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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성과 헤네랄리페

우리가족 스페인여행 5일차

by 스티븐


잘 자고 일어나 그라나다에서 이어간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 코어 운동, 샤워 완료.


조식을 호텔식으로 알차게 먹고 ‘붉은 성’ 이라는 의미의 알함브라 궁전으로 닷새차 여행을 시작한다.


잠시 음슴하게!

[알함브라 궁전]

스페인 그라나라 대표 랜드마크임. 이베리아 반도의 이슬람 지배 시절 (나스르 왕조) 아랍 양식으로 만들어진 곳. 해서 이슬람교의 영향이 강하게 표현된 궁전임. 198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


클래식 명곡으로 꼽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도 다들 기억하는 곳.

총 열 세계의 망루로 지어진 만큼 방어 목적으로 지었던 성이다.

모두가 기억하는 이 음악. 클래식 기타 연주로 오늘 투어 로드 출발해 볼까. 감흥 좋은 타이밍 시작이네.


헌데 감흥도 잠시. 언덕에 이상한 굴들이 보인다. 집시들의 소굴 이라네. ‘니꺼도 내꺼, 내꺼도 니꺼. 잠시 빌리는 경제관념’만 가지고 사는 집시들. 관광지 바로 근처의 토굴 입구가 살짝 부담스럽다. 지금도 저 토굴에 집시들이 살고 있다니... 세상사 경제논리와 사람은 변하기 힘든 존재의 가벼움인가.


자 다시 여행에 집중하자.

우선 알히베스 광장을 지나 궁전의 메인 성으로 불리는 알카사바 성으로 입성!


빠른 시간내 건물을 짓기 위해 이렇다할 철로된 거푸집 없이 자갈, 흙, 나무 등을 섞어서 지었다고. 이 구멍들은 막대를 놓고 다진 다음, 한 층 한 층 빠르게 올리는 간이 나무 거푸집 자국이란다.



여긴 2층 군사막사 자리. 또 나폴레옹이 들어와서 단지를 잘라버려 단층 터만 남았다고.



여긴 음식 저장고. 먼 드라마에선 현빈이 들어간 감옥으로 개작되었단다. 음식 저장고를 감옥으로 촬영하다니 ㅋㅋㅋㅋ


이건 화장실 자리 ㅋㅋㅋㅋㅋ. 생각보다 작네. ㅋㅋㅋㅋ


여긴 목욕탕!



가장 높은 망루로 오르려면 이렇게 나선형 계단 삼층 정도를 걸어 올라야 한다. 다 오르고 나면 숨이 뻥 트이는 장관을 맞이하게 되는데, 뒤로는 네바다 지구가(눈덮인 산자락), 앞으로는 바로 어젯 밤 ‘다로’ 계곡을 끼고 마을버스로 길게 올랐던 알바이신 지구(아랍인들의 대표 거주지)가 보인다. 북두칠성을 감상하던 건너편의 밤과 멀리 태양빛을 뒤로 하고 바라보는 이튿날 아침의 시간을 마주하다니 또 힐링 중의 힐링포인트구나.



까를로스 5세 궁전


중정과 박물관이 있는 궁전 건물이다. 헌데 예전엔 미완성 궁으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궁이라 한다. 박물관 안에는 다양한 아랍양식의 유물들을 볼 수 있는데, 사진촬영 불가라 입구 샷만. 아쉽다. (10여년 전 모 TV 방송 프로 할베들의 여행에선 영상으로 다 보여주더니만. 쩝.)



‘천국의 정원' 이라는 뜻의 왕의 여름 별장인데 거의 사용 안해서 아까 우연히 오르막에서 조우한 집시들이 자주 들어와 사용했다나.



아래층 기둥은 도리아식, 위층 기둥은 이오니아식이란다. 베흘림 구조를 이용해서 안정감 있는 기둥으로 구조화한 방법이라고 한다.



마무리는 궁전 뒤로 자리잡은


헤네랄리페 정원을 거닐어본다.


싸이프러스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정원 입구.


자로 잰듯한 나무 외향 모습이 이탈리아에서 보던 그것과는 좀 다르지만 - 그땐 정원이 아니라 공동묘지 ㅋ - 관리된 정원이라는 의미로 더 안정감 있네. 기념샷!


이 정원은 폭 70여 미터, 길이가 꽤 긴 모양새. 4만 3천 평의 넓은 정원으로 정규 관리 직원만 2천여명이나 된다고. 게다가 한 여름 관리 인력으로 추가 2천명 비정규 고용한다고 한다.



이 평온한 정원에 분수가 많다. 물결 없이 매우 잔잔하고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정원의 고즈넉함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 이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듣고 프렌시스코 타레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했는데 실제로는 유부녀 제자에게 사랑고백했다가 뻥 차인 뒤 담은 슬픈 곡조가 아닌가 싶기도.



정원 뒤쪽 돌아나오는 마무리 즈음엔 소정원들이 많다. 사실 이 곳에서 왕의 후궁을 귀족과 바람피게 만들어서 귀족 단체를 한 방에 날리는 방법으로 폭정을 썼는데 아벤세라해스가 그 대표적 피해 귀족으로 왕이 이 가문의 귀족 38명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고. 이 아름다운 정원에 그런 역사가 있다니 어찌 이해해야 하나 싶기도.



오늘 점심으로는 먹물 오징어 요리다. 살짝 구수하거나, 짭짤하거나, 감칠맛도 없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싶은 맛. 밥도 동남아 쌀로 별 영향가 없는 맛. 전채로 샐러드와 함께 나온 빵과 올리브유에 만족할 수 밖에.


닷새 동안의 여행 중, 이곳 스페인의 음식이 대부분 입맛에 잘 맛긴 하다. 스페인은 오후 2시~5시 대부분의 상가가 씨에스타로 문을 닫아버리고, 오후 5시 이후 문을 열고 새벽까지 운영하며 친구나 연인 혹은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나와 골목골목에서 따파스를 즐긴다고. 오늘까지 닷새중 두 번의 따파스(주전부리, 전채요리, 안주등)를 샹그리아 혹은 맥주 한 병씩 마시며 즐겼다. 하나 하나 나오는 따파스가 다 맛있어서(살짝 비린내 나는 하몽도 즐거울 지경) 좋았다.



오늘은 중식 후 바로 다섯 시간을 달려 발렌시아로 이동한다. 정말 강행군. 헌데 아니나 다를까 유일하게 오늘 점심이 잘 안맞았는지 배탈이 났다. 천운인지 살짝 아랫배 복통이 온 시기는 때마침 두 시간 여를 달리고 잠시 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했을 그 타이밍!!! 정말 다행이었다. 휴우~~

자 아직 꽤 남았다. 아랫배 조물딱 마사지 해주며 잠시 자자. 다시 휴우~~~ ㅋㅋㅋㅋ


한국 시간 기준으로는 이 시점인듯 하다. (여긴 31일 오후 16시)

이 문장을 쓰는 이 시간, 되돌아보니 다사다난 보다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잘 살아낸 한 해가 아니었던가 싶다. 프로젝트 한창으로 한 해 출발했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조사하며 봄을 보냈고, 한 여름 코로나에 감염되었어도 큰 무리 없이 잘 넘겼고, 추수의 11월 프로젝트 출시 후 더 유의미한 내년을 기대. 이렇게 가족 여행을 하며 기록으로 남긴다.


행복하다. 이 마음을 담아 인사도 남겨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eliz año nuevo.’


(정말 이 문장을 쓴 시간은 한국 시간 기준 2023.01.01 0시 1분!!!! ^^)


오늘의 종착지 발렌시아 도착기념 음슴!


[발렌시아]

스페인 17개 주 중 발렌시아 주.

빠에야와 오렌지의 도시,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임. 자신들을 지배했던 북쪽 까딸란 출신들을 매우 싫어함. 해발 16미터 밖에 안되는 항구 도시. 자동차 공장도시.


마무리 발렌시아 도착하자마자 4만 8천 평방제곱미터 크기 부지에 만들어진 박물관 전망 조망! 2.8km 정원을 끼고 보는 과학박물관 슬쩍 옅보기.


정원, 미술관, 영화관, 과학박물관까지 총 1조 4천억유로로 지어진 단지. 밤에 보는 야경에서도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니 놀랍다.


자 이제 저녁식사로. 아쉽지만 내일도 여정에 바쁘니까 어여 숙소가서 쉬어야지.

오늘의 여정 끄으~~~읏은 아니고, 한 해 또 시작하는 날이니 만큼 오늘 여행기는 가족에게 남기며 마무리 하자.


옆 침대. 우리 딸 쌔근쌔근 자는 모습이 이쁘네.

느리고 굼뜬거 같지만 마음도 외모도 너무 이쁜 내딸.

여행 중반, 더 즐겁게 다니자꾸나. 눈에 넣어도 안아픈 내 인생 최고작 우리 딸~ ^^


그리고 단 하나 뿐인 사랑. 사랑하는 아내.

올 한해도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아낼테니 날 위해주는 마음 항상 그렇게 보여주어~ 고맙소~ 한 해 또 즐거이, 열심히, 건강하게 우리를 지켜냅시다.


자 오늘 마무리는 매그너스, 산미구엘 한 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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