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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쇠책방 Jan 01. 2024

내게 좋은 것을 주고 싶다

내일의 나를 위해

행복을 꿈꾼다.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행복, 모든 것을 견디게 해 준 행복이 다양한 상황 속에 있다.

물건일 수도, 사람일 수도, 어떠한 순간 등

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내게 좋은 것들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나 한다. 좋은 것을 통해 긍정적이고 명랑하게 살고 싶다.

세상에 좋은 것은 넘쳐난다. 그러면 과연 내게 좋은 것은 무엇일까?


좋은 집, 좋은 책, 좋은 여행, 좋은 음식과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좋겠다. 최근엔 글쓰기를 탐험할 수 있는 좋은 환경도 욕심내게 되었다.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면 멋질 것 같다.


좋은  언제든지 우리의 피곤함이 깃든 모든 여장을 풀어도 내 집이기에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집이다. 소유 여부를 떠나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곳. 우리의 취향이랄 것도 없이 평범하지만 우리의 애정이 묻어나 적당히 정갈하고, 낡거나 손 때가 묻어가도 밉지 않은 그런 감사한 집이 내게 좋은 집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따뜻한 말을 주고받는 가족을 이룬 집이어야 한다.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쳐져 보일까?"

"아, 오늘 너무 되는 일이 없고 힘들었어"

"아유, 그래? 오늘 하루 고생 많았어. 밥 먹자."

가벼운 마음으로 먹고 자고 아침에 일어날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이 아닐까.


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 살만 하니 다시 창고나 다락방 같은 공간이 그리워진다.  어린 시절에 누추했으나 혼자만의 상상이 가득했던 다락방이 생각난다. 아,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이 작은 텐트 속이나 옷장 속, 계단 아래 같은 공간을 좋아하는 거구나 싶다. 지금은 책으로 가득한 내 방을 가지긴 했으나 책 한 권 없던 그 다락방 만한지 생각해 본다. 순수했던 그때와 같은 마음은 달아나 있어서 감사한 줄도 모르고 사는 것이 사람을 되려 공허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채워지지 않는 물욕보다 어린 시절 부터 가져온 꿈을 채워 나갔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어른이 되고 여러 집을 거쳤다. 욕심을 더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사계절느낄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리잡는다. 계절 따라 수고롭고 계절 따라 지고 피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좋겠지만 살기 편한 아파트로 왔다. 어릴 때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참 좋았는데 살다 보니 그런 옥상을 가진 집에 사는 것이 쉬운 선택이 아니. 옥상을 가진 주택들이 시간이 지나고 아파트가 되었다. 집에서 계절을 느끼고자 하는 욕심은 뷰가 좋은 아파트라 불리지만 그것은 만질 수 없는 풍경에 가까웠다.  창밖으로 아무리 멋진 전망이 있어도 보고 감탄하지 않으면, 관찰하지 않으면 그뿐이고 사방이 콘크리트로 막혀서 자연경관 이라고는 없다 해도 계절을 읽는 방법은 다양할 테다. 결국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만 집이 너무 작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여백이 있곤 곳. 평소에 잘 쓰지 않던 빈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마음이 동하는 날 취향을 담아 용도의 변경을 할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굉장한 보상이 될 것 같다.  모든 것이 집에 딱 맞아서 큰 가구는 움직일 수가 없지만 그래도 어느 구석은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뻔하지 않은 집이면 좋겠다. 테이블과 의자로 카페가 되었다가 작은 텐트를 펼치면 야영장도 되는 집에서 못 하는 것이 없는 집을 아이처럼 꿈꾸게 된다. 


쇼펜하우어 행복론


좋은 책은 몰입의 즐거움, 앎의 즐거움이자 지혜다. 내 마음을 수천 갈래로 펼치기도 하고 다시 한 문장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는 여전히 멋진 여행이다. 좋은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 중에 문제일 뿐이다. 읽으면서 숨이 턱 막히거나 얼굴이 달아오르는 책이 있다. 흐릿하던 무언가를 단박에 깨닫게 하거나 이해하도록 연결해 주는 책이었다. 내 현실과도 착 붙어주는 책은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읽고 있는 책을 다시 읽게 되는 날을 상상하게 는 책이 있다. 책을 읽는 지금을 위해 또 나중을 위해 책에 메모를 남기고 밑줄도 남기고 일기를 쓴다. 그렇게 신이 나서 흔적을 남긴다. 나중의 내가 다시 봐줬으면 하는 오늘의 나이다. 그런 연결을 책이 내게 좋은 책이다. 애정을 가지고 두 번 , 세 번 찾아가거나 계절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고 싶은 책, 혹은 딱 한 번 읽은 것으로 나를 변하게 하는 책. 그런 책이 내게 좋은 책이다.


좋은 음식

15년 자영업을 하다 보니 점심은 여러 식당을 전전하며 먹고 있다. 둘이서 한끼 15.000원 ~20.000원의 점심식대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20분 만에 먹고 나오는 밥이 목에 걸리는 것 같고 배는 허전하고 돈도 아깝다. 질린 밥을 먹는데 돈은 써야한다. 15년 동안 도시락도 싸서 다녀도 보고 집에 가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밥을 먹고 있다. 가장 편하고 맛있는 밥은 역시나 퇴근후 집에서 세 식구가 모여 느긋하게 먹는 밥이다.


사람을 기억하게 하고 그곳을 기억하게 만드는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너무나 익숙한 일상에서의 틀을 조금씩 깨뜨려 줄 이정표가 될지도 모르겠다. 바쁜 일상으로 배달음식이 늘었다. 몸은 편한데 추억이 줄어든다

분명 좋은 사람들과 맛있게 먹었는데도 기억되는 장면은 그다지 없다. 분명히 맛있게 먹었음에도 손수 만든 음식에 대한 기억과는 견줄 수가 없다. 엄마가 해주시던 김치전, 찹쌀 경단, 팥죽, 수제비 그런 음식을 나누어 먹고 싶어진다. 


좋은 사람

새롭게 만나는 사람이 별로 없이 주변의 모두가 오래된 인연으로 바뀌었었다. 오래된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그 시간들이 소중해지고 있다. 기억력과 주의력이 좋지 않아 내 기억은 그들에게 의지할 때가 많지만 나도 노력하리라. 오랜만에 만나니 나이 들고 있는 서로의 변화가 더 잘 보인다. 예전에도 잘 웃던 사람이 오늘도 웃고 있다. 성격 급하던 그 사람 오늘도 만만치 않다. 돈, 돈, 하던 이가 오늘도 돈, 돈, 하는데 그답다. 



새로 만나는 사람

새로운 사람이 주는 온도의 변화가 있다. 공기가 바뀌는 것도 같고 다른 방향을 열어준다. 필시 좋은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온라인으로 글로 만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세상의 만남인데 온라인 만남 역시 많은 영향을 준다. 취향이 비슷하거나 생각이 비슷하거나, 혹은 그 모든 것이 달라도 깊은 인연이 될 수 있음을 알아가는 중이다. 자극이 된다. 방전되어 시동이 꺼진 매 몸에 새로운 배터리 충전이 된다.


좋은 배움

책이라는 매개체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고, 생명력 있는 일인지를 알았다. 배움이라기보다는 이 역시 만남이었다. 평생 좋은 인풋을 경험하며 창의적인 아웃풋을 할 수 있다면 멋진 삶이 될 듯하다.  스스로 깨달은 자, 듣고 깨달은 자 모두 지혜롭다. 죽는 날을 앞두고 많이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삶에 적용하고 응용하기에 바빴던 사람으로 마무리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읽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가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여행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의 추억이 나이를 먹을수록 소중해진다. 유년기에 부모님과의 여행이 드물었다. 명절에 시골에 내려가는 것이 여행의 전부였는데 학교 핑계로 뜸해지다고 지금은 좀 서먹하기 까지 하다. 좋은 기억의 리추얼만으로도 힘이 솟는다. 어디를 가건 함께 많이 웃고 기억하고 싶다. 사진에 담긴 몇 컷의 어린 추억, 단계별로 졸업식 사진과 사이의 추억. 사진이 잡아둔 우리 가족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기까지 한다. 옛 사진 속의 어린 나보다는 엄마를 아빠를 빤히 훑으며 더 뭉클해져 오는 날이 있었다. 결혼 후 아이 사진만 찍지 말고 아이와 함께인 우리의 추한 얼굴도 같이 찍어야 한다는 것을 매번 다짐한다. 빛나는 오늘을 살아야겠지...



나를 위한 시간은 좋은 환경이다.

고독할 수 있는 좋은 시간. 최근엔 글쓰기를 탐험할 수 있는 좋은 환경도 욕심내게 되었다.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다. 숨구멍이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이어리를 만지작거리며 꾸며도 좋고 아무 글이나 써도 좋다. 은둔의 시간이야말로 여가의 시간이다. 앞서 좋다고 나열한 모든 것이 좋은 시간이 되지만 아무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 진짜 고독한 시간이 있으면 한다. 내가 이 세계에 없는 듯한 자유를 주는 공허함, 무로 돌아간 기분, 의무가 없는 시간, 그렇게 이름 없이 비어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함께라서 좋은 만큼 따로라서 좋은 시간이 있다.



좋은 체력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고 했지. 좋은 것들을 내게 주고 싶다면 건강을 잘 돌봐야 한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내가 스트레칭 잘하고 물 마시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딸이 학원까지 마치고 나면 아빠와 함께 실내 체육관으로 배드민턴을 치러 간다. 그것을 지금은 대리만족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나는대로 함께 한다.  반려견과 산책을 나간다. 마루가 앞에서 2배로 움직이는 동안 동심원만 그리고 한 자리에 있을 때도 많았다. 같이 달려야겠는데 몸도 마음도 함께 달리지 않는다. 뒤에서 귀신이 쫓아온다고 생각하고 달려보자. 국민체조도 하나 둘 셋넷. 하루 한 번의 루틴이 나를 건강하게 지켜줄거라는 것을 이젠 안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나에게 좋은 것들을 주고 싶다. 어제의 나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드는 하루를 살려고 애쓰고 싶다. 명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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