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처

#10.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by 도슨트 춘쌤

모든 사연에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공명의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아내와 함께 여행 간 숲 속의 소나무 상처는 내 마음을 두드렸다. 오랜 시간 살아왔을 소나무의 가슴 한쪽에는 크나큰 상처가 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손이 닿아 생긴 자국 속에서 소나무는 얼마나 아팠을까? 이 상처는 송진을 채취하고자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긁은 자국이라 한다.

미친 시대에 살았던 소나무는 우리 역사와 닮았다. 일제 강점의 광기는 조선인뿐 아니라 소나무조차도 주권을 잃어버린 시대였다.

시대가 바뀌어 70년이 넘게 흘렀다. 소나무의 송진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상처는 그 시절의 광기를 여전히 보여준다.


쿠르베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살았던 19세기 프랑스는 제정이 붕괴하고 파리코뮌과 공화정이 교대로 수립되었던 광기의 시대였다. 개인적으로도 사랑이란 광기의 상처 속에서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였던 쿠르베는 <상처입은 남자>를 그렸다. 슬쩍 보면, 한 남자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칼에 맞았는지 가슴은 피로 젖어있다. 하지만 엑스레이로 찍은 후 쿠르베에게 상처를 입힌 존재가 칼이 아닌 여자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원래 <상처 입은 남자>의 스케치는 쿠르베가 사랑하는 여인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여자는 칼로 대체되고, 쿠르베는 상처 입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쿠르베, 상처입은 남자.jpg

퀴스타브 쿠르베 <상처 입은 남자>, 1854.


쿠르베에게 있어서는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짐이 총과 칼이 가슴을 찌르는 것과 같은 충격이 아니었을까?


다시, 소나무를 바라본다. 소나무의 상처는 아물었을지 모르지만, 내 삶 속 상처는 여전하고, 새로 생겨나고 있다. 때론, 소나무의 자연 치유가 부러울 따름이다.

누군가의 거친 말 한마디,

트라우마,

콤플렉스,

여기저기서 들리는 모든 소리와 행동들이 상처가 된다.

소나무는 다행스럽게도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 주어졌지만, 나는 어떤가? 사랑의 상처를 그림으로 치유한 쿠르베처럼, 나만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생각해본다.

소나무의 상처, 쿠르베의 그림이 내 상처로 보이는 순간, 우리는 함께 공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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