장이라니까요
- 그거나 그거나...
- 아니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회의만 해요
- 거기는 관광지가 어디가 좋으냐?
더 이상 설명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어보시는 이유를 알기 때문. 함께 여행 가고 싶으신 거다. 올해 또 어머니를 모시고 어디든 비행기를 한 번 타야 하겠다는 결심이 마음에 서는 순간이었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용돈을 송금하셨다.
- 여행 다녀오는데 쓰거라.
- 아니. 여행이 아니... 네... 고맙습니다. 제가 점심 사드릴게요. 맛집 가시죠.
- 그래 그 집에서 보자꾸나.
하여 달린다.
우선 식사 전후 액티비티
획고 170m, 거리 19.74km
월간 누적거리 185.54km
소모칼로리: 516kcal
라이딩 러닝 타임: 1시간.
주요 코스: 죽전 - 구성 - 어정역 - 동백 - 구성 - 죽전
기온: 최고 4도, 최저 -4도, 출발온도 2도
날씨: 맑음
바람: 남서풍 2~3ms
미세먼지: 보통, 초미세먼지: 보통, 자외선: 보통
복장: 지로 헬멧, PNS 동계용 비니, 스파이더 롱슬리브 져지, 블랙약 동계용 팬츠/슈즈, 스카이시프트 고글, Rapha 라이트웨이트 재킷
한겨울에 진입. 하지만 햇살은 따스하다. 바람이 차지만 복장으로 커버하고 바람 한 결이라도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재킷을 여민다. 페달링에 식어버릴 신발 안에는 방한용 깔창 핫팩까지 완비. 춥기는커녕 열이 슬슬 올라 구성을 넘어오는 업힐에선 땀이 우수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그저 흘러간다.
운동 중 리커버리를 위한 오늘의 맛집 - 시골애낙지볶음
나 스스로 맛집을 발굴하고 선정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 밥집은 밥이 맛있어야 한다. 때문에 아무리 요리가 맛이 있어도 밥이 맛이 없으면 땡이다.
* 본디 가장 내 입맛에 익숙한 맛도 맛집이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어머니의 음식이다. 어머니의 입맛을 그대로 닮는 것은 자식 된 도리이다. 때문에 어머니가 선정하신 맛집은 내게도 조건 없이 맛집이다. 결과적으로 어머니를 따라나서서 방문한 음식점 중, 단 한 곳도 실패한 적 없다.
* 반찬이 많으면 좋겠지만 메인 요리의 감흥이나 즐거움을 해칠 정도로 다양하거나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다. 메인 요리가 맛이 있어야 하고
* 감칠맛이 강한 것에 치중한 조미료 음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특정한 맛으로 밸런스를 잡지 못하고 다른 맛을 가리기 위한 스킬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후추가 강하거나, 생강을 너무 많이 쓰는 집들이 그렇다.
그 외에도 많은 기준이 있지만 위 대표적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집이 또 이 집이다.
어머님이 직접 발굴하신 맛집중의 또 한 집. 낙지볶음을 볏짚으로 익혀낸 듯한 불맛이 구수하고, 고추장 진득하니 꾸덕할까 양파와 각종 야채 그리고 신선한 낙지로부터 나온 수분이 잘 어우러진 볶음. 이 집의 메인 메뉴다. 어머님이 정성을 담아 먹기 좋게 낙지를 손질하듯 잘라주셨다.
더불어 제공되는 청국장은 순하디 순한 맛. 해서 낙지 맛에 앞서지 않는다. 알콩알콩 들어가 있는 청국장 콩고물이 나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집의 또 하나의 백미. 솥밥. 하얗고 뽀얀 윤기가 더불어 솔솔 올라오는 김에 그만 탄복하고 만다.
첫맛은 함께 버무려 나온 소면에 올려 즐기고, 두 번째 맛은 하얀 밥 위에 낙지를 한 점 올려 호호 입김 불어 나오는 채로. 세 번째 맛은 솥밥을 덜어 그릇에 앉히고 낙지볶음을 그 위에 올리고, 삶은 콩나물 함께 듬북 올려서 비벼먹는다.
자전거도 주차하기 좋다. 주인장이 '걱정 마세요. 전혀 손대지 않을 거니 걱정 마세요. CCTV로 다 보고 있으니 안심하시고 식사하세요'라는 멘트를 들었다. 브라맛에 딱 좋은 집 아니겠는가!
다 먹고 내려오면 이 건물 1층의 카페. 어머니 모시고 커피 한잔. 어머니는 생강차. 무척 좋아하셨다. 자식 된 도리는 이렇게 소담하게 하나하나 쌓아가야 하는 것. 그저 어머니께서 오래오래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자 다음 브롬톤 라이딩 맛집은 어디일까?
(참고사항: 맛집 방문은 포스팅 당일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실제 방문일과 대략 2~3주 정도 텀이 있습니다. 광고지원도 없으며, 그 어떤 지원이나 홍보비를 받지 않는 개인적 견해를 담은 내용일 뿐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