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수업
나는 파워 J이다. 이 브런치글을 쓰게 된 것도, 그리고 하루 일과에서부터 일 년 치 여행까지 모두 즉흥적인 마음보다는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여 진행하는 편이다. 또 대부분의 계획형인 사람들이 그러하듯,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향도 있다. 그림을 그릴 때도 이런 성격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항상 그림을 그릴 때 형태를 이해하고 그다음에 선으로 정확하게 옮기려고 애썼던 것 같다. 정확하게 맞물린 아웃라인들이 가이드가 되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했다.
그런데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는 그 선들이 정확해질수록 딱딱한 ‘가짜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난 시간 이후에 내 그림이 왜 어색한지 생각해 보고, 다른 수강생들의 그림도 보며 생각했었다. ’ 그래, 이번 시간에는 아웃라인을 좀 죽이고 선과 음영을 함께 써서 스케치하는 느낌으로 그려보자. 거친 선들과 터치를 좀 부드럽게, (다른 사람들처럼!) 문지르기로 음영을 소프트하게 줘보자!‘라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역시나 개 버릇 남 못준다지… 여전히 ’ 선을 완성‘하고자 애쓰는 나. 선생님의 코멘트를 받고 뒤늦게 형태 수정을 하다가 조급해지니 하던 버릇이 나오게 된 것. 선과 음영을 함께 쓰는 스케치를 해보겠다는 결심이 무색하게 무언가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 어떻게 그려야 선을 대강 쓰고 그려낼 수 있는 거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쉬는 시간에 다른 수강생들의 그림을 보다 보니, 형태를 잘 잡고 별 터치가 없는 것 같은데 인물의 모습이 매직아이처럼 떠오르는 분의 그림이 있었다. ‘신기하다, 신기해.’ 저렇게는 어떻게 그려야 하는 거지?
오늘도 호리호리한 자유로운 영혼의 아저씨를, 내 맘대로 야성적인 후덕한 청년으로 바꿔놓긴 했지만 어찌어찌 그래도 새롭게 시도한 것들에 의미를 두며 뿌듯하게 수업을 마무리했다. 수업 후 우연히 내가 인상 깊었던 그 그림을 그리시던 분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당신의 그림이 인상 깊었다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림을 좀 배우기는 했지만, 항상 내가 애쓰는 건 힘을 빼고 멀리서 보는 거야. 부분 부분 대충 그리고 넘어가. 넘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해.” 그래, 그게 내가 바로 찾던 정답이 맞긴 한데… 근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가요? 집에 오는 길에 아무리 생각해 봐도 힘을 빼고 그림의 완성도를 전체적으로 올려가며 그리는 방법은 도무지 모르겠다. 방법을 알아야 힘을 빼지… 오늘 나는 ‘목적지’만 있었고 거기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길’을 몰랐던 거구나. 아직도 모르겠다.
뭐가 잘못이었는지를 찾았으니, 그걸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를 이제 나는 알아야겠다. ChatGPT에게도 물어보고, YouTube에 인물화 그리기 영상들을 잔뜩 검색해 보며 또 힘주고 있는 나. 과연 나는 남은 기간 동안 힘 빼고 물 위에서 잎새 뜨기를 하는 것 마냥 스케치북에 가벼운 얼굴을 띄울 수 있을까?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