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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랜드 Apr 11. 2021

화장실을 같이 쓰는 사이

화장실을 같이 쓰는 사이


 나라 설비에 7살부터 초등학교 6학년 까지 살면서 샤워는 아빠가 가게 귀퉁이에 직접 시멘트를 발라서 만든 샤워장을 사용했고 화장실은 남부 전자와 함께 수세식 화장실을 함께 이용했다.  가게에 새로 이사를  남부 전자도  부잣집이었다. 지짜 돌림의 남부 전자  자매는 라짜 돌림의 나보소 자매와 나이도 비슷했고 남부 전자의  딸과 나라 설비의  딸은 매일 모여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피카츄 배구 게임을 같이 하기도 하며 문화생활을 함께 했다. 한신시장에는 알뜰 마트가 있었는데 지금의 다이소 같은 생활용품 염가 매장이었다. 세상의 오만가지 물건이 진열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 라지 자매는 알뜰 마트에서 공테이프를  와서 라디오에 나오는 음악을 녹음하기도 하여 듣고 싶은 노래를 저장해 두었다. 어느  핑클의 영원한 사랑 안무 연습을 같이 하는데 서로 성유리를 맡으려고 다투기도 했다. 우리 라지 자매는 LG전자, 삼성전자가 서비스 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기 전까지 함께   있었다. 전자 회사에서 직접 A/S 해주는  당연해지면서  이상 전파상에서 전자제품을 고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남부 전자 지짜 돌림의  자매는 서울에 외갓집으로 이사를 갔고, 우리의 영원할  같았던 우정은 그렇게 끝이 났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면서 목욕탕에 가는 것이 싫었고 가게 한구석에서 샤워를 하는 것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부모님께서는 모르는 이야기이지만 4학년 무렵에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았다. 겉에 보이는 부분만 깨끗하게 다녀서 매일 머리를 묶어 주는 엄마도 눈치를 채지 못하셨다. 가겟방에 사는 걸 친구들에게 들킬 까 봐 자꾸 고개를 숙이고 다니게 되었고 뒷문으로 들어가서 집에 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눈에 띄는 아이가 되는 걸 스스로 거부했지만 공부를 잘했던 편이라 반에서 학급회장이 되기도 하고 학급 친구들에게 존재감이 있는 편이었다. 하루는 멜빵바지를 입고 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주번을 마치고 소변이 마려워서 같이 주번을 하고 있는 친구와 함께 화장실을 갔는데, 멜빵이 잘 벗겨지지 않았다.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소변이 바지로 나와 버렸다. 그 순간 나는 침착하게 친구에게 코트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친구는 나와 함께 집에 가 주었고 옷을 갈아 입고 다시 학교에 갔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내일 학교에 갈 것이 두려워졌다. 혹시 이 친구가 내가 오줌을 싼 사실을 소문을 내면 어쩌지? 그래서 나는 각서를 만들어서 “오줌을 싼 사실을 소문내지 않는 대가로 500원을 주겠다.”라고 작성하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에게 500원을 주면서 사인을 받았다. 아마도 나는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라서 오줌싸개로 소문이 날 것이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것 같다. 다행히도 2021년 지금까지 소문이 나지 않은 걸로 보아서는 입이 무거운 친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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