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고등학교때 배웠었어. 근데 이거 어떻게 읽어?

by 꽉형 헤어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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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달.

독일로 나가기로 결심하고, 이것저것 일정을 정리하고 나니 출국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개월뿐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급하게 나갔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떠올랐달까요. 고민은 짧을수록 좋다고 믿었고, 더 이상 지체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학원을 통해 괴테 인스티튜트 수업을 신청하고, 기숙사까지 배정받고 나니 그제야 실감이 났습니다. “아, 나 진짜 독일 가는구나.” 그리고 그제야 두근거림과 긴장감이 동시에 몰려왔습니다.

두근거림 5, 긴장감 5. 설렘 5, 두려움 5.

속으로는 두려움 쪽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었습니다. „두근거림이 더 크다, 설렘이 더 크다.“ 저 스스로를 위한 자기암시, 그리고 자기최면. 우선 저 스스로를 속여야 했죠. 그리고 스스로를 속이기 딱 좋을 시기였습니다.


2024년 9월 4일 아침. 인천공항 출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도착.

드디어 인천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결제했습니다. 이로써 비행기도, 임시숙소도, 어학원도 준비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단 하나 준비되지 않은 게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막막했던 그것. 바로 독일어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잠깐 배운 적이 있었습니다. "배운 적이 있다"는 표현은 사실 정직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배우긴 했지만, 기억엔 없기 때문이죠. 그 시절 조금만 더 독일어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싶기도 한데요. 하지만 그땐 몰랐습니다. 바로 제가 독일에 가게 될 줄은 말이죠.


게다가 그때 독일어 선생님은 별명은 '네크로멘서'였습니다. 온라인 게임 좀 해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요. 사령술사라는 뜻인데요, 그 선생님은 정말 말 그대로 학생들을 사르르 잠재우는 마법사였습니다. 독일어는 국영수 중심의 입시에서 큰 비중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도, 자는 학생을 깨우는 선생님도 없었습니다. 저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학생이었습니다. 때로는 독일어 수업 전 쉬는시간에 잠들었는데 깨고 보니 독일어 수업 다음시간이 된 적도 있는 그런 농땡이 중 한명이었죠.


그런 저였기에, 결과는 뻔했습니다. 저는 독일어 알파벳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초보도 아닌 무지렁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독일에 가겠다고 준비하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용감했네요.


하지만 인링구아라는 어학원 겸 유학 컨설팅 기관에서 만난 선생님이 나에게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아내가(당시 여자친구) 오랫동안 독일어를 배웠던 곳이기도 한데요. 저희의 사정을 들은 선생님은 특별히 2개월짜리 독일어 문법 특강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식이었지만, 2달 안에 문법 전체를 빠르게 훑는 수업이었습니다.

“기초 문법이라도 잡고 가면 현지 수업 듣기가 훨씬 수월할 거예요.”

그리고 그 수업은, 그 2달짜리 문법 수업은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덕분에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A2 수업부터 시작할 수 있었고, 그때 쓴 문법책과 노트는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학시험을 준비하고, 석사과정을 듣고, 결국 졸업을 하고, 지금은 독일 현지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때의 수업은 내 독일어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끔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아찔하고, 어이없고, 무모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모했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단언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무모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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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0살. 독일어 지식 전무. 그런 제가, 유학 준비에 대한 감은 커녕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던 제가, 그렇게 무모하게 독일행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여전히 독일에 있습니다. 아직 독일에서의 삶이, 독일에서의 커리어가 완성형도 아니고, 누군가에겐 여전히 부족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저 스스로가 변해왔고 성장했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변하고 성장한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무언가 새로운 걸 꿈꾸고 있는 당신.

상황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당신.

나이가 걸림돌이 될까 걱정하는 당신에게.


해보세요. 시도해보세요. 미루지 마세요. 지금 당장 저질러보세요.


무모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작하면 반드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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