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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도 에이전트도 자만심도 없다: 게리 헌트 이야기 2

by 발걸음

여름 휴가 중 연재 5회는 다음 기사를 순차적으로 번역한 내용으로 대체할 예정입니다.



코치도, 에이전트도, 자만심도 없다:

‘클리프 다이빙계의 라이오넬 메시’의 놀라운 이야기


게리 헌트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는 현대 운동선수의 강도로 훈련하지만, 옛 시대 스포츠맨처럼 휴식을 즐긴다. 그는 치열한 경쟁심을 갖고 있지만, 믿기 힘들 만큼 느긋하다. 그는 어떻게 역대 최고의 클리프 다이버가 되었을까?


잔 라이스(Xan Rice) 지음
2023년 2월 16일 목요일


https://www.theguardian.com/sport/2023/feb/16/no-coach-no-agent-no-ego-lionel-messi-of-cliff-diving-gary-hunt




2010년 시즌을 앞두고 헌트는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이제 수영복을 두 겹으로 입지 않았다. 시즌 초반 세 경기를 연속으로 우승한 후, 그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건 플랫폼에서 달리기 후 도약하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남부 해안의 도시 폴리냐노 아 마레(Polignano a Mare)에서 진행된 연습 라운드에서는 성공했다. 하지만 본 경기에서는 타이밍이 조금 어긋났고, 그는 가슴과 머리가 수면에 세게 부딪혔다.


잠수 중 부상이나 실신 가능성에 대비해 항상 물속에서 대기 중이던 안전 다이버들이 헌트를 제트스키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는 뇌진탕 진단을 받았고 이후 2주 동안 어깨나 목을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단 일주일 뒤 그는 다시 다음 대회의 플랫폼 위에 서 있었다. 발아래 멀리 내려다보이는 호수를 응시하며.


2009년 첫 시즌에서 2위를 한 이래로 헌트는 어느 스포츠에서나 보기 드문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레드불 클리프 다이빙 대회에서 총 82회 중 42회 우승, 그리고 월드시리즈 타이틀 11번 중 9번을 차지했다. 나머지 두 번은 준우승이었다. 그는 누가 봐도 의심의 여지 없이 역사상 최고의 클리프 다이버다. 미국 다이버인 스티븐 로뷰(Steven LoBue)는 2021년에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우리 종목의 마이클 조던,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타이거 우즈다.”


클리프 다이빙 업계에서, 스포츠의 기준을 높이고 대중적 인지도를 키우는 데 헌트만큼 기여한 사람은 없다. 게리의 라이벌인 카털린-페트루 프레다(Cătălin-Petru Preda)는 이렇게 말했다.


“게리는 우리 모두를 위해 자갈길 위에 아스팔트를 깔아준 사람이다.”


그러나 헌트는 이런 스포츠에서 성취한 대단함에 흔히 딸려 오는 금전적 기회나 소위 ‘프로다운 삶’의 외적인 모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는 코치도 없고, 에이전트도 없으며, SNS를 관리하려는 의지도 없다. 그의 강한 승부욕은 자존심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는 우승 트로피를 어머니에게 주거나 목공 벨트를 착용하고 직접 재떨이 혹은 화분 거치대 같은 실용적인 물건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여 재활용한다. (“사물로 위장된 트로피”라고 그는 말한다.)


올해로 헌트는 38세가 되었지만, 프랑스의 스포츠지 레퀴프(L'Équipe)가 표현한 것처럼 여전히 “영원한 10대의 외모”를 간직하고 있다. 그는 마치 뱀처럼 마르고, 빗지 않은 금발 머리를 하고 있으며, 옷차림은 말 그대로 ‘침대에서 급하게 일어나 눈에 보이는 걸 입은’ 듯하다.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조차 그를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라고 묘사한다. 공포를 모르는 다이버이면서 여가 시간에는 정원 가꾸기를 즐기는 사람.

그는 요즘의 프로 운동선수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평일에는 매일 다이빙 훈련을 하고, 헬스장에서 몇 시간씩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옛 시대 운동선수처럼 쉬는 시간에는 말아 피우는 담배를 즐기고, 경기에서 이긴 날에는 술도 몇 잔 과하게 마신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말도 안 되게 자주 깜빡 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기차에서 잠들고, 비행기 놓치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행동해요,” 라고 그의 여동생 자넷(Jeannette)은 말했다. 그는 자넷의 결혼식에도 간발의 차이로 지각할 뻔했다.


작년 9월 나는 2022년 클리프 다이빙 월드시리즈의 마지막 바로 전 경기에서 게리 헌트가 출전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탈리아의 폴리냐노 아 마레(Polignano a Mare)를 찾았다. 무척 아름다운 이곳은 한쪽에는 아드리아해를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구시가지가 자리하고 있고 다른 쪽에는 조용한 만이 펼쳐져 있다.


경기 전날 저녁 미디어 출입증을 목에 걸고 좁은 골목길을 걷고 있던 나를 한 남성이 붙잡았다. 그는 내가 레드불 조직위원회 소속인 줄 착각했다. 알고 보니 그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온 아마추어 하이다이버였고 그 주말 동안 수만 명의 관중들 사이에서 해변과 바위, 발코니, 보트 위에서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었다. 그에게 내가 헌트에 대해 취재하러 왔다고 말하자 그의 턱이 땅에 떨어질 듯 딱 벌어졌다. 마치 축구 팬에게 “라이오넬 메시를 인터뷰하러 왔다”고 말할 때 오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폴리냐노에서 열린 그 경기는 헌트의 시즌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무대였다. 그는 월드시리즈 통산 10번째 타이틀, 그리고 4연패를 이어가기 위해 이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는 전체 순위에서 3위에 올라 있었고 남은 경기는 단 두 번뿐이었다.

대회 첫날인 금요일 아침 나는 그의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접시 위의 계란, 베이컨, 토마토를 먹고 있었고, 이어서 커피 두 잔, 크루아상 한 개, 그래놀라 한 그릇까지 해치울 참이었다.


“나는 먹는 거 그렇게 까다롭게 안 해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번 주말 내 일이 고작 27초밖에 안 되거든요.”


그의 말대로였다: 연습 다이빙 5번과 본 경기 다이빙 4번, 각각 3초씩.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


하이다이버들에게 부상은 일상적인 위협이다. 실제로 폴리냐노 대회에 출전 예정이었던 선수 중 두 명은 기권했다. 한 명은 이전 대회에서 가슴으로 착수해 폐에 구멍이 났고, 다른 한 명은 그 주 초에 연습 중 광대뼈가 골절되고 양쪽 눈이 멍이 들었다.


심지어 계획한 대로 착지하더라도 고통은 피할 수 없다.
“물과 충돌하는 그 순간의 충격은 언제나 폭력적이에요,” 헌트는 말했다. “그 힘이 발에서 다리로 퍼지죠. 고환 보호가 제대로 안 돼 있으면, 누가 면도날로 할퀸 것처럼 아파요. 또는 엉덩이 쪽으로 충격이 가면, 진짜로 꽉 조여야 해요.”

그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호텔 식당 안은 고요했다. 몇몇 다른 다이버들은 말없이 침잠해 있었고, 집중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헌트는 아직 마음을 집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경기 준비를 했다.




다른 선수들이 소음 차단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몰입하는 대신, 헌트는 저글링을 한다. 공 다섯 개를 동시에 공중에 띄운다.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해 내 머리를 느리게 만드는 거죠,” 그는 설명했다. “피아노도 마찬가지예요. 익숙한 곡을 칠 때는 손이 자동으로 움직여요. 뇌가 손을 통제하는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저글링은 겉보기에 허세 섞인 과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경쟁자들의 심리를 흔들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헌트와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그것이 철저히 진짜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그는 너무 느긋해서 때때로 나는 “이제 곧 경기 시작인데, 준비 좀 해야 하지 않겠어요?” 하고 말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여느 엘리트 운동선수들과는 전혀 달라 보였고 실제로 스스로를 그렇게 여기지도 않는다.


대화를 마칠 무렵, 산책 중이던 중년 부부가 헌트를 알아보고 멈춰 서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얼굴을 붉혔다. 그렇게 오랫동안 성공한 다이버로 살았어도,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아직도 놀라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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