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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크 Oct 17. 2020

무엇을 먹을 것인가 - 물, 그리고 염분에 대해

다이어트의 What - 음식편

          물을 많이 먹으면 좋다. 그리고 염분은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다. 하…… 술과 담배를 하지 말라는 의사선생님 같은 말을 해서 죄송하다. 혹시 몰랐던 분이 있다면 매우 다행이지만, 이미 알고 있던 분들께는 매우 죄송하다. 어쨌든 저건 사실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인의 약 30%가 탈수 위험상태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탈수 위험'은 수분이 부족해서 몸의 항상성에 변화를 일으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인의 약 80% 이상이 나트륨 과다섭취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는가?




          신체 관련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만나지 않은 일반적인 성인 기준으로, 사람들의 물에 대한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물을 좋아해서 잘 마시는 사람, 물보다는 다른 음료로 갈증을 해결하는 사람, 관심이 없어서 거의 안 마시면서 물이라는 존재를 잘 못 느끼는 사람이다.

          우선 난 물을 매우 좋아하고 잘 마시는 사람이다. 식당에 가면 우선 물 두 잔을 원샷때리고 시작한다. 보통 정수기 옆에 비치되어 있는 앙증맞은 사이즈의 종이컵을 불만스러워 한다. 그러니까 납작한 종이 두 짝을 겹쳐 만들어놓은 그거, 컵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그거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생, 아직 컵이 되지 못한 종이쪼가리 녀석, 그 녀석으로는 보통 다섯 번 이상을 마셔야 하고 최대 열두 번까지 마셔봤다. 혓바닥 위에 스포이트로 물을 얹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보통 하루에 마셔야 하는 물의 성인 권장량은 1.5~2L라고 하는데, 이건 체중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이 권장량은 단순히 갈증해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신진대사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체중이 더 나가는 사람은 더 많은 양의 수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체중에다 0.03(L)를 곱하면 대강의 권장량이 나오는데, 50kg의 체중인 사람은 1.5L, 60kg인 사람은 1.8L 정도가 되겠다.


          난 매일 계산하고 판단하는 걸 질색하는 사람이어서, 쩜오나 쩜팔 같은 숫자를 싫어한다. 심플하게 이 리터! 그런데 난 물을 좋아하고, 또 마침 격렬한 감량을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심플하게 두 배, 사 리터! 오백 미리 삼다수 통으로 여덟 번이면 딱 떨어지겠군, 하고 결론을 내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이렇게 진실되다.

          무작정 많이 마시는 게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서 소화가 약간 덜 된다는 의견도 있다. 내 경우에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한 번에 4L를 원샷하는 많이 마시기 대회가 아니므로, 최대한 많이 나눠 마시는 게 지속적인 수분 보충에 좋다. 지금은 저렇게까지 무식하게 마시지는 않고, 하루 2L 정도를 약 7~8번 정도로 나눠 마시고 있다.

          온도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미지근한 온도의 물이 가장 이상적이다. 몸이 차가운 사람은 따뜻한 물을,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약간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난 무조건 냉수파였다. 냉수파라고 쓰니 야수파나 입체파 같은 느낌이 들어 멋있는 것 같다. 어쨌건 난 여름에는 얼음물, 겨울에는 얼음물이 좋은 정도의 냉수파였기 때문에 무조건 정수기의 냉수 버튼만 눌러서 4L를 마셨었다. 요즘에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냉수 90%에 온수 10%정도를 섞어서 온도를 조절한다. 요는, 자신에게 맞는 온도를 찾는 것이 좋다는 것이고, 가능하면 미지근한 온도로 마시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을 하루 2L 가까이 규칙적으로 마시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자꾸 똥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민망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이어트로 인한 변화를 측정하는 기준이 많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인바디를 제외하면, 체중 말고 당신의 다이어트를 측정해주는 지표가 있는가? 결국 오늘 하루 몇 백 그램 더해졌냐 덜해졌냐에 집착하며 체중계를 괴롭히는 거 말고 스스로의 다이어트를 효과적으로 피드백해줄 수 있는 지표가 많지 않다.

          그런 현실에서 똥을 잘 관찰하는 것은 내가 잘 먹었는가 아닌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다. 색깔과 냄새, 그리고 깔끔한지 질척거리는지 잔변감의 변화를 느껴보라. 내 경험으로 일주일 정도 매일 규칙적으로 과일을 먹고 물을 적당량 마시면 똥이 확실히 변화한다. 똥이 좋아지고 화장실에서의 경험이 만족스러워 지는 것은, 물 200그램만 원샷해도 바로 200그램이 증가하는 체중보다 당신의 다이어트를 지속하게 해주는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염분과 소금과 나트륨은 매우 비슷한 녀석들이지만 개념이 조금씩 다르다. 염분 중 가장 흔한 것이 소금이고, 소금의 약 40%가 나트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인의 하루 나트륨 권장량은 약 2g인데, 소금 5g을 먹으면 하루 섭취량 끝이다. 보통 사 먹는 식품의 포장용기에는 나트륨 함유량이 mg으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하루 권장량을 2000mg으로 보면 되겠다.

          평소 한국인에게 들을 수 있는 가장 흔한 농담 중 하나가 “난 짜게 먹는 거 싫어해.”이다. 아냐, 난 진짜 싱겁게 먹는 사람이야! 라고 당신이 생각할까봐 말씀 드리면, 2015년 국민 영양조사 한국인 평균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3,890mg으로 하루 권장량의 두 배 수준이며, 최근 10년간 꾸준히 줄어들어 현재 약 1.7배 수준의 나트륨을 섭취 중이라고 한다. 이것은 김치를 사랑하고 국과 찌개를 즐겨먹는 평균 한국인의 통계다. 자,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는가?


          된장찌개 한 그릇이나, 라면 한 사발에 약 2,000mg, 즉 하루 권장량 혹은 그 이상의 나트륨이 들어있다. 물론 1회 제공량 기준이기 때문에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흡입하지 않으면 이것보다는 적어지겠지만, 일상생활에서 나트륨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물을 다 먹지 않는 것이다. 외식을 줄이는 게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지만, 난 외식을 매우 좋아하므로 쉽게 권할 수 없는 방법이다. 난 해장국 먹을 때 밥 한 공기 다 넣어서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사람이고, 설렁탕을 먹으면 밥 말아먹기는 물론 김치에 깍두기 국물까지 투하해서 뽀얀 국물과 벌건 국물 둘 다 씹고 뜯고 즐기고 맛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아마 한국인의 건강을 위해 나트륨을 평소의 4분의 1만 넣고 만든 된장찌개집이 있다면, 그 식당 다시는 안 가게 될 껄?




          다시 모범생 의사선생님으로 돌아와서, 요약하면 물은 하루에 2L 정도를 마시면 좋고, 염분은 적정량 이상으로 섭취하면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 평균적인 한국인이라면 적정량보다 물은 약간 적게, 나트륨은 좀 많이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스스로의 물 섭취량과 나트륨 섭취량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주의를 약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식습관이 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다이어트는 운동보다 식습관 조절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해하기 쉽게 굳이 비율을 생각해보자면 7대 3정도 되는 것 같다. 이 말은, 운동을 같이 하면 효과가 매우 커지지만, 식습관 조절 없이 운동만 해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대로 다이어트로 운동을 시작하는 데 약간은 어려움을 느낀다면, 식습관 조절만으로도 우선 쉬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과일과 물, 염분에 신경을 써 보면 몸의 변화를 금방 느낄 수 있다. 그걸 탄력 삼아 즐거운 다이어트를 이어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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