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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똘짱 Apr 15. 2020

나도 엄마가 있다 - 세상에 내 편

서른한 번째 고자질

엄마는 늘 내 편이었던 거 같아. 세상에 내 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고, 내 편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홀로서기를 배우는 요즘 절실히 느껴.


오늘은 아이들이 싸웠어. 싸웠다니 보다는 삐졌다고 해야 할까. 여자 아이들 무리에서 한 명이 서러워하더라고. 이유를 물어봤더니 친한 친구 하나가 자기편을 안 들어줬데. 상황을 더 들어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어. 내 생각에는 정말 별 것 아니었는 데 자기들끼리는 중요한 문제였나 봐. 그렇게 울고 불고 할 정도로 말이야.


학교 끝나고 놀러 갈 장소를 정하는 데 혼자만 다른 의견을 냈나 봐. 다른 친구들은 놀이터에서 놀자고 했는데 본인만 운동장에서 놀자고 했다나. 자기 말을 안 들어주니까 따돌림당하는 느낌이었고 다 자기편을 안 들어준다고 생각이 들어 눈물이 터졌데. 나로서도 다른 친구들로써도 쉽게 받아주기 싫은 투정이었어.


물론 상처 안 받게 잘 타일러주고 의견이 다르다고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해시켜줬어. 결국 그렇게 다 함께 교실에서 노는 것으로 극적 타결을 보았어. 나의 희생이 눈부셨지. 언제 싸웠냐는 듯이 언제 울었냐는 듯이 해맑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현명하다고 생각이 들었어. 뒤끝이 잘 없거든.


그렇게 나의 오후 시간을 놀이 시간으로 보내고 빈 교실에 홀로 남았어. 교실이 조용해 지니까 귓가에 어렴풋이 맴돌던 소리가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어.

“다 내 편이 아니에요!”

누구나 모두들 내 편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있겠지. 

그건 어른이 된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기에 단순히 아이의 오늘의 모습이 아니라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고민에 빠졌어. 

분명히 무엇인가 속상한 것들이 누적이 되어서 오늘의 모습이 나타났을 거야.


근데 아이가 말한 그 “편”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뭔가를 결정할 때 늘 자기 마음대로 하게 해주는 것일까?   

아니면 늘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사람?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항상 나를 위해서 희생을 하는 사람?

속상할 때 아무 고민 없이 달려갈 수 있는 사람?


이 말을 하면서 나는 줄곧 한 사람이 떠올랐어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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