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백신을 맞으러 가는 날, 가을바람을 느끼고 싶어 걸어서 갔다. 길을 가던 중 오랜 아파트 담벼락 근처에 적힌 글귀가 눈에 띄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이 문구가 큰 위로가 되었다.
"실패했던 일들이 후회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시도하지 않은 것만이 후회로 남는다"
실패가 아닌 시도하지 않음이 후회라는 것. 이 문구가 내 머릿속을 돌면서, 피렌첸 여행에서 봤던 웅장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돔이 떠올랐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건물이자, 상징이었던 이 대성당의 돔은 브루넬레스키가 만들었다. 대성당의 돔은 무려 120여년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절대 풀 수 없는 난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것은 금 세공자 출신이었던 브루넬레스키가 성공하였다. 그가 이 불가능한 미션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시도’로 극복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의 실패자였다. 자신만만하게 도전했던 청동문 제작 프로젝트에서 기베르티에게 사실상 패배했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그는 피렌체를 떠나 10여년 간 로마를 돌아다니며 폐허를 뒤지면서 건축에 대한 데이터를 습득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피렌체 대성당 돔 제작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민다. 다시, 기베르티와 경쟁했고, 돔을 완성한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돔>, 1420-1436.
사실, 나는 실패를 매우 두려워한다. 시도도 하기 전에 스스로 좌절하고 무너진 적도 많았다. 브루넬레스키는 어떻게 이 실패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혹시, 로마로 떠난 것 자체가 대성당의 돔을 완성하기 위한 목적성 있는 여행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로마 폐허와 판테온의 돔 구조를 연구하여 대성당의 돔을 완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업을 삼았던 금 세공업자를 포기하고, 건축가로 새롭게 도전했다.
브루넬레스키의 돔과 이 글귀가 내 삶의 백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패를 왜 두려워할까?
"난 안돼!"
"해서 무엇해!"
실패보다 더 두려운 것은 자포자기가 아니다.
"해볼걸…."
미래를 보지 못하고, 시도하지 않는 ‘용기 없음’이다.
브루넬레스키는 건축가가 되어,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 모습이 그의 도전을 더 빛나게 한 것인지 모르다.
내 삶이 실패로 점철될 때, 좌절하고 무너지고 싶을 때, ‘해보자!’가 날 구원하는 백신이 되면 좋겠다.
기억하고자 이 글을 다시 써 본다.
"실패했던 일들이 후회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시도하지 않은 것만이 후회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