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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미 Oct 31. 2024

6. 두부 이야기

  강아지 ‘두부’는 태어난 지 3년 동안 엉킨 털과 목줄에 묶인 채 주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대. 인근 주민의 제보로 구조 시도가 있었으나, 주인은 두부를 미용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개를 풀어버렸고 이후 두부는 도로를 떠돌다 지자체 보호소에 들어가 안락사 대상이 되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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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의 눈에 띄어 이곳으로 오게 된 떠돌이개는 ‘두부’라는 이름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거야. 3년간 엉켜 있던 털을 깎아내고, 심각했던 장염과 기관지염 치료와 탈골수술을 하며 몸과 마음을 회복해 갔어. 처음에는 사람을 경계하던 두부였지만, 쉼터에서 따뜻한 돌봄을 받으며 차츰 경계를 풀고 사람들과 다른 개들에게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대.


  이제 두부는 동그란 눈과 뽀얀 털을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강아지로 변했어.




  나는 두부야. 내 이름은 최근에 생긴 이름이야. 예전에는 이름이 없었어. 아무 의미 없는 소리로 부를 뿐이었거든. 난 어릴 때부터 마당 한쪽에 묶인 채로 지냈어. 모두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지. 나는 태어나서 3년 동안 한 번도 털을 깎아 본 적이 없었고, 그 털들은 마치 무거운 갑옷을 두른 것처럼 내 몸에서 얽히고설켜 있었지만 그 또한 원래 그런 줄 알고 살았던 거야. 먹는 것도 가끔 주인이 마당에 던져주는 음식이 나였는데, 그걸 먹고 나면 배탈이 나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곤 했지.


  주인이 나를 바라봐 주기만 해도 난 너무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었어. 내 곁으로 다가 오기만 해도 좋았고, 나를 쳐다만 봐도 좋았어. 난 늘 그의 사랑을 갈구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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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나를 풀어주더니 어디론가 가버렸어. 그리고는 마당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지. 그때부터 나는 길을 떠돌게 됐어. 흐르는 냇물에서 목을 축이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큰 도로까지 가버린 거야. 그때마다 겁이 났지만, 배는 고프고 갈 곳은 없고… 그렇게 길을 떠돌다 보니 결국 누군가에 의해 한 보호소로 가게 된 거야.


  내가 "안락사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 그게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어. 하지만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주었어. 그리고 내 삶이 확 바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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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터에 도착했을 때, 처음 본 사람들이 내 엉킨 털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깎아주기 시작했어. 매일 느꼈던 무거운 갑옷 같은 털들이 점점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드디어 내 피부는 시원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어. 몇 시간 동안 털을 깎아주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으며 털이 자라면 두부처럼 하얗고 예뻐질 것이라며 "두부"라고 불렀어.


  처음에는 사람들이 무서웠지만, 이곳에서는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좋은 음식을 주고, 가끔 장난감도 던져줬어. 내 몸이 점점 나아지면서 장염과 기관지염도 치료받았고 병원에 가서 탈골 수술도 받았어.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팠지만 왜 그런지 몰랐거든. 묶여 있으면서 목줄에 의지한 채 두 발로 서서 당기는 행동이 내 다리에 무리가 많이 갔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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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하루하루 더 건강해졌어. 그리고 내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지. 이제는 낯선 사람도 곁에 있으면 편안하게 느껴지고,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뛰어놀 수 있게 됐어. 이곳 쉼터로 와서는 더 많은 친구들도 생겼어.


  이제는 ‘두부’라는 이름이 좋아.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거든.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정말 소중히 여겨줘. 어쩌면 앞으로도 나를 지켜줄 새로운 가족이 나타날지도 모르지. 그때까지 나는 두부라는 이름으로 평화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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