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굴

#9.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by 도슨트 춘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동굴'이 있다. 힘들고 지칠 때, 방해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동굴. 나에게 있어 동굴은 암체어다.

퇴근 후, 육아도 끝나고, 고양이 간식도 주고, 목욕도 다 한 P.M 10시 30분. 나는 나만의 동굴인 암체어를 향해 간다. 그 암체어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고, 책을 보며, 잠깐 쪽잠을 잔다. 1평도 안 되는 작은 암체어지만 나만의 동굴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다. 내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말이다.


사람이 힘들 때, 자신만의 동굴을 찾는 것은 역사적인 경험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수만 년 전 선사시대 사람들은 정말 동굴에서 살았다. 상상해보자, 밖을 나가면 선사시대 사람들은 동물의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에게 동굴은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고, 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을 것이다. 겨우 살아서 동굴에 돌아왔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의 생각을 발견할 수 있는 흔적이 스페인 북부의 알타미아 동굴 벽화가 남아 있다. 대략 기원전 1만 7천 년경으로 추정되는데 구석기시대 당시의 들소, 말, 사슴, 수퇘지가 그려져 있다.

2022-02-05 20;57;06.PNG <알타미라 동굴 벽화>, 기원전 1만 5천 년경.


벽화 속 들소는 정말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강렬하다. 기원전 3만 2000년경의 쇼베 동굴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손바닥이 동물 주변에 그려져 있다. 동물을 잡고 싶었던 그들의 열망이 느껴진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동굴에 들어와 벽화 속 동물들에게서 마음의 평안과 심리적 배부름을 느꼈을 것이다. 또는 동물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사냥을 할지 생각해보고, 내일의 사냥 성공을 기대하며 잠에 빠졌을 것이다. 암체어 위의 나처럼.

2022-02-05 20;56;58.PNG <쇼베 동굴 벽화>, 기원전 3만 년경.

수만 년의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들과 나의 공통점은 ‘동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동굴에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얼마나 위로가 되는가? 그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의 동굴, 암체어! 조금 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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