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도서관에 가는 걸까요?
아이들은 도서관에 왜 가는 걸까요? 당연히 책을 보러 또는 책을 대출하기 위해 간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10명 중 책이 좋아서 도서관에 가는 아이는 많아야 3-4명입니다. 대부분은 놀러 갑니다. 친구 따라 가거나, 교실에서는 못 뛰어노니까 도서관에서 뛰어놀려고 갑니다. 그래서 도서관 문 앞 복도 끝에서부터 아이들은 달려오기 일쑤입니다. 코끼리 지나가듯 우르르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리면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와 술래잡기하듯 제일 후미진 곳으로 모두 사라집니다. 친구가 없어서 오는 아이도 많습니다. 도서관에 오면 교실에서의 어색한 분위기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조용히 책을 읽거나 구석진 자리에서 조용히 앉아 있다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상담을 청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아이들이 올까요? 말하고 싶어서 옵니다. 그게 뭐든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사서 선생님께 와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자기 생일을 알려주고, 가족이랑 어디로 여행을 갈 계획이며 반에서 누가 선생님께 혼났다는 이야기부터 어제 꾼 꿈이랑 주말에 산 옷이랑 신발 이야기까지 모두 털어놓습니다. 오 그래?라고 반응 한 번 보이면 수업 종이 칠 때까지 절대로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오지랖이 큰 아이들은 선생님은 몇 살이냐, 애는 있느냐,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으냐 묻습니다. 사서 선생님 책상 위에 있는 별 의미 없는 종이 조가리 하나도 그게 뭐냐고 묻는 게 아이들이니까요. 그래서 도서관은 실제 조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책 이야기를 하는 아이도 분명, 많이 있습니다.
"선생님, 재미있는 책 좀 추천해주세요."
이건 책 좀 읽는다는 아이들이 하는 말입니다. 책 읽는 게 싫지 않고 읽을 용의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너무 두리뭉실한 질문이라 그 학생에게 적합한 책을 찾아주려면 여러 번 질문을 해서 취향과 흥미, 목적, 독서력 등을 더 알아내야 합니다.
"선생님, 00 책 있어요?"
이건 좀 더 확실한 독자라고 할 수 있지요. 읽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하고 책에 대한 정보 또한 어느 정도 갖고 있으니까요. 작가의 책을 묻든, 책 제목으로 찾든, 공룡, 자동차 등 사물로 찾든 이런 학생에겐 독서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독자들이 있어요. 사서로서 제일 자긍심을 느낄 때이기도 하지만 좌절감도 안겨주는 경우입니다.
"선생님, 잠 잘 오게 하는 책 있어요?"
"선생님, 위로받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책 있어요?"
"선생님, 울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책 좀 추천해 주세요."
"선생님, 독서록 쓰기 좋은 책 좀 찾아주세요."
"선생님, 무서운 책 좀 찾아주세요. 귀신 나오는 책이요."
"선생님, 이 책처럼 그림 좀 있고, 글은 적은 책 있어요?"
"선생님, 엘 데포랑 비슷한 느낌의 책 있어요?"
"선생님, 소설 같은 책 있어요?"
"선생님, 여기서 제일 두꺼운 책이 어떤 거예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귀에 딱지에 앉을 만큼 그렇게 선생님을 불러대다 종소리가 울리면 순식간에 썰물처럼 사라집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질문을 하고 해답을 찾아갑니다.
그 짧은 쉬는 시간 동안 공간이동이라도 한 듯 제정신을 쏙 빼놓고 가버리는 아이들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것 같은 느낌으로 사는 거 말고, 매일매일 처음 오는 도서관처럼 또 묻고 놀고 질문하는 거죠. 지금 일하는 도서관에 마리모가 있는데, 매일매일 그 마리모를 보며 아이들은 말합니다.
"여기 마리모가 있어!"
어제도 봤고, 그저께도 봤고, 몇 달 전에도 있었는데, 아직도 그걸 보며 신기해합니다. 그럴 때마다 훗, 하고 웃음이 납니다. 뻔하지 않게 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참 좋습니다.
* 이미지는 <도서관이 키운 아이>(칼라 모리스 글, 브래드 스니드 그림, 이상희 옮김/그린북>에서 가져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