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말은 엄마의 방식과 삶을 부정해서가 아니라 내가 엄마와 다른 사람이기에 나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 보겠다는 내안의 의지가 담긴 말이었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by 열쇠책방
인생엔 프롤로그가 있고 긴 본문을 지나서야 에필로그가 있다.
내 인생의 프롤로그, 내 인생의 에필로그
by 열쇠책방
딸이 커갈수록 딸을 향한 나의 애착이 늘어가는 기분이다.훌쩍 자란 딸에게서 내 모습을 보고 있다. 나는 어느새 딸과 내가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나 보다. 내가 딸을 나의 분신으로 보기 시작했을까? 이렇게 나도 영락없이 딸에게 기대는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딸이 커갈수록 보게 될 나의 모습들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는 어떤 엄마이고 대체 엄마에게는 어떤 딸이었을까?
엄만 왜 늘 걱정만 달고 살고, 내게도 걱정만 실어다 줄까? 너무 싫었던 시기를 지나왔다. 어릴 때 내가 엄마에게 나와 좀 놀아달라고 속으로 외쳤던 것처럼 엄마도 지금 자기를 좀 봐달라고, 사랑해 달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모른 체하기도 한다. 투정 안 부리는 착한 딸이 외로움 타는 딸이었던 걸 엄만 모는다. 내 가정 꾸리고 사느라 외로운 엄마를방치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내 미안하다.둘 다 서로에게 미안해하며 사랑은 잘 표현하지 못하는 존재로 사는데이미안함도사랑일까?아니면 그저 변명일까? 엄마가 언제나 내게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안다. 내가 최대한 신경 안 쓰게 하려고 별일이 없으면 연락을 하지 않는다.10번 전화할 것도 참고 한 번으로 줄인다. 사소한 일을 물어보고 싶어도 엄만 일단 참는다. 그걸 알아챈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엄마는 어느새 잊고자기 딸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엄마에겐 어떻게 보였을까?나중에 내 딸이 그렇게 나를 먼발치에 둔다면 나는 어떨까?내리 사랑이라고 다 이해해줄까?
엄만 기대고 싶어 하는데, 내가 곁을 멀리 두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어쩌면 엄마가 너라도 맘 편히 살라고 내어준 거리이기도 하다. 난 애써 그 거리를 좁히려하지 않았고 그것이 미안하다.
생각들이 정리됨 없이 날아다닌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엄마처럼 살진 않을 거야!" "딱 너 같은 딸을 낳아 봐라!" 딸의 이름으로 70년, 엄마의 이름으로 45년을 산 시인 신달자의 에세이가 왜 이렇게 아프냐! 가장 멀고도 가까운 사이 눈물이 나는 그 이름 엄마와 딸 세상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 딸이 아닐 수 없는 세상의 여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글들로 가득하다.우리 엄마 나이대의 저자의 글에서 많은 위로도 받았고 평생 잘못 생각하고 있던 부분들을 바로 잡아도 본다.
P.86-87 어떤 소리를 들어도 그냥 엄마였다. 가슴 무너지고 눈이 팽 돌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눈물을 닦고 온몸이 쑤시고 열이 높아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부엌으로 들어가 음식을 만들던 엄마. 어쩌면 그 헬 수 없는 윽박지름과 상처와 고통이 딱지를 떼기도 전에 다시 상처를 내고 피를 내는 동안 엄마는 엄마가 되었는지 모른다. 엄마의 마음 근육은 울면서 다져지고, 엄마의 가슴 근육은 서럽고 억울하여 펄펄 뛰면서 굳어지고, 엄마의 채워지지 않는 소망은 언제나 배고프면서 그 허기를 견디느라 단단한 근육으로 자리 잡으며 엄마가 되어 갔을 것이다.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니~ 양희은 - 엄마가 딸에게 가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