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경인미술관
처음 알게 된 세계로의 초대였다, 내게 인사동 갤러리들은.
어반스케치를 함께 배우는 그림친구들과 처음 갔었던 경인미술관.
속으론 '와~와~' 감탄 연속이었지만, 겉으론 촌티 안 내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이전까지 나는 전시회는 이름 있는 작가들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동호회 또는 개인들이 갤러리를 대관해서 전시를 하다니. 그림을 그리지 않았으면 모르고 살 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두 집 건너 한 집일 정도로 갤러리가 많은 인사동은 나에겐 신세계 그 자체다.
그중 경인미술관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공간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이 주는 고즈넉하고 단아한 전시실이 여섯 곳이나 되었고, 나무가 우거진 정원에 전통 다원까지 있어서 관람 전, 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사색을 즐길 수도 있었다.
부산 친구가 서울에서 어디가 제일 좋으냐고 물었을 때, 나는 서슴없이 경인미술관을 말했다.
기대했던 것과 다른 뜬금없는 나의 답에 친구가 되물었는데 나는 미술관을 이렇게 소개했다.
대중교통을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입구에서부터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은 커다란 장독들, 피톤치드가 뿜뿜 하는 키 큰 나무에 둘러싸인 한옥 건물에서, 언제든 다채로운 전시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서울 한 복판에 있다. 처음 경인미술관을 보고 받은 문화적인 충격을 생각하면, '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이 생긴 이유가 납득이 간다고.
물론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는 사람이라서 경인미술관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갤러리 중 유달리 경인미술관을 좋아하는 데는 가장 한국적인 건축물인 한옥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선 잘 보지 못했던 한옥이 서울에선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미술관, 도서관, 아이스크림가게, 액세서리 파는 가게, 게스트하우스, 음식점, 빵집 등등.
그래서 부산 지인들에게 만약 서울 여행을 온다면,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서울을 잘 알기 위해서 열심히 어반스케치를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