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떠날 캐리어. 이것들은 꼭 챙겨봅시다.
2016년 9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 티켓과 독일 남부 도시 프라이부르크의 괴테인스티튜트에 기숙사와 함께 2개월의 어학 수업을 등록하고 나니 실감이 났습니다. 이렇게 독일행을 확정하고 나니 출국까지 4개월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결혼까지는 1개월이 남았었습니다. 독일어 공부도 당연히 해야 하고, 결혼 준비도 당연히 해야 하지만, 독일로 가지고 갈 짐을 싸는 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였습니다.
남들은 결혼을 앞두고 예쁜 모습을 남겨야 한다며 다이어트에 돌입하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위장에 차곡차곡 챙기고 있었습니다. 일생에 한 번 남는 결혼사진이지만 3달 후에 독일로 나가는데, 몇 년간 먹지 못한 그 음식들이 저희를 너무나도 유혹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위장에 차곡차곡 음식들을 채운 것처럼, 캐리어와 이민 가방도 채워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챙기는 짐 이외에, 독일에 N년째 살아보니까 „이건 가지고 오길 정말 잘했다.“ 혹은 „이거 가져와야 했었는데 깜빡하고 안 가지고 왔네.“라고 생각했던 물건들. 그 애증의 물건들 10개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 리스트는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 등의 이유로 다를 수 있지만, 주변의 유학생들이나 거주하는 한국 분들에게 물어봐도 자주 등장하는 물품들이니 만큼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물품들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주의 깊게 봐주세요.
가장 먼저 „감기약과 소화제 등 상비약“들입니다. 물론 독일에서도 약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죠. 하지만 독일에 채 익숙해지기 전, 독일 생활 초보 시절 몸이 아프면 집생각이 아련해지게 마련이죠. 익숙한 약은 마음의 안정제라고도 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아플 때 먹던 익숙한 약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곤 합니다. 특히 감기약을 한국에서 자주 복용했던 분이라면 꼭 챙겨 오시기를 권해드리는데요, 독일에서 감기라고 감기약을 따로 처방해주지 않고 대부분 따뜻한 차를 마시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소화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약이 아니어서 평소에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새로운 음식에 적응하는 데에 무리를 느끼신다면 챙겨 오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독일의 약국은 물론 신뢰도가 높지만, 처방전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약도 많기에 구입에 제한적인 약들이 많습니다. 제가 통풍약 구입할 때 그랬거든요… 그러니 간단한 자기에게 맞는 약은 작은 약 포트에 챙겨 오길 강추!!
이번엔 파스와 핫팩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는 핫팩보다는 파스, 그중에서도 붙이는 것보다는 바르는 파스, 특히 맨소래담을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자꾸만 예전처럼 운동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쉽게 삐끗하곤 하죠. 그럴 때마다 맨소래담은 말 그대로 작지만 강력한 구세주가 되어줬습니다. 물론 아내는 그 특유의 냄새를 싫어해서 마음껏 바를 수는 없었지만요. 반대로 핫팩은 아내가 훨씬 더 좋아했던 아이템입니다. 몸에 열이 많지 않은 편이라 겨울엔 늘 손이 차가웠거든요. 저도 가끔 ‘지금 핫팩 하나만 있었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작고 얇은 그것이 주머니 안에서 따뜻해질 때, 그 온기는 단순한 열이 아니라 한국의 겨울, 집의 온기까지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주방 아이템 이야기도 조금 해보자면, 제가 꼭 추천하고 싶은 두 가지는 바로 쇠젓가락과 코인육수입니다. 코인육수는 예전에는 다시다나 미원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멸치, 사골, 채소 육수 등 다양한 종류의 코인형 육수가 나와 있어서 훨씬 간편하고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요리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 육수 하나만 있으면 국물 요리의 맛이 확 살아납니다. 정말 요리의 퀄리티를 확 끌어올려주는 ‘신의 한 수’ 아이템이에요. 그리고 쇠젓가락, 특히 우리가 익숙한 납작한 형태의 젓가락은 독일에서는 쉽게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나무젓가락이나 중국식 젓가락은 많지만, 밥 먹을 때 손에 익은 도구가 아니면 미묘하게 불편하더라고요. 구관이 명관, 밥이라도 편하게 먹고 싶은 분들께는 쇠젓가락, 강력 추천합니다. 직접 써보시면 ‘아, 이래서 사람들이 챙겨 오는구나’ 하실 거예요.
이어서 제가 추천드리는 물건은 „히트텍“, „바늘/실 세트“, „손톱깎이“, „화장품“, „지퍼백“, 효자손“입니다. 먼저 히트텍. 앞서도 언급했지만, 열이 많은 저보다도 열에 약한 아내에게 훨씬 더 실용적인 아이템이었어요. 독일은 실내는 따뜻하지만, 외출하면 매서운 칼바람이 기다리고 있죠. 그럴 때 얇고 따뜻한 히트텍 하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발열 타이즈까지 더해지면 독일의 겨울도 견딜 만해집니다.
그리고 의외로 자주 필요했던 게 바로 바늘과 실 세트입니다. 옷이 뜯어지거나 단추가 떨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흔한데요, 독일에서는 이런 간단한 수선도 가격이 꽤 비쌉니다. 작은 바느질 하나도 직접 할 수 있으면 시간을 아끼고 비용도 줄일 수 있죠.
손톱깎이 역시 한국에서 쓰던 걸 챙겨 오시는 걸 추천해요. 독일 제품 중에는 날이 잘 안 들거나, 손에 익지 않는 모양도 많아서 은근 불편하거든요.
화장품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자기 피부에 맞는 제품이 있다면 꼭 챙겨 오세요. 특히 기초 제품이나 자외선 차단제는 성분이나 질감이 익숙하지 않아 적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성분들이라면 꼭 기억해 주세요. 남자용 스킨이나 로션은 독일에서 선택지가 극단적으로 적습니다. 쓰시던 제품이 있다면 넉넉히 준비해 오는 걸 추천드립니다.
또 하나, 지퍼백은 진짜 생활의 마법템입니다. 음식 보관은 물론이고, 여행용 소품 정리나 작은 물건 분류에도 너무 잘 쓰입니다. 몇 팩 챙겨 오시면 틈날 때마다 ‘이거 가져오길 잘했지’ 하실 거예요.
마지막으로, 효자손. 처음엔 이걸 굳이 가져가야 하나 고민했는데요, 막상 와보니 진짜 손이 자주 갑니다. 팔이 안 닿는 등짝, 긁어줄 사람 없는 독일 생활에서... 작지만 은근한 효자템이 되어줬습니다.
이렇게 10개의 물품을 채워보았는데요. 이 외에도, 상황에 따라 챙겨두면 좋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식 비닐장갑, 고무장갑, 작은 국자나 계량스푼, 김 자르는 가위, 모기퇴치제나 모기향, 휴대용 손난로, 얇은 다회용 장바구니, 그리고 작은 미니가위나 핀셋 등은 막상 독일에서 필요할 때 찾기 힘든 경우가 많이 있죠. 모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가져왔을 때 ‘정말 잘 챙겼다’ 싶은 순간이 분명히 생기는 아이템들이랍니다. 앞서 소개한 10개의 유용한 아이템들과 함께 이 리스트들이 독일로 떠날 준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