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아직 학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학원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보내야 하겠지요.
아직은 학원의 도움 없이 집에서 잘하고 있습니다. 성적 결과도 만족하며, 학원 다니는 아이들보다 여유롭게 시간 활용을 하고요. 선행도 뒤처지지 않게 잘 나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첫 시험을 치른 후에 있던 상담이었습니다.
네, 저희 집 고등학생이 이번 시험을 못 봤습니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의 판단은 주관적이겠지만요. 입학할 당시의 성적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낮은 등급의 지필고사 결과를 갖고 왔습니다. 공부를 안 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엄마인 저는 생각했고요. 이 눔의 아들님이 어찌나 핸드폰에 빠져 지내는지. 중학교 때와 다르게 핸드폰 사용 규칙을 무시하며 생활하더라고요. 시험 전날에도 핸드폰 게임을 하느라 새벽까지 밤을 지새우고요. 내신 등급과 아이 미래의 걱정은 엄마만의 걱정인 듯했습니다. 공부를 안 하니 성적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 습관과 핸드폰 사용 습관을 다잡아야 된다고 생각했고, 옆에서 아무리 이야기해 봤자 잔소리로밖에 듣지 않는 아이였기에. 선생님께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이유로 아이의 공부습관을 이야기했습니다.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왔는데, 뭘 더 어떻게 이야기하겠어요.
별 다른 해답을 기대하고 진행한 상담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아이 스스로 깨닫고 열심히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생각 못한 답변을 하시더라고요. 학원 중에 숙제를 많이 내고 강압적으로 하게 하는 학원도 있으니, 그런 학원을 보내는 건 어떠냐는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답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학원을 안 다니는 게 이상한가 봅니다.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요.
초등학교 때는
"00가 학원을 안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집에서 문제집만 잘 풀도록 어머님께서 봐주시면 되니까요."
중학교 때는
"00가 학원을 안 다닌다고 하던데, 정말로 안 다니나요?"
고등학교 때는
"00가 학원을 안 다닌다고 하는데요. 한 군데도 안 다니나요? 다녀야 될 텐데요."
우선, 학교에서 무슨 학원을 다니는지 학기 초에 조사를 합니다. 초등학교는 서면으로 직접 써서 내기도 하고요. 중학교, 고등학교는 학기 초의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과의 간단한 상담에서 파악을 하시고요.
초등학교 때는 오히려 학원을 안 다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상담 때부터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아이가 학원을 안 다니는 것에 대해서요. 선생님들 모두 의아해하셨습니다. 왜 안 다니는지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도 계셨어요. '학원을 다녀야지. 왜 안 다녀.'
아이들이 학원을 안 다니는 게 잘못하는 건 아니잖아요. 학원을 안 다니는 만큼 집에서 더 많이 신경을 쓰는걸요. 아이가 스스로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면도 있고, 학원 선생님의 역할을 엄마인 제가 대신하는 부분도 있고요. 어찌 됐든 엄마와 아이의 합이 맞아서 집에서 공부가 가능하고, 오히려 효율적이라 학원을 안 다니는 것뿐인데. 뭔가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듯한 눈초리로 저를 보는 듯했습니다.
엄마들끼리 모여있을 때는 많은 말을 안 합니다. 학원을 안 다니면, 공부를 안 하는 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선생님께는 곧이곧대로 이야기했지요. 그런데 그러지 말 걸 그랬나 봐요. 학원을 다닌다고 학원의 학생들이 모두 1등급의 점수를 받는 건 아니잖아요. 학원을 다녀도 공부를 하는 아이는 하고, 안 하는 아이는 안 하고요. 그런데 왜, 학원을 안 다녀서 공부를 안 한다고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고등학교 내신 결과가 낮게 나와 속상한 마음도 있었지만, 선생님께서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내 내신등급이 낮게 나온 것처럼 말씀하셔서 더 속상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남학생들의 생활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에 대해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냥 학원에 보내시라는 답변밖에 듣지를 못했네요.
저 나름대로 여러 해결방법을 써봤거든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대화도 해보고
시간의 효율적 사용에 대해 이야기도 해보고
미래의 직업과 생활에 대해 이야기도 해보고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읽어보라고 선물도 해보고
핸드폰을 압수하는 관리형 독서실이라는 곳을 알아봐서 상담도 해보고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폰 상담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고요.
물론 아이가 다 거부를 하며 싫다고 했지만요.
아이에게 통하는 게 없길래 내가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나, 고등학생들의 경험이 많은 담임 선생님께 여쭤봤던 거예요. 뾰족한 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소소한 도움 되는 이야기가 있을까 해서요.
학원은 아이가 지금도 싫다고 합니다.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해요. 나중에 필요하면 다니겠다고 하면서요. 아이가 핸드폰 사용습관에 대한 문제점은 스스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고쳐보겠다고 결심도 하고요. 그런데도 핸드폰에 자꾸 손이 가는 아이를 보며 엄마 혼자 또 고심합니다. 그렇다고 학원만 보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혼자서 요리조리 고민하다가,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의 1학년 남학생을 수소문했습니다. 멘토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형아를요. 열정적이고 계획적인 멋진 형아를 한번 소개해주고 싶었습니다. 지난주에 한 번 만났는데, 다행히 이번 방법은 아이에게 통했나 봅니다. 작심 1일이던 아이가 일주일 동안 바른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아이가 학원을 필요로 하면, 학원의 도움을 받겠지만.
학원과 상관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원을 선택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부모가 바로잡지 못하는 생활습관을 학원이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는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본질은 아이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 거니까요.
다행히 저희 아이는 엄마의 말은 듣지 않지만, 멋진 이웃 형아의 말은 잘 듣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고등학교 생활을 후회하지 않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