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is coming

초단편소설

by 현범

동굴 안의 공기는 축축했고, 썩어가는 쑥과 맵고 아린 마늘 냄새로 가득했다.

"우웩."

새벽의 한기가 스며들 때쯤, 호랑이는 잠에서 깨어 동굴 벽 한쪽에 어젯밤 억지로 삼켰던 모든 것을 쏟아냈다. 식도가 타들어 가는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곰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그는 명상이라도 하듯,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기계적으로 턱을 움직였다. 우적, 우적. 마늘이 으깨지는 소리만이 동굴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호랑이는 속을 두어 번 더 게워내고 나서야, 비로소 거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곰 옆에 앉았다.

“너무 괴로워.”

혼잣말 같은 호랑이의 중얼거림에 곰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나, 너무 힘들어.”

호랑이가 다시 울먹이자, 곰은 그제야 턱의 움직임을 멈췄다.

“그동안 잘 참았잖아? 열흘만 더 견디면 사람이 될 수 있어.”

곰의 목소리는 감정이 거세된 듯 메마른 소리를 냈다. 호랑이는 곰의 주둥이에서 풍기는 역한 마늘 냄새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우리... 왜 사람이 되려고 했었지?”

“…….”

“우리, 왜...”

“사람이 되어야만 해.” 곰이 호랑이의 말을 잘랐다.

“사람이 되면 행복할까?”

“밖은 겨울이야. 산에는 빌어먹을 눈밖에 없어.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선택지는 둘뿐이지.”

“행복... 난 숲을 달릴 때도 행복했었는데...”

호랑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입구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눈물을 닦으며, 저 멀리 보이는 바늘구멍만 한 빛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다가갔다. 곰은 다시 기계처럼 마늘을 씹기 시작했다. 그렇게 호랑이는 길고 축축한 통로를 지나 밖으로, 다시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90일 만에 마주한 햇빛은 칼날처럼 눈을 파고들었다.

호랑이는 바람이 동굴의 어둠을 씻어낼 동안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흙냄새, 그리고… 꽃내음. 분명 꽃내음이었다. 호랑이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갓 피어난 꽃잎이라도 만지듯 아주 조심스럽게 떴다. 눈앞은, 곰이 말한 혹한의 겨울이 아닌 눈부신 봄이었다.


열흘 후. 곰의 몸에서 억센 털이 모두 빠져나가고, 매끄럽고 연약한 살결이 드러났다. 그는 두 발로 서는 어색함을 이겨내고, 바라던 대로 ‘사람’이 되었다.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그는 동굴 밖, 자신이 쟁취한 봄의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동굴 앞을 어슬렁거리던 다른 굶주린 호랑이에게, 연약하고 나체인 인간은 아주 좋은 첫 끼니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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