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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은의 점 Sep 04. 2023

나(27세, 보트 선장, 초보운전)

[퇴고 프로젝트] 23년 7월 14일 아침의 글

나는 순서대로 일하고 행동하는 것을 꽤 어려워한다.

매일 아침마다 플래너에 할 일을 적는 것은 물론, 그 일들에 순서대로의 번호를 매기며

하루의 시간을 질서 정리하는 꼼꼼한 리더십을 지녔지만

(안타깝게도) 1이 붙어진 일을 곧바로 시작하기보다는

4번 따위의 일에 집중해 버린 나머지 반나절을 훌쩍 보내는 산만함도 지녔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1순위의 일을 결국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저무는 날도 꽤 많아서 나는

어두침침한 주광색 빛 아래에서 플래너를 펼쳐두고

V와 X를 그어가며 자책이 고인 한숨을 내쉬곤 했다.

24시간 중의 우선순위도 지키질 못하는 사람이

삶에서의 1순위를 기억할 수나 있을까, 아니 알 수나 있을까 하는

근심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워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나도 참 나다, 하면서 콧방귀 한 번 시원하게 껴주는 편이 나았다.

언젠가는 4에 잘못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빠르게 깨닫는,

1부터 시작하는 게 당연해지는,

혹은 1이 1이어야 맞나 돌이켜보거나 유연하게 방향을 전환할 줄 아는

'능글맞음' 혹은 '능숙함'이 내게 생기리라 믿으면서.


그러니 당장으로서는

바다를 힘차게 가르는 97년식 통통배일지라도

언젠가는 잠시 잔잔한 수면 위에 차분하게 가라앉혀둔 뒤에

일찍이 계획된 방향과 지금 뱃머리의 방향을 점검하는 연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때 맞다고 생각한 곳으로 갈지, 지금 몸이 향하고 있는 대로 움직일지 결정하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그러니

'멀리 보고'

'방향을 점검하며'

'중요한 것부터' 착착-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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