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동굴'이 있다. 힘들고 지칠 때, 방해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동굴. 나에게 있어 동굴은 암체어다.
퇴근 후, 육아도 끝나고, 고양이 간식도 주고, 목욕도 다 한 P.M 10시 30분. 나는 나만의 동굴인 암체어를 향해 간다. 그 암체어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고, 책을 보며, 잠깐 쪽잠을 잔다. 1평도 안 되는 작은 암체어지만 나만의 동굴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다. 내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말이다.
사람이 힘들 때, 자신만의 동굴을 찾는 것은 역사적인 경험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수만 년 전 선사시대 사람들은 정말 동굴에서 살았다. 상상해보자, 밖을 나가면 선사시대 사람들은 동물의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에게 동굴은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고, 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을 것이다. 겨우 살아서 동굴에 돌아왔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의 생각을 발견할 수 있는 흔적이 스페인 북부의 알타미아 동굴 벽화가 남아 있다. 대략 기원전 1만 7천 년경으로 추정되는데 구석기시대 당시의 들소, 말, 사슴, 수퇘지가 그려져 있다.
벽화 속 들소는 정말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강렬하다. 기원전 3만 2000년경의 쇼베 동굴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손바닥이 동물 주변에 그려져 있다. 동물을 잡고 싶었던 그들의 열망이 느껴진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동굴에 들어와 벽화 속 동물들에게서 마음의 평안과 심리적 배부름을 느꼈을 것이다. 또는 동물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사냥을 할지 생각해보고, 내일의 사냥 성공을 기대하며 잠에 빠졌을 것이다. 암체어 위의 나처럼.
수만 년의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들과 나의 공통점은 ‘동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동굴에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얼마나 위로가 되는가? 그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의 동굴, 암체어! 조금 후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