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안쪽_20.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오래 전부터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하략)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지않은 길(The Road Not Taken)」, 피천득 역)
이 시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봉착하는 선택의 순간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이미 인간은 이런 선택의 불가피한 갈등을 수없이 겪어오면서 당연한 듯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시를 통해 다시금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한다. 삶 뿐 아니라 세상의 어느 것도 동시에 선택하여 행하는 것은 불가한 일인 것을 알기에, 어찌할 수 없는 아쉬움을 이런 시를 통해서라도 마음을 달랠 수 있어서 위로가 되기도 하며, 한편으론 결코 ‘가지 않은 길’이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가 볼 수도 있는 것이니 그때를 위해 남겨 둘 수도 있다는, 선택할 수 없으므로 포기한 미래지향적인 꿈을 새롭게 설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와 성찰, 미국적인 삶의 모습과 일반 대중의 정서와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시인이라고 평가받는다. 프로스트는 19세기 중엽(1874년)에 태어났다. 넉넉한 가정형편이 아니었으며,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기까지 한 상황에서 매우 곤궁한 삶을 경험하였음에도, 그가 바라보는 관점은 대자연에 대한 긍정성을 바탕으로 한 성찰과 예지로 가득 찼다. 나아가 그는 일상적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은유를 시적 언어로 표현함으로 해서 대중시인이라 불리며,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는데,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프로스트를 매우 좋아해서, 그를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하여 프로스트의 자작시를 취임식에서 낭송하도록 하기 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 시「가지 않은 길」은 프로스트가 20대 중반일 때 쓰여 졌다. 당시 그는 직업도 변변하지 못하였고, 문단에서 인정받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대학에서 공부는 하였으나 제대로 된 졸업장도 받지 못하고 있던, 그래서 매우 우울하고 고민이 많았을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한다. 그럼에도 이 시에서는 매우 강인할 정도로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전망을 읽을 수 있다. 그의 mentality가 매우 성숙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젊은 나이임에도 넉넉한 감성을 통하여 자연을 관조하는 태도로 자신의 처지에서 당장이 아니라, 보다 도전적이며 미래적인 입장에서 자신에게 주어질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자 함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선택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둘 다 가질 수 없으니, 또한 한번 뿐인 기회에 최적의 판단을 하여야 하므로 누구든 주저하거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때 대개의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선택의 어려움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겪는 부정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스트는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밝고 건강한 판단을 내리고자 한다. 이미 두 길을 모두 가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물론 그래서 가볼 수조차 없는 길에 대한 아쉬움을 잠시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는 중에 자신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필요한 생각을 정리한다. 그의 결심은 오래 걸리지 않고, 두 길중에 남들이 덜 선택하였을, 사람들이 거의 가보지 않아서 풀이 더욱 무성한 미지의 길을 선택하고자 하였다.
(상략)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하략)
프로스트는 비교적 도전적인 쪽을 선택하고자 하였는데, 미지의 세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나 결국 자신의 의지와 용기, 도전을 의도하며 나름의 패기를 드러내었다. 우리의 선택은 늘 어렵다. 결국은 별 차이가 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좀 더 나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고자 주저하고 고민한다. 또한 우리는 가지 못하는 길에 대한 미련을 언제라도 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프로스트는 비록 선택할 수 없었기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언젠가는 그 길도 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인 것을 프로스트도 스스로 그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면서도 오직 하나에 매달리거나, 만족하지는 못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언제까지라도 마음에 담아두면서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그 대상에 대한 미련을 마음에 간직하게 된다. 그리고 궁금해 하면서 그때 그 선택을 반대로 하였으면 어떠했을까를 오래도록 생각해 보게 된다. 프로스트도 우리들의 이런 심정을 동일하게 겪으면서 솔직한 심경을 시구(詩句)에 담고 있다. 여전히 세월이 많이 지났더라도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게 된다. 그럼에도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을 것이며, 그래서 현재 자신이 선택한 길을 잘 걸어가면서 만족해하도록 열심히 지내겠다는 위로와 각오를 자신에게 던지게 된다.
요즘 시대보다 150년 전에 살았던 프로스트의 내면의 목소리는 오늘날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것은 우리 인간들이 가진 기본 심리가 크게 다르거나 달라지지 않는 것이기에 그럴 것이다. 우리는 늘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을 더욱 나은 쪽에 있을 수 있도록 이끈다. 삶은 간단하고 쉬운 것이 아닌 것이며, 우리에게 평생 동안 주어지는 무수한 선택과 의사결정은 이런 갈등과 고민, 그리고 그것의 반대급부에 대한 기대와 의지에 의한 것일 것이다. 다시 한 번, 이「가지 않은 길」을 읽으며, 우리 삶을 돌아볼 때, 지금도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가? 또는 다른 선택은 다시는 내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의 선택을 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하려고 더욱 애쓰거나 자신을 다독여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지난 날 선택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가 볼 수 있을 것으로 남겨 둔 “가지 않은 길”이 마음 속에선 떠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바람직한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여전히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