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에 여권을 만든 내가 독일 유학이라니. 하지만 말리지 말란 말이야
„나 독일 갈 거야. “ 처음엔 설마 했습니다.
연애할 때부터 독일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던 여자친구였고, 주 1회씩 독일어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받으며 준비를 하던 사람이었지만…
진짜로 독일을 간다고 선언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제 인생에서 독일은커녕, 독일의 ‘ㄷ’도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독일로 나와 어학시험을 치르고, 독일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독일 건축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시점보다 늦어지기도 했고, 방향이 바뀌기도 했지만, 결국 저는 독일에 정착했고, 앞으로도 몇 년은 이 삶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처음 “나, 독일 갈 거야”라고 했을 때,
“독일어도 모르는 네가 거기 가서 뭘 할 건데?”,
“여자 따라가는 거냐?”
주변의 반응은 마치 미친 사람을 보는 듯했습니다.
물론 응원의 목소리도 있었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걱정과 우려가 훨씬 더 컸습니다.
그리고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독일에 나가서 뭘 할지, 어떤 걸 이루고 싶은지도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계획 없는 사람이었고, 그냥 여자친구를 따라가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지금 보세요.
앞서 말했듯 저는 독일 대학에서 석사 졸업을 했고, 독일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중산층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 맞습니다. 저는 여자친구를 따라 나왔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자친구가 먼저 독일로 나가자고 제안한 건 맞아요. 누군가는 따라 나온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따라 나오겠다고 결심한 것도 나였고, 독일로 직접 걸어 들어간 것도 나였어요. 결국, 모든 건 제 결정이었습니다.”
이 책은 만 서른 하고도 아홉 달.
만 30세까지만 발급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받아 독일로 나선,
30대 현실 아재의 이야기입니다.
‘유학은 돈 많은 집 자제들이나 나가는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
‘유학 가면 다 잘 먹고 잘살겠지’라는 낭만에,
저는 현실이라는 아주 매운 고춧가루를 뿌려보려 합니다.
독일에 나온 이후로 정말 많이 넘어졌습니다.
좌절했고, 혼자 울었고, 공황까진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 결정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외국이라고는 딱 한 번 일본 여행이 전부였던 제가,
지금은 독일에서 9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시간들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막연히 떠난 유학이 현실이 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남기려 합니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막연한 상상을 현실로 끌어내는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는, 가슴 벅찬 익사이팅의 첫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