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How - 음식편
간절히 원하는 일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는가? 백 일 동안 목표를 쓰고, 힘차게 외쳐라. 난 10억을 모으겠다! 아, 너무 늦은 저녁에 하면 층간소음으로 주변에 불편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어느 해변에서 수천 마리의 불가사리를 다시 바다로 던지는 노인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는가? 아니, 이렇게 많은 불가사리가 결국 말라 죽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노인은 다시 한 마리의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지며 말한다. 지금 저 녀석에겐 큰 의미가 있지요. 한국 월드컵 축구의 한 획을 그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명언은 어떤가? 개막전 50일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재치를 발휘했다. “지금 가능성은 50%입니다. 하루에 1%씩 끌어올리겠습니다.” 아니 꾸준함에 대한 명언으로는, 낙숫물도 바위를 뚫는다는 말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흔히 다이어트를 말할 때는 식단의 요소와 운동의 요소가 섞여 있다. “왜 밥 안 먹어?” “나 요즘 다이어트 해.” 같은 대화나, “나 요즘 다이어트 해.” “아 그래? 무슨 운동 하는데?” 같은 대화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여기서 식단의 요소를 좀 더 들여다보면, 다이어트에서 음식 섭취는 크게 칼로리 조절과 체질 개선의 목적으로 나눌 수 있다. 칼로리 조절은 감량(혹은 증량이나 유지)을 목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체질 개선은 식욕, 소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어떤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바램이 있을 것이다.
반식 다이어트에 대해 소개했는데, 반식 다이어트는 기본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감량 방법 중 하나다. 로직은 단순하다. 들어가는 칼로리가 나가는 칼로리보다 적을 것! 이유도 심플하다. 지금까지 지나치게 많이 먹어왔으니까! 여기에 진심으로 동의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마음 한 구석에 ‘에이, 그래도 그렇지, 내가 뭘 먹으면 또 얼마나 먹었다고’라는 마음이 있다면 반식 다이어트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책의 저자인 유태우 박사는 6개월이면 10kg 감량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6개월은 글쎄, 생각만큼 짧은 기간이 아니니까.
지금까지 몇 십 년간을 많이 먹어왔는데, 눈 딱 감고 그까짓 6개월을 못 참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6시간도 한 가지만 하기가 쉽지 않은데, 6개월 동안 똑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한다는 것은, 글쎄, 과연 쉬운 일일까.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6개월은 영원이나 마찬가지다.
잠깐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사랑스런 초록빛 오거가 주연인 슈렉 시리즈의 네 번째 편 <슈렉 포에버>에서 슈렉은 더 이상 무서운 오거가 아닌 구경거리로 전락한 자신의 삶에 진력이 나서 자신의 세 쌍둥이의 생일 파티에서 뛰쳐나왔다. 마법사 럼펠은 슈렉에게 접근해서 오거로서 하루를 살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그 조건으로 슈렉이 기억도 못할 어린 시절의 하루를 요구한다. 슈렉은 흔쾌히 수락하고 바라던 대로 모두가 무서워하는 오거로서의 하루를 누리지만, 알고 보니 계약의 조건인 그 하루는 슈렉이 태어난 날이었던 것이다.
물론 영화는 살찐(설마 다이어트 실패?) 우리의 장화신은 고양이의 활약과 피오나의 키스로 해피하게 엔딩하지만, 단 하루의 조건을 태어난 날로 잡아낸 설정은 매우 의미심장하고 감동적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단 하루도, 허투루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인생에서 6개월 동안 참으라는 말은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지나치게 많이 먹어왔다는 사실을 어떤 계기로든, 어떤 형태로든 진심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면 반식 다이어트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기 어려운 방법이다. 아니, 결과를 떠나서 그 과정이 즐거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진심이란,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봐야 더 잘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런 진심을 스스로에게 확인했다면, 이제 감량의 문제는 꽤 단순해진다. 매우 쉬운 수학이 되는데, 들어가는 칼로리가 나가는 칼로리보다 적게 만들면 된다. 이건 너무 명료해서 수학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들어가는 칼로리 – 나가는 칼로리 > 0 => 몸무게 증가
들어가는 칼로리 – 나가는 칼로리 = 0 => 몸무게 유지
들어가는 칼로리 – 나가는 칼로리 < 0 => 몸무게 감소
아인슈타인도 울고 갈 정도의 수식이다. 그 어떤 모호함도 없는 명료한 법칙. 이토록 명확한 수학이 나에게만 작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한국 치킨이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인만이 가지는 부심이라거나 소위 말하는 ‘국뽕’이 아니다. 구독자 4백만에 빛나는 유튜버 ‘영국남자’가 치킨을 영국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영상이 많은 화제가 되었었다. 파닭과 간장치킨, 마늘치킨에 이어 마지막은 양념치킨에 맥주로 마무리하며 ‘치맥’을 소개할 때 출연한 영국 사람들은 열광했다. 맛도 맛이지만, 영국에서는 치킨이 약간은 저렴한 패스트푸드로 인식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저녁 메뉴라는 평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다이어트에 적대적인(?) 나라에서, 수학적으로 명료한 감량을 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담배도 끊을만한 의지력 같은 것이 아니다. 감량을 의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혹시 그 정도 의지력이 있다면, 다이어트 보다는 세계평화나 한국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 발휘하는 게 나을 것이다. 식단 조절은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가장 핵심인데, 이 꾸준함을 만들어내는 것은 ‘의지력’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 설정’이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에 대한 좋은 조언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개인적으로는 벤저민 하디라는 작가의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책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원제는 <Willpower Doesn't Work>인데, 의지력은 쓸모가 없다, 정도의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들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쁜 습관을 만드는 것들은 선택하기 어렵게 하거나 선택지가 아예 제외된 환경을 만들라는 것이다.
난 매일 비타민을 챙겨먹는 걸 죽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류의 사람이다. 그렇다고 “내일은 꼭 비타민을 먹고야 말겠어!” 하는 의지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 여기서 의지를 강화하기 위해 더 세게 결심하고, 크게 소리치고, 자기 전에 비타민을 스물 한 번 외치고 눕는 것, 이게 바로 의지력으로 식단 조절을 하려는 것과 유사한 행동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애쓰지 않아도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잘 씻은 컵을 식탁 위에 덩그러니 올려놓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되었다. 한 두 번 반복하면 이전의 성공이 다음의 성공을 도와준다는 것이, 이러한 환경설정의 이점이기도 하다.
나쁜 습관을 만드는 선택지를 제거하는 것은 조금 더 주의력이 필요하다. 내가 왜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지를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상을 잘 관찰하는 관심이 좀 더 필요하다. 그렇게 발견된 것이 있다면, 아이디어를 내서 그 요소를 제거하거나 바꾸는 방법으로 나쁜 습관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꼭 깊이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다. 혼자서는 어렵지 않게 통제가 가능한 부분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해 받을 수 있어야 일상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얘기를 많이 나눠보고, 날 유혹하는 안 좋은 환경을 바꿔나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경험하기를 권한다.
이런 환경, 꾸준히 식단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것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아닌 이상, 자신을 탄 누군가를 가고 싶은 층에 데려다 준다. ‘이걸 타면 반드시 올라갈 수 있을꺼야!’ 하고 강력하게 확신하는 사람도, ‘혹시 이걸 타도 원하는 층에 못 올라가는 거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차별하지 않고 데려다 준다. 원하는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강력한 의지력’ 같은 건 아닐 것이다. 물론 좋은 습관을 만드는 환경 설정이라는 게 엘리베이터 조작법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지만, 핵심은 역시 어떤 ‘작동 방법’을 익히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그 작동 방법이란 것은, 결국 나를 잘 알고 이해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다이어트 다이어트 말은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하고 시도도 많이 해 봤지만 잘 안 되는 거라면, 결국 수십 년 함께 해 온 나를 나도 잘 몰라줬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가 지금까지 꾸준히 해온 것들은 무엇인지, 난 어떤 상황에서 좌절하고 주저앉는지 잘 관찰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다이어트라는 것은 단순히 먹는 걸 가리는 일보다 훨씬 다층적이다. 그건 나 스스로를 더 잘 알고 지지해주는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일관성 있는 꾸준함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만 가지 발차기를 한 번씩 연습한 사람은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한 가지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한 사람이다.” 이소룡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