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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도황리 Aug 13. 2024

프롤로그

" 지금 브런치 스토리 방향으로 가는 내선 순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빈자리가 많아요.

제가 타기 전부터 승객이었던 그녀는 서있네요.

자세히 보니 한 손에 안전바를 잡고 아주 진지하게 만화책을 읽어요.

진한 먹물 같은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과 만화책을 읽고 있는 그녀는 수묵 채색화 같아서  

오래전에 알았지만 잊어버렸던  시가 생각났어요.


물길의 소리

- 강은교 -

그는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군, 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항거하는 소리,

물이 바삐 바삐 은빛 달을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듬는 소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

물이 햇살을 핥는 소리, 핥아대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


가만히 눈을 감고 귀에 손을 대고 있으면 들린다.

물끼리 몸을 비비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을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비늘 비비는 소리가......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르는 소리가. 물의 소리가.



매일 비슷한 시간, 다른 목적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지하철.

지하철은 평행으로 달리는 공간이에요.

그곳엔 언제 어디서나 늘 빛나는 존재들이 있지요.

지하철은 우연히 마주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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