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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랜드 Apr 11. 2021

엄마, 나도 한신아파트에서 살고 싶어요.

엄마, 나도 한신아파트에서 살고 싶어요.


 오, 뿌렌! 친구를 부를 때 우리 동네 아이들은 서로를 이렇게 불렀다. 우리 반 친구 S를 한신아파트 상가 앞에서 만났다. S와 나는 같은 반 친구이지만, 학교에서는 친하지 않았다. 학원 앞에서 보자마자 오, 뿌렌! 서로를 부르자 우리는 23년째 절친이 되었다. 1999년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수학 점수가 15점이 나오자 우리 엄마는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였고 나와 보라를 한신아파트 상가에 있는 소사 학원으로 보냈다. 수학 시험을 보지 않았을 때까지 나는 피아노 학원과 방과 후 교실에서 서예를 배웠고 구몬 학습지로 수학을 공부했다. 보라도 나와 같이 피아노 학원을 다녔었는데 선생님께서 보라가 피아노를 다 치지 않고 동그라미를 빨리 칠했다고 오해를 하고 혼내는 바람에 보라는 피아노 학원에 가기를 싫어했고 그렇게 우리는 재미있는 것을 그만두고 공부를 위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서 소사 학원에 가려면 한신시장을 거쳐 가야 했다. 한신 아파트와 한신시장의 중간 통로가 연결된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다가 한신시장에 부산 어묵 가게에서 노란색 꼬치(200원) 짜리를 신나게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S와 나는 빼빼 마르고 키가 크며 긴 눈을 가졌다. 우린 머리도 똑 단발을 하여 쌍둥이로 오해를 받을 정도로 닮아갔다. 나의 절친한 친구 S네 집의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였다. 시골에서 상경하여 부천에 자리를 잡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자녀를 돌봐 줄 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학원을 가거나 부모님이 안 계신 빈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S와 나는 학원에 가기 전 2시간의 공백을 같이 라면을 끓여 먹으며 놀았다. 우리 부모님도 시골에서 상경하여 부천에서 우리 세 자매를 낳았기 때문에 아빠가 외벌이를 했고, 엄마는 손수 만든 음식만 우리에게 만들어 주셨다. 그런 나에게 냉동음식과 라면을 먹을 수 있는 S의 집은 파라다이스였다. S의 부모님은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하여 2000년 4학년이 되던 무렵 한신시장 근처의 주택 전세살이에서 한신아파트 104동 전세로 이사를 갔다. S는 드디어 아파트 키즈가 되었다. S의 부모님은 2002년 집값 상승 시기에 전세살이를 그만두고 107동 아파트를 매수했다. 이듬해에는 소사초등학교 근처에 빌라를 매수했다. 그러던 어느 날 S의 집은 다시 소사동 3층 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또다시 2년 뒤 1층 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S의 집은 무리한 부동산 투자로 집안 사정이 갑자기 어려워졌고 아버지는 타 지역에 직장을 구해야 해서 가족이 떨어져 살기까지 했다. S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안의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했다. 내 친구 S는 어린 시절부터 똑 부러지는 아이라서 20대에 거주 목적의 내 집을 마련했고 자기 자신의 인생을 잘 살고 있다.     


 우리 초등학교에서 가장 좋은 집에 사는 친구 J는 한신아파트 109동에 사는 친구였다. 한신아파트에 살면서 푸들을 키운 친구가 있었는데, 아이들 중에 가장 부러움을 샀다. 자세한 집안 사정은 모르겠지만 J네 집도 2003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소사동에 한 빌라로 이사를 갔고, 일진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109동에 살던 또 한 명의 친구 N은 외동딸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외동딸인 친구는 많지 않았다. N의 집은 부천시 중동역 인근에 경과년수가 40년 이 지난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절친했던 친구이기에 초대를 받아서 집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 나는 친구네 집이 망한 줄 알았다. 소사동에서 제일 좋은 집에 살던 친구가 왜 이렇게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갔을까?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부동산학을 알게 되면서 이 친구네 집이 재건축이 되어 중동 래미안 팰리스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 우리도 한신아파트로 이사 가요~!라고 조른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한신아파트에 놀이터에 자주 갔고, 친한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였다. 학원도, PC방도, 펌프장도 한신아파트 상가에 있었다. 그 당시에도 한신아파트는 지어 진지 20년이 넘은 아파트이기에 이 보다는 신축 빌라를 매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우리 부모님은 신축 빌라를 매수하셨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부동산 붐이 생기면서 빌라도 잘 팔렸고 소사동에 오래된 주택들이 필로티 주차장을 낀 빌라로 많이 지어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정부가 건축규제를 완화하여 드라이 피트 방식으로 빠른 시간 내에 빌라를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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