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작가가 쓰고 ADHD 편집장이 고칩니다.

우리 집 편집장 이야기

by 그림크림쌤

40여 년을 ADHD인 줄도 모른 채 ADHD를 스스로 극복하며 살아온 제 모든 ADHD와 35년 학교와 교직생활 노하우를 저를 닮아 ADHD로 태어난 제 아이에게 전수하려는 목적으로 학교생활백서 책을 기획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제로 읽게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습니다.


'매일 내가 쓴 한 꼭지의 글을 읽고 고쳐줄 수밖에 없도록 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책이 완성된 후 내밀면 두껍기에 인내심이 부족한 이 ADHD 아이가 읽을 리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비위를 살살 맞추며 인정에 호소하는 말로 저를 더 낮추고 티라노를 더 높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넌 논술토론 수업 때 잘한다고 칭찬 많이 받았잖아. 반면 엄마는 글쓰기 선생님이 없어서 아직 많이 부족해. 엄마를 도와줄 사람은 너뿐이야."

저를 쓱 쳐다보더니 "어휴 알겠어."랍니다.


그렇게 저희 집 안에서는 또 하나의 출간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인세를 받는 즉시 받은 인세의 10%를 저희 집 편집장 티라노에게 지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집필은 1장인 ADHD 이해부터 하지 않고, 2장 부모 자녀 관계부터 했습니다. 맨 앞부터 집필하면 정작 꼭 읽었으면 좋겠는 뒷 단원까지 티라노가 읽어주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책 분량이 많은데다 끈기가 부족한 ADHD 아이니까요. 1장인 ADHD 이해는 제가 평소 하도 얘기한 터라 이미 얼추 아는 내용이리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당시 학군지 학습 무기력에 빠졌던 티라노는 '활화산처럼 두렵다던 공부책상'에 매일 앉아 제 원고를 고쳐주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더니 모의고사 때 국어는 한 줄로 찍고 자게 변한 티라노의 날카로운 교정 실력에 감탄하곤 했습니다. 매일 원고 하단에 평점을 매긴 후, 적어준 소감을 보면 말입니다.


"본인 얘기가 나올 때마다 문장력이 급감하는 경향이 있음."
"'~합니다, ~합니다, ~합니다.' 찔찔이 문장 자제"
"이 부분 아주 나이스!"
"오늘은 딱히 손댈 필요가 없음. 그럼에도 단점이라면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거의 없다는 것. 그러나 마지막 문장이 아주 마음에 듦."


실제 티라노가 봐준 교정지


선인세를 받고 저희 집 출간계약 대로 티라노에게 선인세의 10%를 떼어 지급했습니다. 7개월 원고를 쓰고 고치는 동안 이 작은 계약금을 받으려고 인내력을 발휘해 엄마 원고를 고쳐준 저희 집 편집장에게 말입니다.


"요새 삼성전자가 핫하다던데, 주식으로 주면 어때? 나중에 10배가 될 수도 있어!" 경제 교육도 자연스럽게 시키려고 운을 떼며 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 술수에 넘어오지 않습니다. "그냥 통장에 입금해 주면 안 돼?"라며 초롱초롱 설레는 눈망울로 선을 그었거든요.


계약을 이행하는 7개월간 티라노에게 간절히 기다려 온 크고 작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2장의 부모 자녀 관계를 읽고 엄마의 노력에 감동한 건지, 3장 컨디션 관리를 읽고 이제는 컨디션이 요동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어 아이가 안정된 건지, 4장 교우관계를 읽고 더 이상 친구들에게 무시받지 않는 법과 나아가 친구를 사귀고 유지하는 법을 터득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씻어야 하는데"라며 스스로 씻으러 들어가는 놀라운 모습은 이제는 익숙합니다. 자기 전 스스로 양치도 합니다. 어질러진 방도 알아서 치우기도 합니다. 활화산처럼 두렵다던 공부책상에 스스로 앉는 모습도 자주 목격됩니다. 쉬고 있는 수학학원 레벨테스트 날짜도 스스로 정해 제게 통보도 합니다. 이 모습을 보기까지 몇 년이나 애썼나 모릅니다.


ADHD를 비롯한 자기 이해(1장), 원만한 부모 자녀 관계(2장), 컨디션 관리(3장), 안정적인 교우관계와 심리(4장)까지 어느 정도 완성하였습니다. 그렇게 티라노는 현재 ADHD로서의 일상관리(5장)와 ADHD 공부(6장)의 어딘가를 지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의 인세 정산을 받으면 우리 집 출간계약대로 우리 집 편집장 티라노에게도 인세를 지급하려 합니다. 두 번째 책을 쓰게 된다면 그때도 티라노는 목차부터 제 원고까지 봐주며 우리 집 편집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하려 합니다.


이 아이가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역할을 부여하며 크고 작은 성취감을 충분히 맛보게 하려 합니다. 그리고 저는 흔들리지 않고 한두 걸음 떨어져서 아이가 무성한 수풀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것을 묵묵히 뒤따라 가며 지켜보려 합니다. 크게 넘어져 스스로 못 일어나는 상황이 올 때만 개입해 도와주려 합니다. 넘어지더라도 바로 다가가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는지 지켜봐 주려 합니다. 무릎에 피가 나면 그땐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약은 발라주려 합니다.


"티라노 엄마 책 편집장이 되어 주어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오늘은 <ADHD 교사엄마가 ADHD 아이에게 전하는 학교생활백서> 출간 내막과 뒷 이야기를 정리해 써보았습니다.


요새 출간 후 홍보일정 등으로 브런치북 연재를 소홀히 하여 죄송했습니다. 앞으로는 꾸준히 연재하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늘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늘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덕분에 ADHD를 커밍하웃하며 책도 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일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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