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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자 C Aug 12. 2024

마음의 문을 열고 듣는 노래

오연준, <바람의 빛깔>

   오늘 소개할 노래는 1995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사운드트랙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입니다.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는 17세기 초 영국이 북미 대륙에 식민지를 개척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설정했습니다. 포카혼타스는 그 시기 현 미국 버지니아 주 지역에 살고 있던 포우하탄 부족장의 딸이죠. 문제는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가 이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다루면서 당시 식민지 개척이라는 미명 하에 원주민들을 내몰고 전쟁까지 벌인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로맨스로 미화했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인지 <포카혼타스>는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죠.


 


   그러나 사운드트랙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 1995년 제 68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 5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모두 주제가 상을 수상했고, 그래미 어워드에서 'Best song Written for a Movie'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Mnet의 어린이 동요 경연 프로그램 위키드에서 당시 만 9살이었던 오연준 어린이가 부르며 다시 화제가 되었죠. 저는 당시 이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던 팬이었는데 특히 연준이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뭔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이 곡은 경이로운 자연을 예찬하고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아름답게 표현한 가사가 돋보입니다. 연준이가 부른 버전은 원곡의 1/3 정도를 잘라 내었는데, 이 가사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뭘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
그윽한 저 깊은 산 속 숨소리와 바람의 빛깔이 뭔지 아나요
바람의 아름다운 저 빛깔을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죠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 바로 그런 눈이 필요한 거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zYf5rQxgrLE


   정말 아름다운 가사입니다. 피터 싱어의 생명 윤리에 관심 없던 사람이라도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하는 가사를 들으면 그의 생명 윤리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또 인종 차별, 성 차별, 장애인 차별, 연령 차별 등 온갖 차별에 대한 이론들도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하는 노랫말에 비하면 거추장스러워 보입니다. 원곡도 좋지만 이런 가사를 맑고 깨끗한 어린이의 목소리로 들으니 노랫말이 더 호소력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인지 다문화나 환경 관련 행사에서 아직도 이 곡을 종종 들을 수 있더군요.


   연준이가 부른 곡에서 생략된 내용 중에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And for once, never wonder what they're worth  
그리고 이번 한 번은 그들의 가치를 궁금해하지 마세요
The rainstorm and the river are my brothers
폭풍우와 강물은 나의 형제들이고
The heron and the otter are my friends
왜가리와 수달은 나의 친구입니다
And we are all connected to each other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어요
In a circle, in a hoop that never ends
끝없는 이 고리, 이 순환 속에서요


   무엇이든 돈으로 가치를 환산하려는 사람들, 자연을 지배의 대상이나 도구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값을 매기지 말고 자연과 인간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말하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모든 생명체, 무생물까지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 앞에 이성과 문명을 앞세우고 나타난 사람들. 지금 우리는 그들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요? 또 자연을 정복하려는 시도는, 자연과 하나 되어 사는 사람들의 터전을 정복하려는 시도는 대자연이라는 스케일 안에서 얼마나 낯부끄러운 일일까요?


   원곡 가사와 비교하며 자세히 분석해 볼까 하다가 이 노래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 노래인 것 같아 글을 짧게 갈무리해 봅니다. 대신 오래 전에 이 가사를 한 자 한 자 필사했던 노트를 찾아 사진을 올립니다. 가사와 목소리에 집중해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잠시라도 마음의 평화를 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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