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몸인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거죠?

그럼, 잘 먹고 잘 쉬어요.

by Malika
수국은 토양에 따라 꽃색이 바뀐다. 산성 토양:푸른색/알카리성 토양: 붉은색 중성 토양: 분홍빛이 도는 흰색, AI가있는 산성 토양: 매우 푸른 색


수술을 하기로 했다.

마음먹기까지 힘들었고

마음먹어도 힘들고

마음을 먹으려고 해도 힘들었다.


입원 후, 이런저런 검사로 수술대에 오르기를 기대했다.

이 기대는 수술만 하면 일상으로 복귀할 거란 허망한 기대와 같았다. 내가 기댈 것은 오직 그뿐, 어디에도 내 몸을 비스듬히 눕혀 기댈만한 곳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일상생활을 남들처럼 평범하게 했다. 살이 좀 쪘을 뿐.


검사 결과가 나왔다.

갑자기 수술이 안된다는 의사의 답변만 귀에 맴돌 뿐, 내분비내과 진료를 보라는 말만 돌아왔다.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아직 멍한 상태로 내분비내과 협진,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아주 아리따운 의사 선생님이 아주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갑상선 항진증, 스트레스로 인한. 수술은 지금은 불가하니 약을 먹으면서 다시 확인해보고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단다.


그전 수술 날짜를 잡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잠을 잘 수없었고 잠이 들 수도 없던 몇 달이었다.

그 일이 아주 큰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몸과 다르게 마음도 내 마음대로 안되다니. 퇴원을 하라는 오더가 떨어지자마자 퇴원을 했다. 있어봤자 할 것도 없으니 처방받은 약을 한 봉지 받아 퇴원을 했다. 다시금 피검사를 받아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까지 연기되었다.


내 인생인데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 몸도 왜 내 마음대로 안되는지 아주 분했다. 씩씩거리고 또 씩씩거렸다.


그런데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좀 편했졌다. 마음 편히 있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정신없이 일하다가 한 달 정도 안식월을 받은 듯했다. 웃겼다. 이게 웃을 일은 아닌데 웃음이 나왔다. 집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라디오 볼륨을 한컷 올렸다. 그전에 시끄럽게 들리던 라디오 소리가 오늘따라 날씨만큼이나 화창하게 울려댔다. 6월쯤이었으니 아주 날씨와 찰떡궁합이었다.


가끔, 물론 자주, 아주 빈번히 내 인생임에도 내 인생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이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거나 또는 남일처럼 느껴지는 그런 때가 있다. 그런 시간에 굳이 지금의 순간을 깨버리고 현실로 돌아오라고 말하지 싶지 않다. 둥둥 떠다닐듯한 기분을 원 없이 만끽하고 난 다음에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도 된다. 그 시간들을 곱씹고 곱씹어 내 몸에 알알이 박힐 때까지 씹어서 소화를 시켜 나의 에너지로 축척시켜야 한다.


근 4달간의 병원생활을 하면서 제일 그리웠던게 있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고 싶었고, 구운 삼겹살을 먹고 싶었고, 동네 공원 산책도 하고 싶었고, 맛집 기다리면서 줄도 좀 서고 싶었고, 내 방에서 티브이로 한갓지게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면서 원 없이 티브이를 보고 딩굴딩굴거리고 싶었다. 병원, 한 평남 짓 안 되는 그곳을 5~6인실로 나눠서 같은 사람들끼리 공유를 한다는 것만큼 꽤나 피곤한 일이 없다.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개인이 쾌적하게 있기에 필요한 점유 공간이란 뜻이다. 집 지키는 개처럼 누가 내 집에 침범하는지 으르렁, 으르렁 신경을 곤두 써야 하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끝이 없이 해야 하며, 밤낮이고 들러서 간호사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며, 소리 내어 울 수도 없는 곳, 그 외에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그러한 곳이다. 비밀이라는게 없는 곳!


1인실이 비싼 이유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면 그냥 마음대로 내버려두자' 하는 심정이었다. 굳이 내 맘에 들려고 노력하지 말고 내 맘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저도 그랬어요. 평범했을 때 '왜 못해? 의지가 약해서 그런 거야!' 으스대던 적이 있다. 아주 거만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몸뚱이를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없어!'라고 그냥 단정 지어 버렸다. 그랬더니 훨씬 수월했다. 몸도 마음도!!


당신도 본인 몸인데 내 마음대로 안된적이 있나요? 춤을 출 때도 좋고 노래를 부를 때도, 그 어떤 때도 좋아요.


당신이 생각했던 모습이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뭐 그래도 어때요. 내 몸이고 내 마음인걸요!


@카르페 디엠/마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