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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Oct 22. 2023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지난해 가을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테니스를 시작했다. 처음엔 트레이닝복차림으로 운동화를 신고 가서 개인라켓도 없이 비치되어 있는 라켓을 들고 실내코트에서 공을 치는 동작부터 익혀갔다.

 그리고는 내가 알고 있던 연두색 테니스공도 아닌 빨강색과 연두색이 섞인 크기도 크고 바운스도 덜 되는 공을 그저 라켓으로 쳐내는 것부터 수업이 진행됐다. 그 때까진 테니스인지 배드민턴인지 탁구인지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으니까. 어서 빨리 배워서 파란 하늘과 초록초록한 잎새들이 보기 좋은 드넓은 코트에서 흰색 테니스 스커트를 휘날리며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한 건 첫날부터였던 것 같다. 포핸드를 배우는데 동작을 익히는 과정에 나도 모르게 무용이 부작용 발동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냥 팔을 내밀면 될 것을 손끝까지 모양을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엄지 끝과 중지 끝에 자석이라도 달린 양 서로를 향하는가 하면 라켓을 들고 뒤로 자세를 취하는데도 이상한 무용병이 도졌다. 어깨는 올라가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목이 짧아진 것은 아닌지, 좌우어깨 균형은 맞는지. 라켓으로 공을 칠 때도 공이 잘 맞는지는 뒷전이다. 나의 동작이 잘 완성되었는지, 코치님 말씀처럼 포물선이 제대로 그려졌는지 등등 이런 생각은 미처 내가 생각하고 있다고 인지하기도 전인 찰나의 순간에 나를 스쳐갔다. 더 못 말리는 건 나의 다리였다. 공을 치고 팔꿈치를 저 앞에 보여 주는듯한 마무리 동작으로 멈춰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다음 스텝을 연결하며 이상한 짓(?)을 하는게 아닌가. 춤추는 사람은 테니스도 더 잘 춰야할 것 같은 이상한 강박관념한테 짓눌려서 말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는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서글프지만 아직도 난 테린이(테니스어린이)는커녕 테이비(테니스베이비)수준이다. 잘 치지도 못하는데 테니스 스커트를 입는 것은 스커트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하여 트레이닝복 차림이고 파란하늘 아래서 친구랑 친다는 건 어림도 없다(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친구도 내 수준이라 안 됨). 계획대로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테니스를 배우는 지금이 너무 좋고 조금씩이지만 실력(실력이라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이 늘고 있고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꿈꾸던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으니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삶은 늘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번 탄츠위드도 그랬다. 이번호는 테니스특집으로 내고 싶었다. 그러나 계획처럼 되지 않았다. 예정되어 있던 원고들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했고 계획했던 영상이 날짜에 맞춰 나오지 못했고 수정된 광고시안이 늦어졌다. 그래도 괜찮다. 꾸준히 원고를 보내주는 필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고 이번에 유일하게 실을 수 있었던 ‘테니스 치는 무용가’의 글을 주신 홍나리 님을 만났고 이야기를 실을 수 있었으니까. 영상은 제때 못 나왔지만 영상편집을 맡아준 서현재피디가 코로나를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았으니까, 광고시안이 좀 늦어졌지만 탄츠위드를 믿고 광고를 내어준 광고주가 생겼으니까 괜찮다. 괜찮기만? 감사할 따름이다.(그래도 테니스 특집은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 연기된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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