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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쇠책방 Dec 26. 2023

나는 나 자신의 환경이다

유튜브로 데스크테리어를 찾아보곤 했다.



나는 나 자신의 환경이다

유튜브로 데스크테리어를 찾아보곤 했다. 저마다의 방식과 아이디어로 표현되는 공간이 재밌다. 또 아무리 좋은 데스크테리어도 내 공간으로 무조건 옮겨올 수는 없었다. 이 공간만의 조건과 최선은 분명 그곳과 다르기 때문이다. 차선도 좋았다.


일터의 한 구석에 놓인 작은 책상 하나와 그냥 벽이었다. 작고 볼품없는 이 공간이 풍성해 보이는 것은 훌륭한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 도파민을 보상해 주는 공간이라서 출근이 늘 즐겁다.


나의 일터에서의 9시간 중에 3시간이라도 쓸모 있게 채우는 것은 책이 있기 때문이다. 일은 하고 있지만 내 몸과 생각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다. 이것이 이번 삶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늘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만큼이나 큰 선물이다. 저 선반이 받치고 있는 대단한 사유들의 무게는 내게 있어서만큼은 지구의 질량이다. 이 책들의 사유를 모두 흡수했다면 이런 책자랑 같은 글을 쓰는 대신 깨달은 것에 관한 지혜를 나눌 텐데 아직은 아쉽다.



최근 굉장히 와닿는 글을 보았다.

《돈키호테 성찰》에서 만나는 글의 일부분이다.


나는 나 자신과 나의 환경이다.
 따라서 내가 환경을 구해 내지 못한다면
나 자신도 구원되지 못한다.


내가 내 환경을 세팅하는 버릇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책상 정리를 시작으로 서랍 속의 잡동사니들을 내가 만든 규칙에 맞게 정리하는 것을 재밌어했다. 엄청난 절대규칙은 아니고 늘 가변적이지만 만족스러운 정도라는 것이 있었다. 


어떠한 악조건도 나의 무기로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나의 성을 어디에서나 지었던 나다. 그러고나면 내 마음대로 의지대로 되는 것도 있다는 다른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선반에 나열된 책들을 본다. 책 등을 천천히 눈으로 훑으면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3D처럼 두둥~하고 떠오르며 좋은 깨달음의 기억을 부른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더 많지만 분명 이유가 있어서 내 환경에 포진시킨 책들이다. 집에도 책이 있지만 이 공간에서 읽는 책이 가장 잘 몰입된다.



독서, 참 좋은 활동이지만 내가 가진 시간 전부를 독서를 위해 쓸 수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으로 책 속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내 과제다. 책이 열어가는 확장은 실로 엄청났다. 내 능력 이상 너무 많은 것을 받아들여서 혼란스러워질 때도 많다. 그럴 땐 그 책을 내려놓고 다른 경험을 먼저 쌓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어김없이 줄줄 읽힌다.

차근차근 조금씩의 확장을 즐기자. 독서를 비롯해 내 생활을 알맞게 조율하는 것이 중요했다.



정리의 즐거움


옷장 정리나 냉장고 정리 책상 정리처럼 한동안 흐트러진 상태가 된 것을 정리할 때의 즐거움이 있다. 이사를 가기 위해 모든 짐들이 바깥으로 쏟아져 나와 한숨을 쉬었던 날이 기억난다. 이 어지러움이 새 보금자리로 옮겨지면 금세 원래의 모습이 될 줄로만 알았는데 꾸역꾸역 어렵게 싼 이삿짐을 풀어놓은 순간 더 심란해졌다. 아무것도 분류되지 않은 채 뒤섞였다. 그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까지 넣고 다시 빼고 뒤집는 것을 반복했다. 무아지경으로 정리하다 보면 즐기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 상태도 기어이 다. 


시간이 지나면 혼돈은 가라앉고 질서가 생기지만 그 질서가 영원한 것도 아니다. 주기적으로 내 주변을 정리한다. 앞서 정리해 놓은 필기구의 질서는 쓰다 보면 다시 무질서해지고 곧 불편해진다.  불편해지면 허물고 다시 정리한다. 책의 배열도 내 시간의 배열도 마찬가지다. 



필기구를 쏟아부었다. 볼펜심이 다 된 볼펜들이 섞여 있어서 모두 골라냈다. 예쁘지 않은 홍보용 볼펜과 늘 써오던 제트스트림 볼펜의 '영육'을 서로 바꾸었다. 그래서 둘 다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되고 쓸모 없어진 것을 끌어안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멀쩡하고 쓰임새 좋은 것까지 쓰지 못하게 되는 혼란을 준다.



여전히 무질서해 보이지만 이것엔 내가 부여한 나만의 질서가 있다. 우리의 삶도 남들이 보기엔 어떠하든 간에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부여한 질서가 있다. 그 방식, 그 결을 즐기고 있는지를 묻는다. 타인의 질서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 안에 자신의 취향을 담는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권한다. 이런 생각들이 단지 필기구를 정리하며 불쑥 들어서 이렇게 남겨본다.




지적인 삶이고 싶다.

그 지식은 지혜가 되길 바란다.

생각하는 삶이고 싶다.

지적으로 부지런한 삶이고 싶다.

나는 나를 가만두지 않고 싶다.

나를 관조하는 삶이고 싶다.

나로 살고 싶다.

진실적인 삶이고 싶다.

소비자보다 생산자가 되고 싶다.

이런 말들을 몸소 깨닫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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