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탐색 page.18
공허하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다.
실속이 없이 헛되다.
표준국어대사전
허하다, 헛되다, 허전하다, 공허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떠올려보기는 쉽다는 데 있다. '말로 해보시오.'라고 한다면 어려운 것들이 마음에 구멍이 뚫린 그림 한 장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우리는 줄곧, 그 공허함과 같은 모호한 감정들에서 도망치고 싶어 한다. 어떤 것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에서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가 모호함을 확실히 하려는 욕구는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종종 이 모호한 공허함과 마주한다. 얼른 피해버리고 싶은 이 공허함을 우리는 불편해하는 것이다. 설명할 수도, 정의 내릴 수도 없는 공허함 속에서 또 다시 길을 잃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공허함을 다루기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공허함 속으로 빠져들어가 보면,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밑바닥을 마주한다. 공허한 상태에서 우리는 무의식의 자신과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나'가 '나 자신'임을 거부하는 곳에서 드러난다. 그 순간, 심연 속에서 눈을 감고 있는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실은 결코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았으나 자신일 수밖에 없는 그를 결국 만나게 된다. 그럴 때는 공허함 속을 타고 들어가 그와 나의 관계에서 '공감'을 찾아내야 한다.
상담 용어 중에 라포(rapport)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의사소통에서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상호신뢰관계를 뜻한다. 상담 관계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친밀도를 나타낸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람을 만날 때, 우리도 모르게 라포를 형성하려는 제스처를 취한다. '아, 너는 그러니?', '나도 그래.'라는 암묵적인 공감 반응과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감각적 따뜻함 속에서 라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공허함 상태에 있을 때, 우리는 심연 속에서 만난 자신과 라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눈을 감고 자신의 공허함을 따라간다. 그리고 허공 속에 낚싯줄 하나를 던져놓고 그를 기다린다. 그의 마음이 올라올 때를 기다린다. 이윽고 이쪽에서 그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닿는다면 그는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라고.
그리고 그와의 반복적인 만남은 더 이상 텅 빈 것이 아니게 된다. 그 공허함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의미 없이 헛헛하다고 느꼈던 시간 동안, 실은 그 허함의 시간이 있기에 충만함에게 내어줄 공간도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앞으로도 여여한 눈으로 공허와 충만의 시소를 타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공허함 속에 온전히 머물렀던 시간이 자양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