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필사를 하고 책을 통해서뭐라도 하려고 한다. 하루를 잘쓰고 싶은데 사실 돌고 도는 쳇바퀴 같은 일상이라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마음만은 늘 새 심장이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어느 순간 책이 좋아졌고, 점점 더 좋아진다.
책이 내안의 나를 다시 만나게 했다.책 속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닮은 사람들을 보며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고 희망을 가진다.무관심 했던 과거도 돌아보고 오지 않은 미래도 그려보게 된다.
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걸 누구나 알지만 자꾸 두리번거리며 행복을 찾아 다니게 된다. 그런 나 자신을 발견 할 때마다 내가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는 의심을 해보지만 꼭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결핍이 문제라서 채우고 싶은 게 아니라 생산적이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것이 무엇인지 알아 가는것은 신나는 과정이고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은 두배로 짜릿한 과정이다.아직도 나의 지도를 그려 나가고 있을 뿐이다.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모험을 즐기는 중이다.
책에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과 어휘와 단어들을 만난다. 인생 키워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놀란 만큼, 감탄한 만큼, 이해하게 된 어휘 만큼 책을 매개로 넓어지는 생각의 카테고리가 생겨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지 않지만 연결고리 하나를 통해 이어진다. 연결고리가 생길 때마다 다음 링크도 달라졌다. 어느새 경험을 선택해가고 있는 나를 본다.그래서 재밌고 반갑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글은 내 직업이 아니고,글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스트레스 없이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좋다고 생각하는 모든 책을 내가 쓴 책인 듯 우려먹고 있다. 차, 커피, 와인의 맛은 구별할 수 없어도 책의 맛은 기막히게 안다.
책은 많은 것을 계속 배우게 해주는 멋진 동반자다.
어떤 언어를 잊으면 그 언어가 가진 고유한 의미도 잊게 된다는 것에 대해 새롭게 느낀적이 있다. 일상에서 많이 듣고 쓰는 말은 아니지만 책 속에 정리된 언어들이 좋았다. 만나는 어휘만큼 경험이 늘고 내 삶을 해석하는 의미도 늘어갔다.
내 인생 사전이 1.000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좁은 세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울타리였는지 모른다. 책을 통해 새로운 개념과 의미 하나가 스며들면 그만큼 넓어지는대지를 느끼곤 했다.
학창시절 내 심장이 이렇게 뜨겁게 움직여 줬더라면 얼마나 설레는 삶이 되었을까!
내 앞날의 설계자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조금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간이 인간에게 전하는 진심, 삶의 지혜는 세상을 온전하게 지탱해준 에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인간은 인간의 이야기를 먹고 자라는 것 같다. 읽고 쓰는 동안 어른 아이에 머물러 있던 내가 조금씩 자랐다.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다. 뭔가를 쓰면서부터는 내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 고통스럽기도 했다. 굳이 나라는 인간을 이렇게 설명 해야할까? 누구에게? 도대체 왜? 무엇이 되었든 써놓고 내가 다시 볼 수 있기만을 기대했다.기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테지.
누구도 아닌 나자신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성장이란 경제적인 부, 자기계발, 삶의 기술 같은 성장이 아니라 나의 근원부터의 성장, 단단해지는 동시에 유연한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나중에 다시보면 달라진 나와 언제나 변치 않는 나도 구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