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13회 대한 산업공학회
"우리 과에서는 최적화가 메인이야"
한창 기초 과목들을 배우면서 우리 과에서는 실질적으로 뭘 배울까 고민하던 차에, 대한 산업공학회라는 공모전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입학하고 두 번째로 참가했던 공모전이자, 전공 수업을 이미 많이 들은 선배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공모전이었다. (첫 번째 공모전은 교내 캡스톤 대회로, 본선까지는 올라갔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이 공모전에서는 공모전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었다. 주제 선정은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은지, 우리 과에서 배운 지식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좋을지, 그리고 기술적으로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툴을 사용하면 좋을지 등. 또한, PPT로 발표자료 및 보고서를 만들 때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프레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보통 연구 배경 및 목적, 기존 연구 및 차별성, 알고리즘 소개 및 분석(혹은 분석을 위해 사용할 툴이나 방법에 대한 정의), Case Study, 결과 분석, 기대효과, 참고 문헌으로 구성된다.
아무것도 모를 때 참가했기에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프로젝트 주제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최적화 Point Navigation'이었다. 기존 내비게이션은 실외에 큰 비중을 두고 있고 주로 GPS 기능에 의존하며 단순한 방향만을 제시하기 때문에 실내에서의 정확한 경로 안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파악하여, 실내 위치 확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계산하여 복잡한 실내 구조에서도 최적화된 경로를 안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했다.
Unity를 활용하여 강남역 지하철 내부를 모델링하고, AR을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프로젝트를 구성하였다. 사실 1학년 때였고 전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했기에 그 당시에는 프로젝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확히 몰랐지만 발표를 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그 과정 속에서 '산업공학과에서는 이런 것을 배우고 활용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개선이 필요한 점을 찾아서 시스템적인 최적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기술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산업공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바로 팀장은 너무하지 않나요?"
그렇게 12회 대한 산업공학회에서 수상을 하고 1년 뒤, 또 한 번 더 학회에 참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우리 소학회(*학과 내의 동아리)에서는 신청자를 먼저 받고 팀원들의 수준을 고려해서 임원진들이 팀을 구성해주는데, 나는 그 당시에는 '선배들이랑 배우면서 후배들이랑 같이 성장해야지!'라는 목적으로 참가 신청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팀장들의 톡방에 초대가 되었다.
나는 2학년이었고, 배운 전공과목이라고 해봐야 이론적인 부분에서의 간단한 프로젝트 수준이었다. 더 당황스러웠던 점은, 나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이 전부 1학년이었다는 사실이다. 임원진 선배들에게 혹시 팀에 선배 한 명이라도 넣어줄 수 없냐고 물어보니, 선발 기준이 '한 번이라도 공모전에 나가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2학년 이상의 구성원'이 팀장의 자격요건 중 하나라고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는 2학년이었는데 말이다.
처음 팀원들을 만났을 때의 막막함과 어색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나마 공모전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팀원이 몇 명 있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소학회 내에서 활발한 행사 참여를 하지 않았기에 팀원들은 대부분 내가 누구인지도 몰랐었다. 그렇기에 처음 내가 느꼈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름대로는 팀원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공통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밥도 사주고 공모전에 대해서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몇 차례 가졌다. 처음에는 무뚝뚝하고 반응이 없었던 후배들이었지만(심지어 나를 제외하고 전부 남자 후배들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살갑게 말도 걸고, 장난도 치고 그랬던 것 같다. 요즘은 그냥 내가 친구인 줄 아는 후배들도 있다.
뭐 아무튼, 팀원들이랑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난 다음에 했던 걱정은 주제 선정이었다. 아무리 프로젝트를 몇 번 했다고 하더라도, 전공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나 많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우리끼리 흥미 있는 주제를 선택해서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두자며 부담감을 덜어낸 상태에서 시작했다.
"주차장 들어갈 때 너무 많이 기다리지 않아?"
나는 아이디어 회의를 길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회의는 최대 1시간, 다만 임팩트 있는 회의를 위해서 사전에 각자 준비를 철저히 해오자는 것이 내 방식이다. 그렇기에 말이 되든 안 되든 최대한 많은 주제를 찾아오라고 했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식 또한 아이디어 제목과 왜 그걸 진행해야 하는지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만 했다.
여러 좋은 아이디어가 오가던 중, 주차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길거리에 차를 대는 것이 어려워 길거리 대여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었는데, 문득 주차장에 들어갈 때 너무 많이 기다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좀 더 깊게 이야기하다 보니, 주차장 내부의 혼잡도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다양하게 있는데 이는 1) 차량이 들어갈 때 빈 공간이 있다고 생각해서 들어갔는데 이미 주차된 차가 있다거나 2)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보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였다.
팀원들 중에서는 운전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주변에 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의견을 모아본 결과 실제로 '처음 보는 장소에 갔을 때,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데 특히 너무 넓은 주차장에서는 매번 차를 대지 못해서 뺑뺑 도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에 우리는 롯데월드 지하주차장을 Arena로 모델링하여 차가 들어갈 때 미리 좌석을 배정받아, 이를 안내받을 수 있는 지도 시스템을 제안했다.
여기서, 보통 지하 주차장의 층수가 여러 층인 경우에는 제대로 된 위치 정보를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이러한 한계점을 주차장 내부에 비콘 블루투스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정확한 위치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결합했다.
"누나, 발표 연습 안 해도 괜찮은 거예요?"
이상하게도, 나는 늘 발표 연습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당일에 준비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시간에 우리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 방안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보고, 팀원들과 정리하고 가볍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발표라는 건 피피티 자료를 외우는 것도, 혹은 정해져 있는 발표 내용을 암기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나는 핵심 키워드에 대해서만 완벽하게 숙지하고 이를 잘 풀어서 설명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발표 당일, 나중에 들어보니 팀원들은 내가 발표 연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무척 불안했다고 한다. 근데 당일이 되어 발표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고 했다. 나름대로는 발표라는 것 자체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나 혼자 걱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질의응답 또한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 크게 긴장할 만큼의 실수를 할 수도 없었기에(왜냐하면 준비라는 것 자체를 많이 안 했으니까!) 날카로운 지적에도 웃으면서 "네, 그 부분은 저희가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겠네요! 좋은 지적과 피드백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었다.
놀랍게도 우리는 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대한 산업공학회는 먼저 판넬로 발표를 하고 난 다음, 은상과 금상, 대상 수상 예정자를 대상으로 제출했던 보고서 PPT 자료를 모든 참가자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한 번 더 가지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경험 자체도 굉장히 유의미했는데, 처음 팀장을 맡았던 프로젝트에서 덜컥 큰 상을 받게 되어서 굉장히 기뻤다. 상을 받았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좋은 후배들과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기에 더욱 가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나는 프로젝트에서 팀 리더가 가져야 할 자세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첫 번째는 팀원들을 잘 아우를 수 있는 능력과, 두 번째는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이 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의 아이디어는 나 혼자만이 낸 것이 아니라, 팀원들 각각의 성격을 잘 파악했고 이를 잘 공략했기에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친구는 자료조사를 잘했고, 어떤 친구는 가끔 던지는 말들이 창의적이었으며 어떤 친구는 굉장히 꼼꼼했다. 그렇기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역할 분담을 그들의 특성에 맞게 했고, 덕분에 협업과 분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팀원들이 중간에 불안해했다는 점이다. 끝나고 나서야 좋은 결과가 있었기에 다 같이 해피엔딩이었지만, 만약 그중 한 명이 조금이라도 민감한 성격이었다면 "왜 그렇게 준비를 안 하고 있는 건가요?"라는 말을 분명히 했을 것이다.
아무튼, 두 차례의 대한 산업공학회 참가를 통해 산업공학과의 매력에 대해서 또다시 알아갈 수 있었고, 다른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를 보면서 저렇게도 활용할 수 있겠구나!라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