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란숙 개인전',달빛.. 소리를 쬐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신란숙 개인전 “달빛..소리를 쬐다” 갤러리 인사아트프라자(5/29~6/3)
「신란숙」의 전시는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층 4관에서 열리고 있었다.
주제로 "달빛..소리를 쬐다"를 내걸었으니, 분명 이의 상징과 메시지에 작업의 의미를 담고자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기본적으로는 "달"을 관계적 대상으로 삼아 ‘달항아리’를 그리면서 "마음"을 화두로 하여 회화 작업을 시도하는데, 달항아리를 “마음 항아리”라 하며 직접적으로 자신의 주제의식을 연결하려고 시도한다.
누구라도, “마음이란 무엇인가요?”라는 말도 안 될 것 같은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분명 당황하게 된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사람들은 답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평소엔 잘 모르고 있다. 그저 "내 마음이야!" 하며 마음을 아무렇게(?) 쓰기나 했지, 실제로 우리는 자기 마음조차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렇게 "마음"을 대놓고 화두로 던지는 것이 실은 어려운 도전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자신에게 ”경청“은 중요한 예술적 태도이며, 청각적 경험이 회화적 영감을 가져다주고, 그림 너머영역으로 범위를 확장해 준다.“라는 생각을 밝히고 있는데, 작가의 마음을 ‘달항아리’와 ‘소리’를 통해 전하려는 것에 귀 기울이는 독자의 상호적 경청을 기대하면서 이번 개인전을 통해 ‘마음의 소통’에 대한 바람을 제안하고 있다는 뜻이 전해졌다.
언젠가부터 ‘백자대호’가 별도로 "달항아리"라는 고유이름을 갖게 된 이후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달항아리를 그려왔다. 기존의 백자가 가진 이미지와 달을 닮은 모양에 관련을 두고자 한 것은 자연스런 접근이며 이끌림일 터이다. 그런데 「신란숙」의 달항아리는 기존의 이미지들과는 좀 다른 듯하였다. 기존의 달항아리에는 은은하고 수더분하며 넉넉하고 관대한 이미지를 통하여 무엇이든 관련되고, 담거나 대신할 수 있다는 폭넓은 접근이 있었다면, 「신란숙」은 이에 자신만의 특별한 무엇을 직접 연결하거나 재해석 하려는 듯하였다.
전시된 작품을 비추고 있는 실내조명 탓도 있지만, 특히 드러나 보이지 않게 옅은 색으로 달항아리의 이미지를 그리면서, 달항아리 그림의 기본이라 할, "빙렬(氷裂)"이나 달항아리가 고유하게 가지는 얼룩이나 무늬를 세밀하게 표현하는 한편, 그 표면에 은근하면서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게 작은 점들을 찍어두고 있다. 점의 형태는 원이라기보다는 사각 형태였고, 다소 틔는 붉은색이거나 짙은 남색이었는데, 주로 항아리의 아래 부분에 숨겨두고 싶은 듯이 표현을 하고 있으니 은밀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작가의 시도가 분명한 주장처럼 노출되어 그 느낌이 예사롭지 않게 전달되었다. 필자는 뒤늦게 그림의 제목을 보니, "마음항아리"라 하였고, 연작으로 그리고 있었다. 즉 달항아리를 “마음”에 대신하려는 시도라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마음항아리3」 38*45 석채 나전 2024
「COSMOS」 73*91 옻칠 나전 2024
달항아리의 자연스런 이미지인 달.
달은 마음을 담는 그릇, 생명을 담는 거대한 그릇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달에 담을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생명의 원천, ‘숨’을 부여하는 에너지에 이르기 까지 모든 생명체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Cosmos”와 다름 아니라는 생각의 확장에 다다른다. 결국 작가는 우주의 일부, 창조의 근원, 생명의 터전 중 하나일 "달"과 인간의 근본인 "마음"에 대한 탐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판단을 하도록 한다.
이로써 달항아리에서 출발한 인식의 단서들이 길게 꼬리를 물어 생명 탄생의 근원에 까지 나아가고자 한 것이다. 이를 세밀하게 나누어 탐닉하거나 몰두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며, 현재에서는 다소 거창한 접근이며 사고방식이랄 수 있지만, 작가의 진지한 성찰 태도로서 대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주와 생명, 인간의 존재를 지배하는 마음의 연결고리는 경건하며 깊이가 있어 보인다.
이런 탐구적 주제의식과 구조에 따라 작가는 마음과 생명의 근원인 달항아리의 외형에 주목하고 있는데, 달항아리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면서 형체라는 인식이다. 인간을 수용하고 머무르며 살아가게 하는 달(물론 아직은 사람이 살거나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니며, 단지 상상과 마음으로 인간과는 오랫동안 깊은 관련을 가진 대상이다), 또는 우주 등 겉으로 드러난 것을 통해 사물의 존재와 현상을 파악하는 지식인인 사람에게는 자연스런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달항아리는 달의 상징으로, 또한 인간을 끌어안고 담을 수 있는, 아직은 다가갈 수 없지만 오래도록 그런 대상이 되어준 달의 또 다른 인식의 표상으로 정하고자 하였다.
작가는 이런 달항아리를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면서 자신의 창의적 인식을 담아 재현하고자 하였고, 그 결과, 여러 가지의 달항아리가 그려진다. 또한 작가의 실험적인 작업도 포함되고 있는데, 물감과 붓으로 작업하는 회화 작품임에도 자개가루를 달항아리 그림에 입히고 옻칠을 한 후, 사포질을 하여 물감과 잘 어울리게 조합되도록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새로운 달항아리 그림을 완성해 낸 것이다. 작가는 이 작업과정에서 경험한 사포질 소리를 기억하려했고, 이를 독자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달빛..소리를 쬐다"는 바로 그런 의도의 표현이다. 자신의 작업과정에서 경험한 마음을 독자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기대가 한편 특별하면서도 가상하게 여겨진다.
「신란숙」 작가는 이번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전통 옻칠기법을 장인으로부터 배워 자신의 회화작업에 적용하였다고 하였다. 자개를 입히고 옻칠을 해서 만들 수도 있는 달항아리를 자신의 회화그림에서 그대로 시도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작품을 완성한다고 해도, 작품은 결과적으로 물감으로 마무리하는 것이기에 중간과정의 이런 노력이 대중들에게는 묻히거나 알아차릴 수 없게 될 수도 있지만, 작가는 자신이 행한 이런 과정을 스스로 알고 있으며, 한편 그림에서도 이런 표시와 효과가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 분명 그림 자체에 반드시 그 분위기와 메시지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결국 이런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하였다.
마음항아리5 30*30 석채혼합재료 2021
이런 특별하고 남다른 작업과정으로 완성한 까닭인가? 대략 20여점의 작품들은 비록 소품에(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해당하는 그림들일지라도 가볍지 않은 무게감과 깊이가 느껴지는 중후함이 있다(물론 달항아리는 생명이 살기에 필요한 물과 바람을 간직하고 있어 새와 물고기가 살기도 하고, 꽃이 피고 지는 아름다운 산천과 다름 아닌 이 땅이며, 우주라는 인식을 여성작가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터치로 표현하고 있지만). 특히 일관된 주제의식은 전체적으로 은은하면서도 여운이 오래 남을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또한 마음 편안한 소통을 이끌어 내려 했던 작가의 노력은 어느 정도 부드러운 열정을 통하여 독자들에게도 전달되었으리라 믿어진다. 향후가 더욱 촉망되는 작가로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대한다.
(강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