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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도 에이전트도 자만심도 없다: 게리 헌트 이야기 3

by 발걸음

여름 휴가 중 연재 5회는 다음 기사를 순차적으로 번역한 내용으로 대체할 예정입니다.



코치도, 에이전트도, 자만심도 없다:

‘클리프 다이빙계의 라이오넬 메시’의 놀라운 이야기


게리 헌트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는 현대 운동선수의 강도로 훈련하지만, 옛 시대 스포츠맨처럼 휴식을 즐긴다. 그는 치열한 경쟁심을 갖고 있지만, 믿기 힘들 만큼 느긋하다. 그는 어떻게 역대 최고의 클리프 다이버가 되었을까?


잔 라이스(Xan Rice) 지음
2023년 2월 16일 목요일


https://www.theguardian.com/sport/2023/feb/16/no-coach-no-agent-no-ego-lionel-messi-of-cliff-diving-gary-hunt





‘인간의 비행’ 에 대한 많은 이야기처럼 헌트의 이야기도 위를 향한 부러운 섞인 시선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9살이었고 영국 북부 리즈의 수영장에 있었다. 발레, 탭댄스, 모던댄스를 했던 것처럼, 그는 두 누니들을 따라 이번엔 수영을 시작했다.



1200.jpg?width=480&dpr=1&s=none&crop=none 누나들을 다라 체조를 하는 어린 게리


하지만 헌트는 수영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고 수영은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때 그의 눈에 다른 아이들이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며 물속에 들어가고, 다시 나와 웃고 떠들며 또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훨씬 더 재미있어 보였다. 헌트는 부모님께 다이빙을 해보고 싶다고 졸랐다. 그는 곧장 1미터 다이빙대에서 시작해 3미터, 10미터 플랫폼까지 실력을 키웠고, 불과 몇 년 안에 전국 대회를 다니며 주 5회씩 훈련을 했다.


“게리는 아주 조용한 아이였어요,” 리즈 시절 그의 코치였던 에이드리언 힌치리프(Adrian Hinchliffe)는 말했다. “가장 뛰어난 다이버는 아니었지만 이 운동을 정말 좋아했고 손으로 거꾸로 서는 동작은 정말 대단했죠. 누가 가장 오래 버티는지 겨루는 게임에서는 항상 이겼어요. 경쟁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이른 새벽 훈련이 있는 날이면 그의 어머니 파멜라(Pamela)는 새벽 5시에 아들을 차로 데려다 주고, 차 안에서 침낭을 뒤집어쓴 채 잠을 자곤 했다. 두 사람은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달랐다. 피터 헌트(Peter Hunt)는 내성적이고 불안이 많은 사람이었으며, 브리티시 텔레콤의 중간관리직으로 일했다. 그는 여가 시간 내내 일에 매달렸다. 식탁에 앉아 서류 더미 앞에서 담배를 문 채 종이들을 들춰보는 모습이 전부였다.

헌트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보였다. 특히 아들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 아버지는 아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칭찬도 거의 하지 않았다. 헌트는 지금도 자신이 최고가 되기 위해 그렇게 헌신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헌트가 16살이 되던 해, 부모님이 이혼했고 어머니는 자녀들을 데리고 사우스햄턴으로 이사했다. 헌트는 그곳에서도 계속 다이빙을 이어갔다. 몇 년 후, 그의 가장 친한 친구 개빈 브라운(Gavin Brown)이 그곳에 합류했다. 브라운은 리즈와 가까운 브래드퍼드 출신으로, 어릴 때 헌트와 함께 수년간 훈련했던 친구였다. 헌트도 훌륭한 다이버였지만, 브라운은 더 뛰어났다. 그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다. 인기가 많고 외향적인 성격이었으며, 좌우명은 “죽도록 하든가, 아니면 포기하든가(go hard or go hard home)”였다.



604.jpg?width=445&dpr=1&s=none&crop=none 2006년 게리와 개빈 브라운


두 사람은 솔렌트 대학(Solent University)에 함께 입학했지만, 관심의 중심은 여전히 다이빙이었다. 사우스햄프턴 다이빙 아카데미(Southampton Diving Academy) 소속의 몇몇 친구들과 함께, 러시아의 드미트리 사우틴(Dmitri Sautin) 같은 영웅들의 다이빙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연구했다. 사우틴은 17세 때 모스크바 거리에서 칼에 여러 차례 찔렸지만, 이후 올림픽 역사상 가장 성공한 다이버가 된 인물이었다.


훈련이 끝난 후, 그들은 사우틴을 따라 하거나 서로를 도발하며 점점 더 위험한 다이빙에 도전했다. 이 그룹의 일원이었고, 현재는 셰필드 시 다이빙 클럽(City of Sheffield Diving Club)의 수석 코치인 톰 오언스(Tom Owens)는 이렇게 회상했다. “게리는 말릴 필요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어요. 말도 안 되는 짓은 늘 그가 제일 먼저 했죠.” 그는 나뭇가지가 부러질 때까지 나무를 타고 올라가거나, 휴대폰 불빛 하나에 의지해 좁은 하수관을 기어 다니기도 했다. 오언스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헌트의 특이한 성격 조합을 언급했다. “그에겐 자기 자신을 시험하려는 내면의 욕망이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너무 느긋한 천하 태평이었죠.” 어느 해엔가, 그들의 팀이 이집트 대회에 초청받았다. 출국 당일 아침, 헌트는 집을 나서다 여권을 잊은 걸 깨달았다.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더니 천천히 내려왔어요,” 어머니 파멜라는 회상했다. “여권이 만료된 거예요.”
그녀는 헌트를 런던까지 데려가 여권을 갱신해주고 대체 항공편을 찾느라 애썼다. 헌트는 이집트행 비행기 안에 지갑을 두고 내렸고 카이로에서 관광 중 휴대폰을 도둑맞았다.
이 이야기는 헌트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그러나 정작 헌트는 그 일들의 대부분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기억나는 건, 카이로 가는 비행기에서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거예요. 엄청난 여행이었죠!”라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2006년 헌트는 콜럼버스 게임(Commonwealth Games) 싱크로나이즈드 10미터 플랫폼 종목에 영국 대표로 출전했다. 파트너는 칼럼 존스턴(Callum Johnstone)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1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어머니, 누나들, 고모, 삼촌, 사촌 등 온 가족이 호주 멜버른으로 날아가 그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함께 영국 대표로 동메달을 땄다.


그때 헌트는 겨우 21살이었지만, 이미 더 어린 선수들, 더 재능 있는 다이버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중에는 11살의 톰 데일리(Tom Daley)도 있었다. 데일리는 어느 대회에서 헌트를 이긴 적이 있었고 이후 올림픽에 네 차례나 출전하는 영국의 대표 다이버가 되었다.


헌트가 무언가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다면 방법은 단 하나였다. 위로 올라가는 것.

그해 헌트는 대학생 신분으로 처음 하이 다이빙에 도전하게 된다. 당시나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듯,놀이공원 서커스는 클리프 다이버들에게 흔한 일자리 중 하나였다. 실력을 키우면서 돈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우스햄턴에서 헌트를 지도하던 다이빙 코치는 이탈리아 베니스 근처의 리조트 타운 리도 디 예졸로(Lido di Jesolo)에서 열리는 해적쇼에 출연할 사람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헌트를 추천했다. 헌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검술 장면 외에도 18미터 높이에서 아주 작은 풀장으로 뛰어내리는 역할을 맡았다. 10미터 이상에서 다이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다리는 좁았고, 플랫폼은 발을 딛기도 어려울 만큼 좁았다. 헌트는 뛰어내릴 때 풀을 빗맞추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금세 적응했고 더 복잡한 동작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떨어뜨리면 항상 발로 착지하잖아요?” 그곳에서 함께 일했던 스티브 블랙(Steve Black)이 말했다. “게리는 마치 고양이 같았어요. 정말 미친 기술을 해도 항상 착지를 해냈죠. 관중들은 열광했어요.”


그 여름, 헌트의 친구 개빈 브라운도 다른 놀이공원에서 하이 다이빙에 도전했다. 여름이 끝나고 두 사람은 다시 함께 지내던 사우스햄턴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함께 클리프 다이빙 대회의 영상들을 보며 어떻게 이 스포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토론했다. 현재의 다이버들보다 더 많은 회전과 공중제비를 시도해볼 수도 있고 브라운의 제안처럼 달려서 도약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들이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 있었을까?

둘 다 22살, 재능 있고 야망도 컸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무한하다고 느끼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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