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테의커피하우스 Dec 30. 2023

좋은 취향을 가졌다는 것

노멀사이클코페 - 옥인동

노멀사이클코페,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7길 6-8 3층
키워드: 직접 볶은 블렌딩 원두, 핸드드립, 서촌카페



*이하 이미지는 노멀사이클코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실내 촬영이 제한적이라서 부득이하게 직접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를 양지 부탁드립니다.)

들어가는 말 


좋은 취향은 요즘 시대에 빠질 수 없는 사업 아이템이다. 어딜 가든 사람이 몰리는 가게는 하나의 키워드로 귀결된다. 그것은 바로 그곳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예전과 달리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은 본인만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를 사업 수단으로 발현하여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더 나아가 부를 창출하는 데까지 이르고는 한다. 요즘은 목이 좋은 상권이 아니더라도 골목 상권에서부터 시작해 본인만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는 가게를 왕왕 본다. 이들은 상권에 있어서 불리한 입장을 자처하며 사업을 시작하지만 이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손님들을 끌어모은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손님들은 발길이 드문 골목 틈까지 지도 앱을 켜고 따라 들어와 준다. 바로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소비하기 위해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인의 문화 소비 패턴이자 커피 산업을 주도하는 흐름 중 하나다.


노멀사이클코페는 (이후 노멀) 커피라는 장르에 주인의 독특한 색채를 더해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곳이다. 내가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마감 시간이 거의 다 됐을 저녁나절이다. 근처 요가원을 열심히 다니던 때였는데 요가를 마치면 밤 9시쯤이 되었다. 운동으로 달군 체온이 식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 바빠서 늘 서둘러 귀가를 했다. 노멀은 귀갓길 동선에 있는 카페였지만 늘 방문하는 일을 뒷전으로 미루게 되었다. ‘언제 한번 가 보고 싶은데’ 하는 생각만 늘 갖고 있었다. 그러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추운 겨울날이었고 마감 시간이라 손님도 없어서 주인분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공간 이야기


두 번째로 노멀을 방문했을 때는 낮 시간이었다. 볕이 있을 때 보니 첫 내점 때 보았던 것보다 더 따뜻한 느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카페 문을 열면 10평 남짓한 공간에 고소한 커피 향이 빽빽이 차 있다. 향기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들도 그 몫을 톡톡이 한다. 곳곳에 그려놓은 낙서 같은 그림과 초록잎 식물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어느 것 하나 눈에 튀는 것이 없이 저마다 기분 좋은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카페에서는 경험한 적 없는 이곳만의 리듬이 찌르르 전해진다. 리듬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앞에서 말한 균형감이 좋다는 데 기인한다. 주인의 감각이 좋다는 건 아마 이럴 때 쓰는 표현일 것이다.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을 가져다주신다. 메뉴판 또한 흥미롭다. 직접 그린 그림과 손글씨로 적혀 있는 작은 메뉴판은 조금 낯설고 이질감을 준다.

손글씨로 채운 노멀의 귀여운 메뉴판


음료를 주문하고 실내 이곳저곳을 더 구경했다. 커다란 빈티지 원목 책상을 경계로 브루잉 스페이스와 대기 공간이 나뉘어 있다. 주인은 이 커다란 책상을 경계로 손님과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쪽 공간에서 ‘열심히’ 뭔가를 만든다. 책상 단이 높지 않아서 그의 동선을 구경할 수 있다. 동작은 지루하지 않고 적당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물을 데우고 원두를 그라인딩 하고 마지막으로 푸어링 하는 일정한 시퀀스가 리듬감 있게 진행된다. 얼핏 보면 마치 안무를 보는 듯하다. 어깨와 다리를 들썩들썩하기도 하고 허리를 숙여 원두를 심도 있게 관찰하기도 한다. (마치 미치광이 과학자 같기도) 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열과 성의를 다해 진행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주는 에너지가 전달된다. 기분 좋은 에너지.




매주 새로운 블렌딩


메뉴판 얘기를 더 해 보자. 주인이 손글씨로 작성한 듯한 메모지가 턱턱 붙어 있는 메뉴판에는 금주의 블렌딩 원두가 약 2-3가지 올라와 있다. 첫 방문 때 알게 된 사실은 이곳에선 생두를 직접 팬에 볶는다는 사실이다. 팬에 생두를 볶아 팔 수 있다니 그 사실에 내심 한번 놀랐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로스팅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볼륨으로 매주 다른 원두를 실험적으로 낼 수 있구나 싶었다.


좁지만 아늑한 실내 공간

노멀은 핸드드립이 제공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도전적으로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다른 카페와 차별점을 둔다. 가게에 시그니처 메뉴가 없으면 손님이 유입된 이후에 그곳만을 찾게 만드는 어떠한 ‘이유’가 자연스레 결핍된다. 소위 보장된 메뉴 혹은 그 집만의 레시피가 없으면 손님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첫 방문 이후, 더는 찾아오지 않는 손님들이 늘어난다. 주인 입장에서는 매주 새로운 블렌딩을 도전적으로 내놓는다는 것이 사업적인 측면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 관점에서 보면 매주 새로운 원두 조합의 핸드드립을 실험적으로 도전할 수가 있다. 이는 다양한 시음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부 마니아층을 이곳으로 이끄는 매개가 된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소수만이 향유하는 일종의 경험과 가치에 돈과 시간을 쏟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이곳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듯하다.




마무리하며


노멀은 서촌 중심 상권과 살짝 동떨어져 있는 옥인동의 후미진 빌라에 위치해 있다. 비좁고 다소 지저분한 층계를 올라 카페 입구에 다다르면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철문이 우리를 반긴다.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친절한 문구가 적혀 있지만 왠지 모르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일반적이거나 친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문을 열면 눈앞에 작은 공간이 펼쳐지고 누군가의 방에 갑자기 초대된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사적인 공간에 멋대로 들어와 버린 기분이 들어 조금 낯설기도 하다. 손님 응대와 브루잉 그리고 결제까지 주인 한 분이 하시기 때문에 마음을 천천히 먹고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이러한 독특한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노멀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그건 이곳에서만 파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커피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주인의 좋은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곳. 사람들은 시간을 내어 그것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것은 꽤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이전 05화 내 마음이 집중할 시간이여 오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