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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신 Jul 13. 2024

존재코칭

Who are you?

 10여 년 전 상담을 통해 뭉쳐 있는 듯한 실타래가 풀린 듯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쏟아 낼 수 있었고 그에게 위로와 공감을 받은 것이 나에게는 귀한 시간이어서 상담의 과정이 기다려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와서 인식하는 것과 삶의 불일치를 느끼게 될 때 더 힘이 들었다. 그냥 몰랐으면 덜 힘들었을 텐데 덮어두었던 감정들이 봇물처럼 터지자 스스로 주체가 안 됐던 적이 있었다. 안다는 것과 그대로 삶을 사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 그처럼 강하게 와닿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미웠었다. 어린 내가 가졌던 불안과 두려움을 살펴주지 못한 엄마가 미웠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셨음을. 예쁘게 꾸며주며 사람들에게 자랑하시곤 하셨고 이런저런 도움을 주셨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내가 만난 나의 7살은 나에게 소리친다. '왜 그때 아무도 나에게 어떤지 물어보지 않았어'라고, 표현 못하고 눌린 나에게 다가와 나의 마음을 물어보지 않고 지난 간 그 시간에 대해 나의 7살은 울먹거렸다. 그렇게 표현되지 않았던 감정의 덩어리가 쓰나미처럼 나에게 몰려와 혼돈의 시간을 가지며 하지 않았고 표현하지 않았던 나를 드러내기 시작했었다. 얌전한 모습에서 나오는 걸걸한 웃음소리에 엄마는 내 등을 툭치며 '여자가 그렇게 웃니'라며 훈계를 주셨지만 나는 그 웃음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몇 년이 돼서야 깨닫게 되었다. 드러내지 못한 나의 감정의 숨구멍이었음을. 그래서 그렇게 웃는 것이 좋았구나 싶다.


 어린 시절 종이 인형 놀이를 좋아했다. 종이 인형의 옷을 그리고 색깔을 칠해 가위로 잘 오리면 내가 만든 옷이 인형에 걸쳐진다. 비록 1차원적인 작업이었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내 친구덕에 난 밑그림에 예쁘게 색칠을 하며 인형 옷 만들기에 푹 빠졌다. 아마도 표현하고자 하는 나의 욕구가 삶이 아닌 이런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물어본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에요?

그의 대답에 그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되나요?

심문하는 거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와의 영혼의 대화에 그는 잠시 침묵할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표현할 말을 찾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물어본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자신의 역할에 대한 모습을 얘기할 수도 직업과 욕구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맨 마지막에는 빈 보따리 안을 털어 본다.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린 자신을 이야기할 때 자신의 보따리를 열어 본다. 그 안에 있는 것을 하나씩 꺼내 말해 보지만 정작 그 보따리만 들고 있고 자신을 놓칠 때가 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어떤 마음이 드나요?


상담 이후 만나게 된 코칭은 나에게 너무 신선했다.

인식된 것이 삶으로 드러나기 위해 나는 어떤 것을 목표로 삼고 실행할 수 있는지 미래의 이야기를 스스로 해 볼 수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거다"라고 소리를 쳤다. 내가 나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둘 도구가 코칭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몇 개월 신나게 코칭 실습을 하며 나의 수많은 목표에 다트를 날리며 점수를 매기는 시간들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역동성이 나에게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 훨씬 후련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나를 보게 되었다. 많은 움직임에 집중하는 나를. 인정받고 싶고 스스로의 욕구를 실현하고 싶은 나를 보게 되었다. '왜 내가 어떤지 물어봐 주지 않았어'라고 울먹거렸던 나의 7살이 이제는 사춘기를 맞이해서 스스로 만나는 다양한 도전에 누군가의 인정과 스스로의 욕구 충족에 매달려 있음을 말이다.


나의 존재를 맞이하는 시간, 그 시간에서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잘 들여다보고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 이유로 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을 글로 표현하며 나와 만나는 시간은 정말로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내 안의 있는 나도 미처 보지 못한 여러 보물들이 하나씩 보따리에서 나오는 시간이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며 감정이며 통찰임을 안다. 그렇게 나의 모습 하나하나가 보따리에서 나와 표현되는 것을 본다


코칭은 상대를 잘 반영하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들여다보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코치는 지원해 준다. 코칭을 통해 상대가 가진 성과와 잠재력을 표현할 수 있고 삶 속에서 이루도록 힘을 주게 된다. 그 과정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뿌리를 비추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어둠이 깔린 무대 위 

아직 시작되지 않은 연극을 지켜보는 관객은 무대 위 배우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한다.

그들에게 조명이 비치고 한 명씩 자신의 배역에 몰입해 이야기를 할 때 그 연극은 관객과 함께 호흡된다.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는 것은 배우뿐 아니라 관중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삶도 그렇다.

아직 끝나지 않는 삶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그 삶 속에 내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내레이션으로 하는지, 대화로 하는지, 무언의 연기로만 하는지는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론 배우도 관중도 된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할 수도 있다. 그렇게 표현되는 자신의 이야기는 하나의 작품이 된다.


오늘 나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나

오늘은 무대 위에 올라섰는지 아니면 관객의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지

오늘의 나의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귀를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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