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당연한 '외로움'

감정탐색 page.17

by 바다별다락방


외로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표준국어대사전


한 사람이 살아갈 때, 그의 인생에는 단 한 명만이 존재한다. 나는 이 사실을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인생에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각적,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현실에서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진짜 현실은 단 한 사람, 즉 '나(의 관점)'만이 전부다.






최초의 기억에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생을 자각한다. 타인을 만나 소통을 하기도 하고, 갈등을 겪어내며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은 그에게 어떤 신념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는 타인을 자신의 시각에서 해석하기 시작한다. 또한 어떤 현상을 자신의 관점으로 판단한다. 그것에 오류가 있는지 아닌지는 알 필요가 없다. '그저 그렇게 믿음'이 그의 현실이 된다.


어느 순간 스스로가 자각하고 믿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자신의 눈에 비친 타인이 이상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는 이상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일까. 알고보면 우리는 각자의 인생길에서 여태껏 '나'라는 한 사람과 살았을 뿐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순간부터 외로움을 느꼈다. 외로움을 자각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눈을 떠보니 외로움은 인간에게 있어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외로움을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결국 나의 인생에서 함께하고 있다고 느꼈던 타인은, 내가 인지한 타인에 불과했다. 스스로가 변화하면 타인이 변화한다. 실은 그가 변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자각하는 나의 관점이 변화했기에 그가 달라졌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말의 비밀은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세상은 그런 것이었다. 법륜스님의 "이 세상은 뭔가를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놀이처럼 살아라."는 말씀이 실은 진리에 가까운 말이었다. 어차피 '나'의 지각으로 벌어지는 일, 정말로 외로움이 필연인 것이라면 하루하루를 놀 줄 알아야 한다. 심각해질 이유가 없다. 앞서 말했듯, 한 사람의 인생에는 그저 '그'만이 존재한다. 인간은 외로움이 주는 즐거움의 참맛을 알 때, 그제서야 그의 생을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외롭지 않은 외로움도 있다.
그것은 자신을 더 잘 알게 해주는 시간이다.
-로마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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