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으로 버티는 시기는 지났다. 척이 아닌 진짜를 살자.

진짜를 살 때가 왔다. ‘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by 꽉형 헤어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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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척“하면 진짜로 잘하는 사람이 된다고 말합니다.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이 없는 척을 잘하는 사람이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여유로운 척을 잘하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우리의 뇌는 당신이 진짜로 가지고 있는 생각과 당신이 흉내 내고 있는 생각을 구분하지 못하기에, 처음에는 연기를 할 뿐이지만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뇌는 정말로 당신이 용기 있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 착각하며 나중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러한 태도가 삶에 묻어 나오게 된다고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실패해도 당당한 척하고, 두려워도 대담한 척하고, 불안해도 잘하는 척하고, 불편해도 괜찮은 척하고 우울해도 즐거운 척을 하라고 전합니다. 그저 그런 척을 하기만 해도 우리는 어느새 우리가 꿈꾸는 대로의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사실 저는 독일에 나오기 전까지 딱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척“하다 보니 그렇게 된 케이스 말이죠. 정확히 몰라도 눈치로 아는 척하고, 회사에서도 선배들이 어떻게 하는지 어깨너머로 확인하고 나도 그런 척을 하다 보니 상사들이 부지런한 사람으로 봐주고, 학교에서도 수업에 잘 참석하고 잘 따라가는 척을 했더니 교수님과 조교님들이 잘 봐주어 이미지로 어느 정도 플러스 요인을 받은 그런 사람 말이죠. 그렇기에 그렇게 „척“만 해도 순탄한 하루하루를 보냈었습니다. 그리고 „척“의 일상은 독일에서도 이어졌죠. 한국에서는 „득“이었던 이 습관이 독일에 와서는 „실“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알았지만 그렇게 살아온 저의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았었습니다. „척“의 한계를 마주한 것은 어학생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바뀌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한계를 마주함은 대학원생 시절까지 이어집니다.


프라이부르크에서의 첫 2달을 보내고 도르트문트의 어학원으로 옮긴 저의 독일어 수업 레벨은 B1.2였습니다. 딱 기초를 뗀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준은 저에게 있어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사실 버거운 수준이었습니다. 저희 한국인들이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 많은 이들이 그렇듯, 문법은 꽤나 쉽게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어휘의 한계와 함께 읽기, 듣기, 쓰기, 그리고 말하기는 너무나도 따라가기 버거웠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듣기와 말하기는 재앙 수준이었죠. 사실 듣기와 말하기만 본다면 B1.2 레벨이라기보다는 이제 A2 수준이라도 해도 될 만큼 최악인 상태였죠. 수업시간에는 집중하지 않으면 독일어가 귀에서, 입에서, 그리고 손에서 탈탈 털릴 정도였기에 집중해서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발표도 곧잘 했지만 대부분 발표는 문법에서였죠. 하지만 사실 그것은 발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문장에서 문법적으로 옳게 만들어서 읽는 것이 전부였죠. 지금은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학습방법도 많이 바뀌었기에 외국인과 대화를 함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들과 비교하면 저의 학창 시절은 수능을 위한 주입식 영어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기에 비슷한 결로 문법은 잘하였지만 다른 부분은 문법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문법을 잘 따라갔고, 그 대답을 잘하였기에 저는 크게 낙오되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오히려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수업을 잘 따라오는 아시아인 특유의 모범생 이미지의 학생이었습니다.


그런 이미지는 처음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신감도 붙었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발표를 하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것이 반복되면서 저의 한계는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진짜 대입을 위한 어학시험을 치르기도 전, 대입 어학시험 준비반으로 올라가기 위한 학원 내 시험에서부터였습니다. 점수로는 낙제를 하고 해당 코스를 다시 한번 더 듣고 실력을 키워야 했지만, 당시 담당 선생님은 „평소에는 잘하더니 시험 칠 때 무슨 문제 있었니? 어디 아팠었니?“ 라고 질문을 했고,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싶었던 저는 „긴장도 했고, 그로 인해서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었다.“ 라고 핑계를 대었습니다. 그리고 그 핑계를 빌미로 성적이 안되었지만 대입 어학시험 준비반으로 올라갈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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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의 한계는 더욱 명확해지고,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저의 실력은 많이 부족하였습니다. 당시에 저는 이를 알고 있으면서 애써 부인하고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척하지 말고 실력을 키워. 언제까지 척으로 시험에 합격할 수는 없잖아. 공부도 척하지 말고 진짜로 하란 말이야. “라고 이야기를 해도, 귓등으로 들었었죠. 왜냐하면 저는 그렇게 수업을 따라가고 있었고, 와이프와 언제나 같은 레벨의 코스를 들었기 때문이죠. 와이프의 실력이 저보다 월등히 높았다면 고민을 해보고 조언을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편협한 마음은 저를 좀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결국 저는 제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하고 있었던 '척'은 정말로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나? 그 '척'이 진짜 나를 성장하게 했던 걸까?" 이제는 더 이상 '척'만 해서는 넘어갈 수 없는 순간에 다다른 것입니다. 실력이 부족한 것을 인정하는 게 두렵고, 그동안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게 불안했지만, 그 불안은 결국 내가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 봐 더 커지더군요.


저는 결국 '척'을 내려놓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남들 앞에서 보이는 모습에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진짜 실력을 쌓아가고, 내가 부족한 점들을 차근차근 고쳐나가기로 했습니다. 어학원에서의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진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척'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비로소 저는 진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점점 자신감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쌓아가며 점수를 올려가고 있었죠.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결국 '척'만으로는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진짜 나를 만들어가는 것은 남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아닌, 내가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진실된 성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그 길을 제대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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