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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크 Oct 16. 2020

무엇을 먹을 것인가 - 과일

다이어트의 What - 음식편

          한 명의가 죽었다. 죽은 뒤 그의 서재에서는 <의학사상 최고의 비밀>이라는 책이 발견되었고 경매에 붙여졌다. 어느 한 부자가 매우 비싼 가격에 이 책을 낙찰 받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으나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맨 뒷장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라. 그러면 당신은 모든 의사를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은 누가 지어낸 거 아닌가 싶기도 한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네덜란드의 임상의학자였던 헤르만 부르하버의 이야기이다. 헤르만 부르하버는 1668년에 태어나 1738년에 죽었고 독일의 슈탈, 호프만과 함께 체계학파의 3대 대가 중 한 사람이라고… 위키피디아에 적혀있다. 이는 부르하버보다 조금 앞서 살았던 허준(1539~1615)이 지은 <동의보감>에도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부르하버의 책의 경매가는 당시로는 엄청난 값이었던 2만 달러 이상으로 낙찰되었다 하고, 뒷 부분 표현은 의사가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등 조금씩 다른 여러 표현을 (검색하면) 찾을 수 있지만, 핵심적인 의미는 동일하다.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라.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을 말해보려는 주제에 네덜란드와 조선의 의사를 언급하는 이유는… 당신은 이미 뭐가 좋은지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그 때 당시에야 대단한 지식일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대 한국인이 저런 걸 몰라서 건강하지 않은 걸까? 우리는 이제 코로나 등의 변종 바이러스와 싸우다 못해 같이 지내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두한족열을 요즘 버전으로 바꿔본다면, K-방역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떨친 중대본의 ‘코로나19 완전예방 기밀문서’에 이렇게 적혀있는 걸 상상해볼 수 있다.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손을 30초 이상 자주 씻으셔요.” 아, 한 줄 더 허락된다면 “2m 거리를 유지하시고, 아프면 쉬세요.” 정도?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한테 듣는 말이 “술, 담배 하지 마시고, 커피랑 치킨도 줄이시고, 따뜻한 물 많이 드세요.”라서 불만이었던 사람 있는가? 저런 말만 할 거면 나도 의사하겠다는, 의사 선생님들이 들으면 격노할 빈정거림을 내뱉었던 적은? 나도 아는 거야!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수수께끼는 여기서 시작한다. 모르지 않았는데 왜 당신은 병원에 갔는가?

          그런 의사선생님 같은 말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 따위를 열거하는 일이 꺼려진다. 음식을 말하기 전에 꼭 언급하고 싶은 건, 이미 당신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은 What의 영역이지만 다이어트는 What을 포함해 How와 Why를 포괄한다. 어떤 음식이라도 어떻게, 그리고 왜 먹는지가 더 중요하고, 그 방법과 이유는 남의 조언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오롯이 나 자신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결정이다. 기억해라,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다. What에서 시작해서 Why가 달라지거나 새로워지는 일도 인생에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까, 내가 다이어트를 하며 도움이 되었던 음식들을 열거해보겠다. 첫 번째는 과일이다.

          이십 대와 삼십  중반까지  과일을   먹었다. 맛이 없는  아니지만 ‘같은 값이면 제육볶음이라는 원칙이 앞섰을 뿐이다.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을 처음 먹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맛은 있는데, , 지가  이어봐야 과일이지, 정도의 느낌이었다. 고구마를 얼려서 먹는 것과  차이를  느낄 정도로  미각은 고기주의자였다.


          이 원칙이 깨진 것은 류은경 선생님의 <완전 소화>를 읽고 난 다음이었다. 이 책 자체가 아주 훌륭한데, 흥미가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국립암센터와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에서도 일했던 류은경 선생님은 올바른 식사법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체내 독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에 걸맞게 영양소와 인간 영양 상태에 대한 귀중한 지식들이 책에 아주 많다. 하지만 난 (늘 그렇듯이)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단 하나만 새겼는데, 그게 바로 “식전 과일, 불로장생”이다.


          과일에는 체내에서 합성하지 못하는 비타민이 풍부하다. 좋은 단백질도 고기보다 풍부한 편이다. 흔히 칼로리가 많다고 여겨지는 바나나 같은 과일이 백미보다 칼로리가 적다. 무엇보다 바나나는 한 자리에서 두 개 세 개 먹는 게 쉽지 않은데, 밥은 한 공기만 먹으면 아쉬운 감이 있지 않은가? (나만 그렇다고?)

          사과부터 시작해봤다. 하루 사과 한 알을, 아침에 먹는다. 과일은 내 돈 주고 사본 적이 없어서 어디서 어떻게 구매해야 되는 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난 현대의 택배정국의 수혜자다. 기사님들의 고단한 삶과 불합리한 처우, 지구를 오염시키는 배기가스 배출에 기여하는 것이 안타깝고 죄스럽지만, 책 덮은 날 저녁에 주문해서 다음날 새벽에 과일을 먹을 수 있는 배달문화의 신문명. 택배왕국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새벽(같은 시간)에 일어나 사과 한 알을 식탁에 올려 놓고, 손 씻고 과도 들고 사각사각 깎아먹는 일은, 약간은 도를 닦는 느낌을 준다. 내가 먹으려고 내 돈 주고 과일을 사본 것도 신기한 일인데, 스스로 과일까지 깎고 있으려니 나이 사십 먹도록 뭐하고 살았나 싶은 심정과 이제라도 사람이 되가는 것 같아서 기특한 마음이 같이 일어난다. 그래, 나 칭찬해. 배고플 땐 과일이라도 깎아 먹을 줄 알아야 나중에 삼식이 안 될 것 같고, 그래야 와이프가 계속 같이 살아줄 것 같다. 이 칼질은 나에게는 작은 칼질이지만, 내 결혼 생활에는 위대한 도약이다.

          그렇게 낯선 과정을 통과하며 한 입 베어 문 사과는, 놀랍게도, 맛있다! 사과는 맛있는 거였구나. 흘러내리는 한 방울 과즙이 효소 덩어리인 것 같은 착각에 후루룩 쩝쩝 남김없이 흡수한다. 이 광경을 본 아내는 “무슨 사과를 국밥처럼 먹냐”는 말을 남겼다.

          현재는 아침에 사과 한 알과 구운 계란 한 개, 점심에는 바나나와 샐러드를 먹는다. 아침 사과 한 알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안되어 화장실에서 ‘인생 변’을 봤다. 이렇게 뒷맛이 깔끔하고 질척이지 않는 변이라니. 소위 말하는 ‘바나나똥’을 내 눈앞에서 보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장 활동이 건강한 상태이고 잔변감이 없는 상태의 똥을 바나나똥이라고 하는데, 물에 떨어지면 다시 떠오른다. 난 지금까지 똥은 무조건 깊숙히 가라앉는 것인 줄 알았는데, 청량한 ‘똥’ 소리와 함께 잠시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빠꼼히 얼굴을 내미는 똥을 보는 건, 매우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음식을 말 그대로 ‘처’ 먹으면서 살아왔는지, 그리고 단 일주일 만에 이런 놀라운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지가 동시에 드러나는 무대, 바로 화장실. 이 똥은 나의 작은 똥이지만, 인류에는 위대한 도약이다. (왜?)


          과일에 과문한 탓에 사과와 바나나만 규칙적으로 먹고 있지만, 좋아하는 과일을 다양하게 탐색해보는 일도 즐거운 일일  같다. 제철 과일을 챙겨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침은 과일로 해결하지만, 쌀이나  류를 먹지 않으면 허기진다는 분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식사와 같이 먹어도 좋다. 다만  식전에 먹어야 불로장생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식전에 먹는 과일은 적절한 포만감을 주어 이후 과도한 섭취를 막아줄  있고, 대신 영양소의 섭취는 줄이지 않는다.


          가수 비 같은 몸짱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도, 조금 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싶다는 목표로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일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화장실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스스로를 대견해할 수 있다. 부르하버의 말을 빌자면, “매일 과일을 먹되, 식전에 먹어라. 그러면 당신은 바나나똥 외에 모든 똥을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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