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탐색 page.12
벅차다:
1. 감당하기가 어렵다.
2. 감격, 기쁨, 희망 따위가 넘칠 듯이 가득하다.
3. 숨이 견디기 힘들 만큼 가쁘다.
표준국어대사전
벅차다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뜻은 상당히 상반되어 있다. 첫 번째 의미는 감당하기가 어렵고 고되다는 것이며 두 번째 의미는 긍정의 감정이 넘쳐흐른다는 느낌이다. 그 어느 쪽이든 벅차다는 감정은 그 말만으로도 가슴이 뻐근해진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벅참의 감정을 자주 느껴보았는가. 특히나 첫 번째 벅참에 비해 두 번째 벅참을 얼마나 자주, 더 많이 느껴보았는가. 마음속의 희망이나 기쁨의 벅참은 돌이켜보면 일생에서 열 번도 느낀 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의 벅참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전자의 벅참에서 후자의 벅참으로 우리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의 전반기에서는 벅차다는 말이 주는 의미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그 방향성이 어느 쪽이든 내 안에서 엄청난 느낌의 파도가 일어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다양성을 겪고 내 안의 큰 불길이 조금은 타 없어진 후 잔잔한 불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벅차다는 것은 그 말이 아니었다. 사전적 정의에서 '3번', 숨이 견디기 힘들 만큼 나를 헐떡이게 만드는 것의 벅참이 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1번', 남은 인생을 계속 부침으로 선택할 이유도 없었다. 내가 선택한 벅참은 '2번' 중에서도 아주 작은 조각이었다. 그러니까 작은 희망의 불씨를 내 안에서 꺼뜨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매일 자기만의 소소한 벅참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답이었다.
바깥을 바라보면 인생은 너무나 두렵다. 고되고 막막한 벽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벅참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안에 너무 침잠한다면 블랙홀 같은 벅참이 또 자신을 가두게 될 것이다. 자기만의 소소한 벅참은 이런 것이다.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아주아주 작은 일을 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고됨을 씻기 위해 인센스를 피우는 행위가 자신에게 작은 벅참을 가져다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집에 읽으려고 사 둔 책 한 권을 펼치러 가는 길에 벅참을 느낄 수도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걷는 것, 혹은 퇴근 후에 먹으려고 사 둔 냉장고 속 아이스크림에 벅참을 느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벅참은 엄청 크고 거대한 열정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벅참은 상을 받거나 합격을 했던 순간이 아니었다. 다만 어리고 풋풋한 한 소녀가 관심있는 분야의 서가에서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마음속에서 느끼는 간질간질한 설렘이었다.
자신만의 벅찬 어떤 것. 작은 벅참이 쌓이면 바로 '그것'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준다. 미술치료장면에서도 자주 쓰는 방법이다. 그 누구의 의견을 떠나 자신만의 작은 벅참을 발견하기. 정말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너무 사소해서 그것이 벅찬 것인지 아닌지 까맣게 잊어버릴만한 어떤 것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