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밑머리에 희끗희끗한 그 남자는 회색티에 남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딸이 만들어줬을까? 그의 가방에 귀엽고 앙증맞은 키링이 대롱거리며 달렸다.
안전바에 기대선 남자는 진지하게 책을 읽었다. 책제목을 보려고 했지만, 그와의 거리는 멀어서 보이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퍽 진지했고, 볼펜으로 밑줄을 긋는 손은 신중했다.
" 이번 역은 아현, 아현역입니다."
도착한 아현역에선 우리 칸에선 그만 내렸다.
여전히 그의 손엔 펼쳐진 책과 밑줄 긋던 볼펜을 들려 있었다.
지하철이 떠나기 전까지 창밖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갈 길을 간다. 그러나 그는 책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잠깐동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지하철은 출발하고, 그의 모습은 점점 멀어지더니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번 역은 이대, 이대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