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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갤러리 산책가는 날.6

박승태가 그린 고향 그리고 자연의 소리

by 강화석

박승태의 13회 개인전이 6월26일부터 7월1일까지 '갤러리라메르'에서 열린다.

“고향 그리고 자연의 소리”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전시이니, 이 작가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만하였다. 실제로 박승태 작가는 고향, 또는 자연의 4계(季)를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행복과 희망의 안식처가 고향의 자연이라는 것을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정서에 고향은 늘 그리움의 장소이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꽤 되는 편이라, 고향이 반드시 자연 풍광과 함께 떠오르는 장소만은 아닐 테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고향을 그린다면 자연과 어울리는 정취나 이미지를 상상하게 된다는 것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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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태 작가의 고향 이미지는 자신이 살았던 고향이거나 누구나에게 통할 친숙한 자연의 어떤 곳에서 발현된 것일 텐데, 그 이미지를 4계절로 각각 재현하거나 연작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이것은 작가의 친절하고 세심한 태도일 것이다.

지금은 하지가 막 지난 6월 말경이고 한 여름이기에, 봄의 모습은 이미 지나간 시절의 추억처럼 떠올릴 수 있으며, 가을과 겨울의 이미지는 아직은 다가오기 전이므로 계절감각을 맞추기에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박승태 작가가 선정한 작품의 소스source가 된 자연이나 대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자 구상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독자들은 부담없이 그 뜻을 받아들여 편안하게 작업과정동안 그가 원하고 꿈꾸었던 생각들을 교감하면서 공감하면 될 듯하다.


그림속의 장면들은 특별한 곳은 아닐 지라도, 막상 그곳에 가 있게 되면 어렵지 않게 젖어들 만한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들이다. 지금 도시 한 복판에 있다고 한들, 그곳으로 공간이동하여 가 있고 싶은 그런 곳이다. 그곳의 모습을 사실적인 터치와 표현방식으로 화폭에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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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캔버스에 롱샷(long shot)으로 잡은 너른 유채꽃밭들의 연작,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게 시원하고 통쾌하다. “벚꽃” 그림은 꽃이 만개하여 절정에 이른 뒤,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그 길을 걷는 남녀의 뒷모습, 분명 앞모습은 어떨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듯하며, 많은 사람들이 벚꽃 길을 따라 걷는 행렬에는 독자들도 그 무리를 따라 같이 걷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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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의 집 몇 채가 나무숲과 어울려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맑고 깨끗하다.

그 마을의 어딘가로 통하는 산길은, 그 길을 따라 길 끝 너머까지 가 보고 싶게 한다. 온통 붉은 빛의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그림은 진달래꽃을 그린 것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진달래꽃이 군락을 이룬 곳에 막상 가보면 이것이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작가는 자신의 감정의 수준을 조절해 가면서 자연에 동화되어 그 감정을 화폭으로 옮겨오려 노력하였다는 것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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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태의 여름 그림은 시원한 바닷가의 한 여름 뭉게구름과 텅 빈 백사장을 거니는 한, 두 사람 만을 채운 간단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생략적이고 은유적이다. 이는 철 지난 바닷가를 연상하게 하면서, 이런 바다를 누구의 가슴속에라도 품게 하고 싶다는 의도를 담은 듯도 하다.

일자형의 해안선과 수평선이 하늘에 떠있는 구름과 언밸런스(unbalance)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를 통해 박 작가의 또 다른 잠재성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며 자기만의 눈으로 자연을 재현하려 노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래전 15세기에 ‘피렌체’에서 「회화론」을 쓴 작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는 “부지런한 화가는 자연의 관찰에서 모든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회화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을 재현하는 데 진력한다(Leon Battista Alberti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고 하였는데 ‘항상 자연에 묻고 자연을 모방하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박승태 작가는 지금까지 13번의 개인전과 40여회에 이르는 각종 참가전을 통해 매우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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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 겨울 함박눈이 내려쌓이는 길을 여러 사람들이 우산을 받고 어두워지는 길을 지나치듯 귀가 중인 듯 장면들을 사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도시의 어느 한 부분이다. 큰 도로가의 버스 정류장, 시장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길가, 시간은 밤이 깊어지는 시점이어서 온통 검은 색 톤으로 흐릿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어두침침한 거리와 시장을 검은 색 톤(tone)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틈틈이 노란 색의 전등 빛이 마치 문 닫은 가게의 실내에서 비쳐 나오듯 그리고 있으니, 작가는 소홀이 하지 않으며 온기와 점감을 화폭에 담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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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전시실을 훑어보니 이런 식이다. 또한 특정 소재를 연계하여 테마별 시리즈를 다양한 크기로 그려 한 곳에 모아 전시하니 그림의 주제의식과 표현의 다채로움이 살아난다. 그리고 작품을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그림속 내용을 부각하거나 실감을 더하기 위해 입체감을 살리려고 애쓴 흔적들이 나타난다. 유화물감을 듬뿍 짜내서 마치 점묘하듯 찍어 덧칠하고 높이를 의도적으로 살려내니, 길가의 짙은 가로수의 잎새들은 실감있게 입체감이 나고, 한편 나뭇잎은 바람에 들떠 흔들리는 듯 느낌이 전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자연을 잠시라도 잊고 지낼 수밖에 없는 것은 도시생활은 그대로 바쁜 일상이고 여유없이 하루하루의 일정을 따르다 보면, 틀에 박힌 주어진 일과 과정을 쳇바퀴 돌 듯 반복하게 된다. 그런 일상에서 가끔은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가거나 자신의 주된 삶의 공간을 벗어나, 다른 환경을 찾아 잠시 그 곳을 경험하고 느낌을 얻는다 해도, 그것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따라서 그곳에서 새롭게, 또는 알고 있었던 소소하지만 소중한 무언가를 되새겨보고 원래의 뜻을 정서적으로 체험해 본다는 것은 사실상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한편, 우리의 형편상 자연 조차도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을 수도 있다. 고향이나 자연이 가진 본래의 메시지, 그것들이 전해 주는 소리를 소홀이 하지 않고 귀 기울이는 삶은 어쩌면 그동안 일상의 삶에서 잘 느낄 수 없었던 행복과 위로의 그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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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중견이상의 관록을 가진 작가, 박승태의 자연친화적인(?) 그림을 보면서, 그가 자연을 소재로 작품을 하게 된 이유는 오늘날 인간의 삶은 점점 더 무력해 지고, 여러 부분에서 힘겹고 지쳐가며, 나아가 상처받는 일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나름의 치유책을 모색하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였다. 일단 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밝아지고, 어두침침하고 쓸쓸해 보이는 눈 내리는 한 겨울일망정 귀가하는 발걸음은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는 훈훈함이 차오르며, 또한 한 여름의 넉넉하고 너른 바다와 하늘을 보면서 탁 트인 시야와 더불어 가슴을 열어 제치고 마음껏 포용하는 호연지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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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박 작가의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미 엿보았으면서도, 넓고 깊은 바다 한 가운데에서 홀로 투망질을 하는 어부의 연작 그림을 보며, 박 작가가 가진 앞으로의 포부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였다. 작가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세상의 사물로부터 아름답고 미학적인 원천을 자신의 재능과 안목으로 만들든 그려내든 세상에 재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분명코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만 행한다는 것은 매우 소아적인 인식에 불과하다. 보다 넓고 멀리 시선을 던지며 자신의 역할과 소명이 자신으로부터 확장되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 이 작품들을 통해 그 비전과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강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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